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우파정당 출법한다면?소수 정파 생존 보장하는 정치제도 만들자
  • 유시민과 진보신당, 정치구도를 개혁하라

    소수정치세력의 활동 보장되도록 제도 개선해야

    민주당의 백원우 의원이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과 관련, “국민참여당 뿐만 아니라 모든 야권이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믿음은 있다. 분열하면 진다”며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지만 국민참여당은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보다 적극적인 것 같다. 다음달 민노당 당 대회 때 하나로 합칠 것이라는 이야기도 여의도에 많이 퍼져있다”고 언급했다.

    여의도에서 어느 정도 소문이 퍼졌는지는 모르나, 현재 민노당, 진보신당, 사회당의 합당 논의가 북한 3대 세습에 막혀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북한 3대 세습 이외에는 전반적인 경제사회 정책에서 유사한 좌파 3정당 간의 통합도 벽에 막혀있는데, 유시민의 참여당이 이 판에 어떻게 끼어들겠는가.

    유시민에 대해서는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이 각각 다른 방향의 대안을 제시했다. 김순덕 위원은 한나라당 입당을, 이대근 위원은 민주당 입당을 권했다. 이에 민노당과의 합당론까지 나오니, 유시민과 참여당의 운명은 그야말로 팔색조 수준이다. 민노당부터 한나라당까지 연대와 합당의 대상이 되는 정당이 과연 있겠냐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유시민 자체의 모호함 탓이 가장 크다. 노무현 정권 당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한미FTA 등의 전도사로 나섰던 인물이, 민노당, 진보신당 등과 어울리려다보니 좌우 양 쪽에서 구애와 비난을 동시에 받게 되는 셈이다.

    민노당 종북주의 노선 비판하며 창당한 진보신당의 좌절

    그러나 이러한 유시민 자체의 결함을 제외하면, 현재의 유시민을 둘러싼 담론에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 이는 진보신당과 민노당과의 합당론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소수파 정치세력이 과연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존재할 수 있냐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민노당의 북한 추종주의와 패권주의를 문제삼으며 출발한 정통 사회주의 정치세력이다. 이 당시 서강대 손호철 교수, 한겨레 홍세화 전문위원, 진중권 등 좌파 논객들은 진보신당의 창당을 적극 지지한 바 있다. 이들은 종북주의 NL노선과는 다른 PD노선의 논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실험은 지난해 지자체 선거에서 사실 상 실패하고 말았다. 진보신당의 대표적 정치인인 심상정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참여당의 유시민을 지지하며 후보를 사퇴했기 때문이다. 오직 독자노선 하나를 내세우며 창당한 정당이, 진보신당에 비해서는 훨씬 오른 쪽에 있는 후보를 위해 사퇴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북한 세습 문제를 제외하곤 자신들과 훨씬 가까운 민노당에서 왜 뛰쳐나왔냐는 것이다.

    현재 26일을 시한으로 못 박은 통합 논의는 분당 때와 똑같이 북한 세습 문제에서 맴돌고 있다. 정성희 민노당 최고위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에 기초해 북한을 비판할 수도, 지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고 이것이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세습 문제를 거론하며 민노당에서 뛰쳐나온 진보신당 세력이 다시 합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 당원을 설득할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진보신당의 경우 당원 민주화가 이뤄진 정당이기 때문에 설사 조승수, 노회찬 등등의 유력 인사들이 민노당과 합의를 한다 해도, 당원 투표에서 언제든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진보신당 당권파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가 발족되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지도부가 통합에 합의하더라도, 이들을 따라가지 않을 진보신당, 사회당, 좌파 운동사회가 중심이 된 또 하나의 정당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조승수 대표는 지금 조직의 일부가 떨어질 수도 있단 각오를 하고 연석회의 논의에 참여한 것"이라고 오마이뉴스가 보도하면서, 진보신당 당원들이 강력히 반발, 기사가 수정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 만큼 당 지도부와 달리 진보신당 당원들은 다시 민노당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유시민의 참여당 역시 똑같은 처지이다. 유시민은 김해 재보선 패배 이후 집요하게 민주당과의 통합 압력을 받고 있다. 이미 좌파 언론과 시민사회가 모두 민주당 중심 통합론으로 돌아서버린 상황에서, 유시민과 참여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후보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유시민 “대립적 연합으로 쏠려 들어갈 가능성” 경계

    유시민은 최고위원회에서 "무언가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계속해서 야권 내부의 경쟁적, 대립적 연합으로 쏠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우리가 원했던 바도 아니"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슨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유시민은 "방법을 찾지 못하면 당의 기초를 마련해 나가기도 어렵고 당의 장기적 발전 전망을 확보해 나가기도 어렵지 않겠냐는 의문이 든다"며 "이 의문을 해결해야만 당의 진로와 관련된 기존의 방침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다"고 당원들에 호소했다.

    아직 시작은 되지 않았지만, 이른바 애국우파진영에서도 독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여론이 일고 있다. 현재의 한나라당으로서는 대한민국의 우파적 정체성을 지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갑제닷컴, 올인코리아 등에서는 다수의 독자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만약 우파진영에서 새로운 정당을 건설한다 하면, 유시민이나 진보신당과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적전분열이라는 내부 비판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총선과 대선에서 과연 한나라당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야할지, 그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바로 유시민이 고민하는 그 지점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수많은 정당들이 창당되었다. 미군정에서는 “한국인들은 셋 만 모이면 창당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내각제 요소가 워낙 많이 가미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정당이 활동하는데 적합했다.

    그러다 1987년 민주화 시대를 열어가면서 국민적으로 합의된 개헌안에서는 내각제 요소보다는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중심제가 더 강화되었다. 특히 1988년 총선 때부터는 중대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전환하며, 소수정당이 존재할 공간이 사라져버렸다. 민주화 흐름으로 다양한 정치세력이 제도권 진입을 시도했지만, 결국 민정당,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 지역주의 정치세력만 살아남게 된 것이다.

    이에 뼈저린 패배를 맛 본 세력이 바로 현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 등의 민중당 세력이었다. 지역주의 구도가 고착된 소선거구제 선거에서 민중당이라는 소수 정치세력이 버텨낼 재간이 없어, 이들은 같은 민주화세력인 김영상 정권과 손을 잡으며 돌파해나갔다. 동아일보의 김순덕 위원이 유시민에 한나라당 입당을 권한 것 역시 이러한 민중당 세력의 방법론을 벤치마킹해보라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통일시대 열어야할 2012년 총선과 대선, 제도개혁으로 소수세력 활동 보장해야

    그러나 그보다는 통일 시대를 열어나가야할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부터는 근본적으로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데 고민을 같이 할 필요가 있다. 조금 힘이 세다고 해서 “내 밑으로 들어오라”고 강권하는 정치를 탈피해보자는 것이다.

    입장이 비슷한 유시민, 진보신당, 그리고 애국세력이 최소한 이 문제 만큼에서는 상호 연대를 할 필요가 있다. 단지 권력구조 개편 뿐 아니라 정치개혁의 큰 틀에서 소수 정치세력의 참여가 보장되는 방식의 제도를 마련한다면, 국민적 동의를 못 끌어낼 이유도 없다.

    벽에다 대고 구호 수준의 개헌을 외치는 현 정부 인사들도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오히려 유시민, 진보신당 등 소수 정치세력부터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묻지마식 통합과 후보 사퇴 압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일, 그게 바로 3당 합당 이후 소수파 정치세력의 길을 걸은 노무현의 정신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