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 걸치다 피본 그들 이외수로 동시 발현, 그러나..
  • 흑백논리는 위험하다.
    역사적으로 봐도 그렇다.
    우리 편 아니면 반동이라는 사상은 결국 피를 부른다.

    하지만 양비론은 비겁하다.
    이 역시 역사적으로 봐도 흑백논리보다 결과는 더 좋지 않았다.
    우리 모두 같은 편이란 동화 속 개념은 내분으로 몰락하고 결국 외세에 점령당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에서 중도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건 보수적으로 저건 개혁적으로.
    이런 식의 중용은 불가능하다.
    이념이 없는 중도 정치는 정체성이 없는 기회주의일 뿐이다.

     


  • ▲ 박근혜 당선인과 나경원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 ⓒ 자료사진
    ▲ 박근혜 당선인과 나경원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 ⓒ 자료사진

     

     

    √ 박근혜와 나경원

     

    2013 여성 대통령의 시대.
    시대를 연 박근혜 당선인과 와신상담 중인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를 비교해보자.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10.26 재보선.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나경원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

    무상급식의 전면이냐 선별이냐를 두고 터진 이념적 갈등이 낳은 선거였다.

    당시 오 전 시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여론이 좋지 않자, 나 전 후보는 중도 코스프레를 시작했다.

    “전면적 무상급식은 반대한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와 상의해 결정하겠다.”

    “오세훈 시장의 정책 중 좋은 것은 그대로 이어가되 나쁜 것은 고치겠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시장이 시의회와 상의하고 타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전임 시장이 같은 정당이라고 해서 고쳐야 할 정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TV토론회에서 내뱉은 나 전 후보의 이 말은 그의 정체성을 한 번에 앗아갔다.

     

    뭐 때문에 이 선거를 치르는데 이제 와서 중도를 외치나?
    반대편은 전임 시장을 ‘전시 행정의 아바타’로 매도하기 바쁜데.

     

    결과는?
    당연히 졌다.

    선거에서 나 후보가 얻은 득표수는 186만7천880표.
    박원순 시장과는 29만596표나 차이가 났다.
    득표율로 7.19%P 차이다.

    애초에 불리했던 선거구도에 안철수 바람까지.
    패배에 대한 변명거리는 얼마든지 많았다.

    문제는 나 후보가 이런 태도로 중도 표는 물론 본래 새누리당 지지자 모두를 잃었다는 점이다.
    나 전 후보가 얻은 표 수는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참여했던 유권자 수인 215만7천772표에 한참 못 미쳤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사상 초유의 투표 거부 운동에도 꿋꿋이 투표장에 나와 오세훈 전 시장에게 힘을 실어준 사람들이다.
     
    물론 215만표 모두가 한나라당이나 오 전 시장을 지지한 표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분석한 90% 가량의 보수 지지표만 해도 190만표가 넘었다.

    하지만 나 후보의 총 득표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 유세를 등에 업고도 이 숫자를 넘지 못했다.

    어설픈 양다리 전법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오 전 시장이 한명숙 전 총리를 누른 원동력이었던 ‘강남 몰표’가  유독 나 후보에게 침묵을 지켰다.

     

    반대로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문재인 후보와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대북 정책만큼은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참여정부의 NLL 문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주저하지 않았다.

    현 정부 심판론 등 불리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명박 대통령 탈당론에도 고개를 저었다..
    이명박 대통령 탈당건은 이릃 강하게 압박한다고 해도 중도표가 오지 않는 문제다.
    그런 부분은 과감히 포기했다.

    결국 종북 논란은 대선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그리고 박 당선인이 정체성을 지키자, 역으로 상대방이 자멸을 헌납했다.


     

  •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 자료사진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 자료사진



    √ 김문수와 손학규

     

    PD 계열이긴 하지만 과거 좌파 운동권에서는 핵심에 속했던 김문수 경기지사.
    그리고 대권을 찾아 새누리당에서 멀리 민주당으로 날아간 손학규 전 대표.

    엇갈린 두 사람에게도 박근혜-나경원과 비슷한 무대가 연출된다.

    운동권에서 전향한 김 지사는 1996년 경기 부천에서 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선출된다.
    이후 북한 인권법을 발의하고 통일대비 연구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확실히 전향된 모습을 보인다.
    대북 정책에 만큼은 민주당과의 전투에 앞장 서며 정체성을 꾸준하게 확립해 왔다.

    하지만 김 지사는 이따금 보이는 보수 정서에 반하는 모습으로 의심을 자초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대표적인 것이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치를 당시의 모습이다.

