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초록색 스케이트] 아빠의 [파란색 1톤 트럭]
  • ▲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 김아랑, 박승희, 조해리, 공상정(왼쪽부터)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올림픽 파크 내 메달 프라자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연합뉴스
    ▲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 김아랑, 박승희, 조해리, 공상정(왼쪽부터)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올림픽 파크 내 메달 프라자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연합뉴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계주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냈다. 
    조해리(28), 박승희(22), 김아랑(19), 공상정(18), 심석희(17)등 5명으로 구성된 
    대표팀이 울린 지난 18일의 승전보는 국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최근 안현수 귀화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비호감] 집단으로 낙인찍힌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찾아온 한 줄기 희망의 빛이기도 했다.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4분9초498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대한민국은 1994년, 1998년, 2002년, 2006년 올림픽에 이어
    이 종목에서 8년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 ▲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가 중국 선수를 역전하고 있다ⓒ연합뉴스
    ▲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가 중국 선수를 역전하고 있다ⓒ연합뉴스



    승리의 1등 공신은 17세 소녀, 심석희였다.
    초반부터 선두로 내달린 한국은 세 바퀴를 남기고
    중국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심석희에게 주어진 단 두 바퀴,
    그녀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 바퀴를 남기고 중국 선수에 바짝 따라붙은 심석희는
    아웃코스로 과감히 추월을 시도해
    반 바퀴를 남긴 지점에서 짜릿한 역전에 성공했다. 

  • ▲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가 우승을 결정짓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떨어진 눈물을 따라가면 그녀의 초록색 스케이트가 보인다ⓒ연합뉴스
    ▲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가 우승을 결정짓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떨어진 눈물을 따라가면 그녀의 초록색 스케이트가 보인다ⓒ연합뉴스



    그녀의 초록색 스케이트를 만든 [오빠의 아르바이트] 

    심석희는 이날 우승을 스스로 확정짓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날 신고 달린 그녀의 특별한 초록색 스케이트에 떨어진 눈물에 
    국민들도 함께 울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도 울었다. 

    용인대학교에서 유도를 전공하는 22살의 심명석씨는 심석희의 오빠다.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설 동생을 위해
    평소에 심석희가 좋아하는 색깔인 초록색 디자인의 스케이트를 선물한 건
    바로 오빠 심명석씨였다. 

    심석희의 훈련 비용 마련에 바쁘신 부모님 몰래 낡은 동생의 스케이트를 주문한 것.
    심명석씨는 휴학계를 내고 9개월 동안 햄버거 가게에서 배달을 하며
    또 틈틈이 경호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케이트 값, 220만원을 모았다. 


  • ▲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김아랑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김아랑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또 하나의 감동] 김아랑과 아빠의 파란색 1톤 트럭

    심석희에게 오빠의 초록색 스케이트가 있었다면
    19세 김아랑에게는 파란색 1톤 트럭이 있었다. 

    여기저기 움푹 파이고 흠집이 난 1999년형 <포터> 트럭.
    김아랑의 아버지 김학만씨가 15년간
    전국을 돌며 창틀을 설치하는 일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친구였다. 

  • ▲ 여자 쇼트트랙 김아랑(19·전주 제일고) 선수가 18일 올림픽 3천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자 부모인 김학만, 신경숙씨와 주민들이 전북 전주시 서서학동 주민센터에서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 여자 쇼트트랙 김아랑(19·전주 제일고) 선수가 18일 올림픽 3천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자 부모인 김학만, 신경숙씨와 주민들이 전북 전주시 서서학동 주민센터에서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젊은 시절 스케이트를 좋아했던 김학만씨는 
    어린 시절 몸이 약했던 김아랑에게 스케이트를 권했다.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성장하는 딸에게 
    돈이 없어 스케이트를 그만두라고 말 할 수 없었던
    아버지 김학만씨는 한 달에 2~3일만 집에 들어오며
    지난 15년간 트럭과 함께 전국을 누볐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 1000m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름을 알기기 시작했을 때

    그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대회 1500m에서 
    세계랭킹 1위 심석희를 제치고 시상대 맨 위에 올랐을 때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김학만씨의 낡은 트럭도 함께 웃었다. 

  • ▲ 심석희가 골인지점을 통과하고 있다ⓒ오메가
    ▲ 심석희가 골인지점을 통과하고 있다ⓒ오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