박주선 "국민들 먹고 살기 어려워… 반대 운동, 소리만 요란"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4월 30일,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서둘러 국회본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4월 30일,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서둘러 국회본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8%.'

    새정치민주연합의 핵심 지지 기반이라는 호남에서 이 당의 문재인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호한 비율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3~15일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5225명에게 휴대전화 RDD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전화를 걸어 그 중 1003명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응답(응답률 19%)한 바에 따른 결과다.

    95% 신뢰수준에서 ±3.1%p의 오차범위 안에 있기는 하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9%)에게조차 1%p 뒤처지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 올인하듯 승부수를 걸고 있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입장에서는 자못 충격적인 결과다.

    문재인 대표는 29일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의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고시를 강행하는 것은 심각한 국민분열을 초래할 뿐"이라고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실제로 여론조사의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27~29일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5239명에게 휴대전화 RDD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전화를 걸어 그 중 1004명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응답(응답률 19%)한 바에 따르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는 응답은 49%로, 찬성(36%)한다는 응답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p) 밖에서 앞섰다.

    의문은 더 커진다. 교과서 국정화 반대화 여론이 높다면 투사를 자임하며 선봉으로 나선 문재인 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지지율이 올라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럴 조짐이 없이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되레 호남에서 김무성 대표와 '시소 게임'을 벌이는 치욕을 맛보기도 했다.

    이러한 여론 조사는 체감 결과와도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치 9단'으로 일컬어지는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29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 출연해 "목포에서 광주에서 역사교과서 반대 1인 시위 및 서명을 하면 호응이 굉장히 좋다"면서도 "'계속 문재인 대표와 함께 할 것이냐' 이렇게 묻는데에는 참 답변할 길이 없다"고 난감해 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주에도 3일간 목포에 있었고 한 4시간 광주 이곳저곳 행사에 다니는데 아주 큰 망신을 당했다"며 "'이렇게 있을 거냐 (문재인)이 되겠느냐' 묻는데, '탈당해서 신당하겠다' 이런 말씀도 할 수 없고…"라고 탄식했다.

    이처럼 호남에서 문재인 대표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냉담하고, 이에 따라 전국 단위 지지율도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야권 관계자는 "정치를 모르는 초선 당대표의 한계가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표는 29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정교과서 문제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정치의 문제가 아닌 것을, 왜 공당(公黨)의 대표가 올인하듯 붙들고 있는지가 의문이 된다.

    '유능한 경제정당' '유능한 안보정당'을 자처했지만 근본적으로 세상을 선(善)과 악(惡), 정(正)과 오(誤)라는 흑백론적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벗지 못하고, 시민단체 대표스럽게 이념전에 매몰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문재인 대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분열과 갈등이 계속될 경우, 우리 경제와 민생의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들은 막연한 찬반과 호불호의 의사는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밥벌이를 제쳐두고 이 문제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문재인 대표처럼 이념전에 매몰돼 있기에는 민생 경제의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박주선 의원은 "대다수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 어렵고 일자리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국정교과서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며 "야당은 당연히 반대 운동을 펼쳐야 되겠지만, 운동하는 내용이 적당치 않고 민생만 볼모로 잡고 소리만 요란하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