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괴 위기에 놓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제주별장 보수계획이 제주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려 앞으로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2억4천600만원(국비와 지방비 각 50%)을 투입해 등록문화재 제113호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 '귀빈사(貴賓舍)'를 보수하려고 했으나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다.

    도의회가 지난해 말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4ㆍ3으로 도민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을 보수하기 위해 지방비를 투입하는 것을 4ㆍ3 유족들이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는 4ㆍ3 희생자 유족들은 물론 관련 단체 등을 만나 귀빈사의 독특한 건축양식 등을 잘 설명하고 나서 추경예산을 확보, 사업 추진을 계속할 방침이다. 귀빈사가 구조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아 보수ㆍ보강을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홍성수 제주4ㆍ3유족회장은 "시의 생각을 들어보고 유족 전체의 뜻을 물어봐야지 현재로선 무엇이라 말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유족회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3월 시가 이승만 기념관을 조성한다고 하자 "역사 유물이 그 사람의 업적에 상관없이 보존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복원'이 아닌 '기념관'이 돼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시는 단순한 건축물 보수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동윤 제주4ㆍ3도민연대 공동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분명히 4ㆍ3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그 자체도 역사다. 오히려 이승만의 책임과 4ㆍ3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부담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수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호화롭게 다시 치장하거나 기념관이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하는 것은 역사의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유족회와 관련 단체 등이 단순한 건축물 보수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여 시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귀빈사의 보수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제주시는 애초 20억원이 투입되는 종합정비계획을 세워 귀빈사를 중심으로 기념관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족회 및 관련 단체의 반발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6억9천여만원을 들여 소방과 배수시설 등이 포함된 보수공사만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고, 이후 다시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자 계획을 또 줄여 건축물만 보수하는 쪽으로 재수정했다.

    한편, 구좌읍 송당리 제주축산개발 소유의 목장에 있는 귀빈사는 1957년 이 대통령이 제주도에 국립목장을 설립할 당시 전용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234.7㎡ 규모의 1층 건물이다. 내부에는 16㎡가량의 전용 침실을 포함한 4개의 방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화장대, 응접실, 주방, 벽난로, 욕실, 수세식 화장실, 원형식탁 등이 있었다.

    건축 설계는 미국인이 했으며, 자재는 독일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