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선 '형님'으로 통해…친이·친박 구분없는 '화합형 인물'한 재선 의원 "金 선대위원장에 반대하는 사람 없을 것"
  • 새누리당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돌아온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이 유력하다. 박 후보는 8일 밤 선대위 의장단과의 긴급회동 자리에서 김 전 원내대표에게 대선을 책임지는 총괄역할을 주문했다고 한다.

    박 후보는 당 내부의 '인적쇄신' 요구에 따른 해법으로 김무성 전 원내대표에게 구원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선 사령탑'을 맡게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박 후보는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선대위에서 중책을 맡게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앙선대위 의장단에 소속돼 있는 것과 별도로 중요한 '임무'를 부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인적쇄신' 카드로 탈박(脫朴) 김무성 중용

    4선 의원 출신인 김 전 원내대표는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후보의 인사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좌장으로 통하던 측근이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선대위에서 중책을 맡게될 것"이라고 했다.ⓒ 양호상 기자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는 박근혜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최전선에서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박 후보와 18대 국회 초반까지 친박 진영의 좌장으로 통했다. 갈등이 시작된 시점은 2009년 5월 원내대표 출마 문제를 두고서다.

    당시 친이·친박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대두되자 박 후보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균열이 생겼다. 이후 정부의 세종시 추진을 놓고도 두 사람이 반대 입장에 서면서 정치적으로 결별에 이르게 됐다.

    이후 '화해무드'는 4.11 총선을 계기로 펼쳐졌다. 김 전 원내대표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다. 당 내부에서는 막판까지 김 전 원내대표가 '탈당'을 하지 않을지 가슴팍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그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당내 따르는 인사들이 많아 자칫 공천 후폭풍이 줄탈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천자를 직접 설득하며 대형 탈당사태를 막아 새누리당 총선 승리에 기여하게 됐다. 박 후보도 김 전 의원에게 "부산 사나이다움을 보여주셨다"며 고마움을 전달했다.

    ◈ 당 인사들에겐 '형님'으로 통해

    김 전 원내대표의 '컴백'은 지난 8월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예고된 바 있다.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4.11 총선 돈봉투 파문, 비박(非朴·비박근혜) 갈등 등 악재가 잇따르자 당 안팎에서는 그가 대선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아 당 쇄신과 화합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더욱이 당시 박 후보는 일부 측근들의 의견을 듣고 정치적 판단을 내린다며 '人의 장막' 논란에 휩사이던 때였다. 최근 '친박계 2선 후퇴론'을 주장하는 쇄신파 의원들도 김 전 원내대표의 중용을, 전일 회동한 전직 비대위원들도 내부적으로 '김무성 역할론'을 언급했다고 한다.

    김 전 원내대표가 이처럼 위기때 마다 박 후보의 '인적쇄신' 해법으로 거론되는 데는 '선 굵은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이를 대변한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지난 4ㆍ11총선을 앞두고 제주시갑 선거구에서 현경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누리당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지난 4ㆍ11총선을 앞두고 제주시갑 선거구에서 현경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당 인사들에게는 '형님'으로 통한다. 계파와 관계없이 두루 인연을 맺고 있어 박 후보에게 절실한 '화합형 조직'을 이끄는데 최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때문에 박 후보 측은 김 전 원내대표에게 중요한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원내대표가 선대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데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한 재선 의원

    또한 여권 내 '비박 끌어안기'에 있어서도 박 후보의 보완재가 될 것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비박 대표인사인 이재오 의원과 '15대 국회 입문 동기'로서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해왔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987년 통일민주당을 뿌리로 정치권에 발을 딛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밑에서 활약한 대표적 '상도동계'로 불린다.

    중앙선대위 의장단에 이어 캠프 내 '총괄역'을 맡게 된 점은 탈박 인사의 요직 발탁이라는 당의 단합과 화합의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된다. 여기에 박 후보와 껄끄러운 관계에 놓인 김영삼 전 대통령 사이의 가교가 될 수도 있다.

    당 한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선대위에서 실무를 장악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이를 위한 선대위 조직을 재구성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