    이념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오 전 시장이 꺼낸 주민투표 카드에 김 지사는 슬그머니 발을 뺐다.

    진통은 있었지만, 결국 민주당이 점령한 도의회와 타협을 하게 된다.
    일을 벌인 서울시 입장에서는 믿었던 경기도가 이탈하자 힘이 빠졌다.
    당시 도청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상급식 논란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많다”는 것이 김 지사 측의 해명이었다.
    더 큰 문제가 많았고 갈길이 바빴던 김 지사에게 무상급식 문제가 불편한 문제인건 분명했다.

    하지만 전국을 뒤흔든 이슈에 슬그머니 발을 빼는 비겁함에 지지자들은 적지 않게 실망했다.

    박근혜 대항마로까지 평가되던 당내 의견은 추동력을 잃었다.
    반대편인 전면 무상급식 지지자들의 지지를 얻지도 못했다.
    그러면 중도표라도?
    그것도 아니였다는게 중론이다.
    나경원 전 후보처럼 양다리를 걸치다 본전도 찾지 못한 셈이다.

    반면 확실한 우파 정당에서 대권 후보까지 노렸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완전히 색깔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민주당 입당 이후 김 지사보다 더한 정체성 의심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당론의 선봉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 당선인처럼 불편한 문제에 대해서는 차라리 입을 다물지언정.

    결국 2011년 새누리당의 성지였던 경기 성남 분당 을에서 승리를 거머쥔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물론 이해찬-박지원의 친노세력 담합으로 인해 대선 경선에서는 패배했지만, 새누리당 출신으로 당 대표까지 꿰차는 손학규의 행보는 가히 성공이라 할만 했다.


     

  • ▲ 나경원 위원장이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소셜미디어 명예 홍보대사로 이외수 씨를 위촉했다. ⓒ 연합뉴스
    ▲ 나경원 위원장이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소셜미디어 명예 홍보대사로 이외수 씨를 위촉했다. ⓒ 연합뉴스

     

    √ 김문수와 나경원, 그리고 이외수

     

    그랬던 김문수와 나경원의 양다리 습관이 이번에는 이외수라는 [깡통진보] 문화권력의 핵심에서 동시에 발현됐다.

    나경원 위원장은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소셜미디어(SNS) 명예 홍보대사로 작가 이외수를 위촉했다.
    김문수 지사는 23일 경기도가 주최하는 ‘경청(京·靑)콘서트’에 이외수를 초청해 대학생들의 멘토로 내세운다.

    아방궁 논란을 일으키고 SNS를 통해 [깡통진보] 사고방식을 퍼뜨린다는 지적을 받는 이외수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는 종북 세력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이수호 후보를 지지한 ‘깡통진보 정치꾼’을 대학생 멘토로 내세운단 말인가.


  • ▲ 이수호가 누군인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사진ⓒ
    ▲ 이수호가 누군인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사진ⓒ

    한 네티즌의 말을 인용해보자.

    “두루뭉실 슈퍼 울트라 통합형 정치인 소리를 듣고 싶은건지…”

    또 다시 ‘어설픈 중도코스프레’라는 일침이 쏟아질 만한 행동이다.

     

    사실 경기도지사와 올림픽 조직위원장 쯤 되는 사람이 작가 한명을 섭외하고 위촉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을 하면서 이념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그 이념적 편향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단체장들도 많다.

    문제는 그런 행동이 그들의 정체성을 의심케 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하필 이외수인가?
    이외수 자체가 종북 세력이 아니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종북 몸통을 지지한 정치꾼이다.
    행정적 이념 중립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당선 이후 차기 대통령으로서 ‘대통합’을 외치는 박근혜 당선인.
    그리고 나름대로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을 김문수-나경원의 차이는?

    박근혜 당선인도 이외수를 방문했지만, 이외수가 종북 몸통 이수호를 지지선언하기 전 일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외수가 이수호 지지를 선언하자 그 뒤론 이외수를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깡통진보] 배격을 선언한 김지하 시인과 소통 창구를 열지 않았든가?


    어설픈 중도코스프레나 양다리 전법은 오히려 지지자들을 이탈시킨다.

    숱한 선거에서 봐 왔듯이 ‘합리적 보수’란 포장으로는 중도층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냥 회색분자로 전락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김 지사와 나 위원장이 나름대로 2017 대권가도를 염두에 둔다면 [깡통진보]에 추파를 던지는 모습은 이제 그만두길 간곡하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