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원, 규원 돌려보내라!

      신숙자, 오혜원, 오규원. 이들을 남편, 아빠 오길남이 북으로 데려갔다. 가지 말자는 아내의 눈물겨운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편, 아빠 아닌 전생의 웬수라 해야 옳을 노릇이다. 서울대 철학과와 독일 유학에서 배웠으면 뭘 하나. 남한의 유신체제를 미워한다고 해서 왜 꼭 김일성 김정일의 지옥체제를 지지해야 하는가? 이 어렵지 않은 의문문(疑問文)에 배웠다는 사람들이 곧잘 오답(誤答)을 내놓곤 한다.

      

  • 오길남은 북으로 가자마자 이내 “아차, 내가 잘못 왔구나” 하고 깨달아 다시 공작원으로 파견된 기회를 잡아 서방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와 두 딸은 지금 남편, 아빠 덕택에(?) 요덕수용소에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은 오길남을 충심으로는 용서할 수 없다. 그의 아내와 두 딸이 아무리 “우리 남편 우리 아빠 미워하지 마세요” 하고 읍소한다 해도 나는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아내와 딸들을 그 별것도 아닌 알량한 이론 아닌 허상(虛像)의 희생양으로 바친 남편, 아빠, 정말 싫다,

      그러나 더 화가 나는 것은 윤이상의 행적이다. 윤이상이 탈출한 오길남에게 재입북을 강박하는 장면을 읽을 때는 “이 친구가 악령이 씌었나, 사람이 어찌 이럴 수가?” 하는 전율마저 느꼈다. 그러나 더더욱 화가 나는 것은 그런 윤이상을 위해 무슨 기념관을 짓는다는 것이다. MB도 대통령 되기 전에 그 사업에 관여했다던가?

      도서출판 세이지에서 오길남의 피맺힌 참회와 절규 <요덕수용소의 어둠속으로 잠겨버린 잃어버린 딸들, 혜원 규원>을 펴냈다. 주간조선은 신숙자의 모교 통영 여중고 동문들이 주축이 되어 그 3모녀 구출운동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캠페인을 두고 종북(從北)파, 강남좌파가 뭐라고 할까? 천안함이 북한소행이 아니라고 믿는다는 30%가 뭐라고 할까? 필시 유언비어 조작이라고 하겠지. 한나라당은 그게 표(票)에 썩 도움이 안 된다고 하겠지. 범좌파는 그러다가 김정일 자극해 전쟁 나면 어쩔래, 라고 하겠지. 잘난 ‘비(非)좌파 햇볕’ 지식인들도 그건 ‘중도우파 아닌 꼴통보수‘ 같은 짓이라고 하겠지.

      그래도 우리는 이 신 새벽에 “신숙자, 혜원, 규원을 보내라!”고 종(鐘)을 울려야 한다. 우리가 ‘(짝퉁) 중도실용주의자’ 아닌, 심장을 부르르 떨며 통분(痛憤) 할 줄 아는 참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나? 그것은 우리 자신을 위해 울린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