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단일후보, 이봉수로 결정된 이유“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
  •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단일후보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12일 확정되면서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와 본선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번 김해을 선거는 여야 후보가 갖는 상징성으로 인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찌감치 본선 무대를 준비한 김태호 후보는 경남도지사를 거쳐 총리 후보까지 오르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를 지낸 이봉수 후보는 ‘노풍’(盧風)의 근원지에서 격전을 준비하는 만큼 임전불퇴(臨戰不退)의 자세로 맞서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김해을 선거를 ‘이명박 vs 노무현’의 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지지도면에 있어서는 김 후보가 다소 앞선다. 최근 <뉴데일리>가 여론조사 기관인 홀딩페이스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김 후보(46.5%)가 이 후보(39.5%)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지역 일꾼론’을 내세운 김 후보는 경남지사 출신인 만큼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반면 이 후보는 ‘단일화 바람’을 이어 나가며 반격을 노리고 있다. 투표율만 받쳐 준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 김해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좌)와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 ⓒ연합뉴스
    ▲ 김해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좌)와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 ⓒ연합뉴스

    “왜 곽진업이 아닌 이봉수가 올라왔나”

    이날 이봉수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김태호 후보 측은 다소 의아한 표정이다. 민주당 곽진업 후보와 맞붙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김 후보 측은 누가 상대 후보로 결정됐든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역을 돌아보니 전반적으로 곽진업 후보가 이봉수보다 앞선다는 느낌이 강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그런 분위기가 짙었다”면서 “그런데 예상과 다른 것을 보니 민주노동당 김근태 후보가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곽진업-이봉수 양자 대결에서는 곽 후보가 밀릴 이유가 없다”면서 “곽 후보의 지지율을 김근태 후보가 빼앗아 갔거나, 김 후보의 지지율이 이봉수 후보에게 유입됐거나 둘 중 하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야권단일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곽 후보(29.4%)가 이 후보(24.0%)를 5%포인트 이상 차로 따돌린 바 있다. 김근태 후보는 19.2%를 얻어 이 후보를 바짝 추격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7.3%였다.

    김 후보의 지지율 19% 가운데 5.4% 이상이 빠져나가 이봉수 후보에게 흘러들어 갔을 경우, 또한 곽 후보의 지지율 29.4% 중 일부가 김근태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면 가능한 일이다. 다만 잘 모르겠다고 답한 무응답층이 움직였을 확률은 극히 드물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야권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고 지금껏 해온 대로 민심을 얻는 전략을 이어 나갈 것”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시민들을 만나다보니 초반보다 반응이 훨씬 좋아지고 있어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같은 날 후보 등록을 위해 선관위를 찾은 김태호 후보도 야권 단일후보의 결정과 관련해 “누가 됐던 중요한 것은 김해의 미래와 발전에 대해 누가 적임자냐라는 것”이라며 “시민에게 가장 진실하게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이 결국 승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중앙당이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달랐다. 봉하마을에서 흘러나오는 ‘노풍’으로 인해 대결이 예상보다 까다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당 공심위원인 김재경 의원은 “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당을 쥐고 있는 만큼 1석을 얻기 위해 김해에 목을 맬 것임이 틀림없다”면서 “김해 말고는 갖다 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참여당이 거세게 밀어붙일 것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김태호 후보는 본선에서 참여당의 정통 노무현 정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봉수, 김해지역 출마만 5번째 “인지도 높았다”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결정된데 대해 국민참여당 측은 무척 기뻐하면서도 ‘표정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제 겨우 예선을 통과, 본선에 출전하게 된 마당에 자칫 경선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야권단일후보는 야4당 및 시민단체까지 포함해 공동의 대표가 된 것”이라며 곽진업 후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단일후보를 위한 여론조사 경선에 참가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모두 경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자칫 이들과 감정싸움이 빚어질 경우 최종 선거를 앞두고 단일화 붕괴, 지지철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경남지사에 총리후보까지 오른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와의 본선에서 야당의 지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 일각에서는 “참여당은 자당에 유리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게 됐는데도 민주당 후보의 경력을 문제 삼으며 비난 여론을 제기했다”며 감정의 골이 깊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어 유시민 대표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유 대표는 후보단일화 경선 방법론을 두고 민주당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으나, 결국 민주당이 참여당 측 주장을 수용하면서 단일화가 전격 성사됐다.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본선에 진출한만큼 최종 선거에서 승리를 거둬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칫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에 패할 경우, 모든 패인을 유 대표가 짊어져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여당은 이날 ‘원내 0석’의 이봉수 참여당 후보가 ‘원내 제1야당’의 곽진업 후보를 제친데 대해 인지도가 좌우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백만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봉수 후보가 지난해 김해시장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후보 경선에서 현재 민주당 시장에게 2.5%포인트 차로 안타깝게 졌다”면서 “김해지역에서 출마만 이번이 다섯 번째다. 김해 시민들이 이제 알아주시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노무현 대통령과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다. 유시민 대표는 김해에 상주하면서 지역주민들 반응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유 대표와 이 후보는 창원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에게 한 달 넘게 출퇴근인사를 창원터널 인근에서 벌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제 창원터널에 가면 유시민이 있다는 게 상식이 됐을 정도”라면서 “하루가 다르게 시민들 반응이 좋아지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하이파이브에 크랙션도 울려주신다. 신생정당의 정체성을 시민들이 차츰 알아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4.27 재보궐 선거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15일. 참여당은 “김태호 후보를 이겨 노무현 대통령 고향인 이곳에서 승리하는 모습, 기쁜 소식 들고 찾아뵐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