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라는 이름의 산토끼'(꿰이지 않은 유권자)가 선거 결과 좌우한다!
  • ‘안철수의 생각’ 감상법

     

  • ▲ 류근일 본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본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안철수가 <안철수의 생각>을 책으로 냈다. 한 마디로 민주당 정책과 흡사하다는 평이다.
    좌(左)도 아니고 우(右)도 아니다, 이x도 아니고 저x도 아니다, 이 당(黨)도 아니고 저 당도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x보다는 저x에 더 가까운 생각이 ‘안철수의 생각’이란 이야기다.
    정말 그렇다면 안철수는 한국 정치지형 상에서 바라보자면 ‘좌파에 조금은 더 가까운 중도’’라 해야 할 것인가?

      주관적인 시각과 객관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안철수의 주관적 시각에서는 그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라고 자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시각에서는 그는 정책면에서 새누리당 쪽보다는 민주당 쪽으로 조금(?) 더 기운 사람이란 평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을 우 쪽에 두고 민주당을 좌 쪽에 둘 경우 그는 좌 쪽으로 '어느 정도인지는' 더 기운 사람이라는 평이 가능하다.

     

  • ▲ 안철수가 '대선출사표'라 할 수 있는 책을 내어 놓았다.ⓒ
    ▲ 안철수가 '대선출사표'라 할 수 있는 책을 내어 놓았다.ⓒ

      결국 안철수는 대선 직전에 민주당 제1 주자(走者)와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를 할 개연성이 더 높아졌다. 이것은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 때의 박원순-안철수 단일화 패턴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12월 대선 때는 혹시 민주당 사람 아닌 그가 단일화의 과실을 따먹을지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

  • ▲ 한국 좌파 운동권의 대부격인 박원순에게 서울시장을 양보한 안철수. 안철수는 박원순 카드를 대선정국에서 어떻게 사용하려할까?ⓒ
    ▲ 한국 좌파 운동권의 대부격인 박원순에게 서울시장을 양보한 안철수. 안철수는 박원순 카드를 대선정국에서 어떻게 사용하려할까?ⓒ

      민주당과 안철수는 결국 서로 협업(協業)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야권연대(실은 좌파연대)로 좌 쪽 ‘집토끼‘들을 굳히고, 안철수가 ’안철수의 생각‘으로 이른바 ’중도’라는 이름의 ‘산토끼’들을 끌어들여 막판에 그 둘을 하나로 합치는 협력관계. 

      안철수는 이쯤 됐으면 자신의 간판을 이젠 정명론(定命論)에 따라 정확하게 정의(定義)해야 한다. 알쏭달쏭한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를 지양하고, 차라리 “나는 광의의 반(反)우파 연합전선 내부의 우 쪽 날개다“라고 자임하는 편이 더 맞지 않을지? 이게 여전히 불명확한 명칭이라면 이런 이름은 어떨까?

    ”나는 반(反)박근혜 연합전선의 ‘산토끼’ 담당이다.“

      세상에는 ‘중도’라는 용어를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안철수 주변에 몰려드는 일정 규모의 표는 물론 엄연히 있는 실체다. 그러나 그들은 ‘중도’라기보다는 ‘꿰이지 않은 유권자들(unaligned voters)’, 나를 매혹시킬 정치인은 한 x도 없다는 유권자들, 그래서 협잡꾼들이 우글대는 진부한 기성정치보다는 인기인의 자극적이고 풍자적인 팝케스트가 훨씬 더 가슴에 와 닿는다는 유권자들이다. 이건 중도가 아니라 폴리테이너(politainer, 정치 탤런트)에 더 끌리는 ‘직업정치 혐오증'’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물론  “너는 뭐냐?”고 여론조사가 물으면 곧잘 “나는 중도다”라고 입버릇처럼 답한다. 그게 어쩐지 좋은 말 같이 들리고, 그렇게 답하는 게 안전 빵일 것 같아서 그러는 것이다. 대중연예 팬 같은 그들 군중(群衆)이 그 무슨 중도라는 심오한 철학적 용어를 제대로 알아서 그렇게 답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중도=어중간’ 정도로 대충 때려잡으면서 그런 자신들을 안철수라는 탤런트를 통해 표출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나 선거판에서 중요한 것은 이들 군중이 막판에 결국 누구를 택하느냐가 박빙 결승전의 최종 승자(勝者)를 가린다는 점이다. 이들은 ‘좌파연대+안철수’ 쪽으로 가는 패와, 박근혜 쪽으로 가는 패로 갈릴 것이다. 그러나 아주 몇 표만이라도 전자(前者) 쪽으로 가는 숫자가 더 많으면 박근혜는 진다. 이래서 박근혜는 긴장해야 할 판이다. 안철수 바람은 박근혜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그렇다면? 승패의 관건은 이들에게 팍팍 먹힐 선전선동이다. 그들은 선동에 약하다. 그들은 감성적이다. 그들은 재미를 추구한다. 그들은 다분히 삐딱하다. 이 삐딱한 정서를 박근혜가 과연 어떻게 다만 얼마라도 끌어 올 수 있을지?

      박근혜 씨, 그런 재주 있나요?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