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반대파에도 정파색 짙은 인물 다수… 표현의 자유 제약 안 돼"
  •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입장을 밝힌 학자들을 겨냥해 "이 분들 후회할 것"이라고 '공갈(恐喝)'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5월 8일 주승용 최고위원을 상대로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는 막말로 당직이 정지됐다가, 최고위에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아 또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며칠 전에 국정교과서를 지지한다면서 102명의 교수가 지지 서명을 했다"며 "우리 의원실에서 이 분들이 과연 누구인가 전수조사를 해봤다"고, 신상 조사 사실을 밝히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102명 명단에 역사학과 교수는 6명 밖에 없더라"며 "경제학과·컴퓨터공학과 교수까지 합쳐서 102명이고, 보니까 신학대 교수도 있다"고 비웃었다.

    나아가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행복교육추진단,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전 교육부 차관, 이명박정부 청와대 비서관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 분들은 나중에 후회하실 것 같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논거의 하나로 삼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파의 학자적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겁박(劫迫)하는 발언을 한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는 발언은 만약 내후년에 정권교체가 될 경우 모종의 불이익을 가할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이 아니냐"며 "만약 그렇다면 학자적 양심에 따른 행동에 정치적 보복을 하겠다는 뜻으로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앞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에 소속된 교수 102명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교과서는 역사 교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정치학자·경제학자 등 다양한 부문을 아울러야 한다"며 "정부가 책임지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 102명 교수 중에 곽병선 전 경인여대 총장(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 행복교육추진단장), 곽창신 세종대 대외부총장(전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나승일 전 서울대 농생대 교수(전 교육부 차관), 박명순 경인여대 교수(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을 한 교수들 중에서도 정파색이 짙고 특정 정권·정당·시민단체와 연관이 깊은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어느 한 쪽만 문제 삼을 일도 아니고, 이러한 경력이 있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선언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등 지식인 500명이 모여 좋은 교과서·정직한 교과서·올바른 교과서를 지지하는 공개 선언에 나섰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국사학계의 현실은 암울하며, 이미 모든 자정능력을 상실한 집단"이라며 "국사학계 전체가 지금과 같이 자정 능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올바른 국사교과서는 올바른 국정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