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무상급식, 단계적으로 추진” 재원 계산 확실히··· 민주당의 포퓰리즘과 달라 최문순, MBC 바쳐 민주당 비례대표 됐나
  • “춘천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엄기영입니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시종일관 낮은 자세다. 불같은 카리스마와 칼날 같은 논평도 사라져 있었다. 이 사람이 정말 MBC 뉴스에서 봐왔던 엄기영인지 궁금할 정도다. 단지 기자 앞에는 “내 고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누차 강조하는 수더분한 인상의 한 예비후보가 앉아 있을 뿐이었다.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탓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터뷰 당일도 토론회 준비 탓에 서너 시간도 자지 못했단다. 하지만 충실한 답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답변 하나하나에서는 절실함이 묻어난다. 다만 특정 질문에는 답변하기가 곤란했는지 담배를 꺼내 물기도 했다.  

    이렇게 엄기영 강원도지사 한나라당 예비후보와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가장 원론적이면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부터 꺼냈다.

    - 존경받는 언론인이었다. 왜 갖은 욕을 먹어가며 강원지사 선거에 출마하려고 하는가.

    “(골똘히 생각한 뒤)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내 모든 것을 고향을 위해 바치겠다고 하는데 왜 이리 말들이 많은지 이해를 못하겠다. (한숨) 다만 고향을 위한 결심 때문에 욕을 먹어야 한다면 얼마든지 듣겠다. 고향이 어렵고 힘들 때 강원도의 아들이 돕고 구하겠다고 나서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 한나라당 입당을 두고 보수진영에서 비난을 쏟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많은 분들이 내가 가진 진정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직접 그분들과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언론인 엄기영과 강원지사 후보 엄기영을 혼동하는 것 같다. 당시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입장 때문에 섭섭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목청을 높이며) 이에 대해서는 지금도 같은 입장이다. 당이 잘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겠다.”

    - 현재 강원도에는 동서고​속화 철도 예산 문제, 원주첨단의​료복합단지 실패 문​제, 알펜시​아리조트 적자 누적 등 현안이 즐비한데.​

    “강원도는 그동안 정책으로부터 너무 소외돼 왔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무엇이 급한지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다. 도지사에 당선되면 이 모든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추진 로드맵을 구성해 철저히 하나하나 직접 챙기겠다. 민자든 외자든 국가지원이든 가리지 않고 최선의 방안을 이끌어서 강원도가 최소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도록 만들 것이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 최문순 민주당 후보와의 인연을 소개한다면.

    “최 후보는 춘천고등학교 5년 후배이고, MBC 입사로는 10년 후배다. 아주 능력 있고 사랑하는 후배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최 후보가 MBC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3년 동안 (내가) 뉴스데스크 앵커를 하고 있었는데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아마도 엄 후보 측이 제기한 ‘최문순 후보의 MBC 장악 및 민주당 비례대표 입당 과정’에 대해 말하려 했으나,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문 모양새다. 그래서 조금 돌아가기로 했다.

  • - 후배인 최문순 후보가 연일 공세를 벌이고 있는데 인간적으로 부담스럽지 않나.

    “그렇지는 않다. 서로 노선이 틀리다보니깐 그렇지 이해한다. 좋아하는 선후배 사이에 금이 간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선거 끝나면 만나서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 최문순 후보와 언제 마지막으로 연락했나.

    “서로 경선을 치르느라 정신이 없어 경선 이후에는 연락한 적이 없다. 최 후보도 경선을 치르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선거 끝나면 연락하게 되겠지...” 좀 씁쓸해하는 눈치다.

    - 선후배간 대립구도에 대해 동문들의 반응은 어떤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갈린다. 선택은 스스로의 자유다. 그런데 춘천고에서 쌓아 온 여러 가지로 미뤄 볼 때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 (웃음)” 

    조심스레 한 번 더 묻기로 했다.

    - 최문순 후보의 민주당 입당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는데.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최 후보는 MBC 노조위원장과 언노련위원장을 역임한 뒤 내부직급이 ‘부장대우’에 불과했는데도 사장으로 전격 발탁된 파격인사의 수혜자다. 특히 최 후보는 MBC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당에 큰 기여가 없으면 받기 어렵다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등원했다. 상식적인 입장에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가 아닌가. 많은 분들이 이미 그에 대해서는 잘 알 것이다.”

    즉 민주당 정권을 위해 MBC를 바친 최 후보가 수혜를 입게 됐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리고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가 흘러 화제를 전환했다.

    -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내가 추진하는 것은 무상급식이 아니고 친환경 학교급식이다. 민주당이 재원 계산을 하지 않고 무작정 하겠다고 하는 포퓰리즘과는 다르다. 일단 강원도의 재정을 정확히 파악해 여건에 부합하는 정도로 시행하겠다. 이후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재임기간 중에는 반드시 의무 교육 대상인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목표를 달성하겠다.”

    좀 더 자세히 듣기로 했다.

    - 민주당의 주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급식 정책을 굳이 추진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 교육은 헌법상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다. 이 기간 동안 교육을 받고 또 자녀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은 국민의 의무로 규정돼 있는 것이다. 의무를 지키기 위한 것인데 국가가 이들을 위해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갈 경우, 국가에서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것하고 논리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어 엄 후보는 급식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 지도부와 얼마든지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자신했다. 계속해서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 민주당이 파격적인 입당 제안을 했었다고 했는데 어떤 것이었나. 그리고 그 제안을 거부한 이유는.

    “민주당에서 몸만 오면 돈 한 푼 안들이게끔 모든 것을 해준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거절했다. 강원도를 위해 어떠한 당을 선택해야 이익이 될 것인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색하게 웃으며) 그래서 환영도 없는 한나라당을 찾아가서 직접 입당 서류를 제출했다.” 

    -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도 팽배한데 이 전 지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광재 전 지사는 지난 정권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자리를 내놓게 됐다. 개인적으로 이 전 지사와 가깝게 지내는지라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친분과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강원도를 돌아보니 이제는 많은 도민들이 이 전 지사의 흠결을 알게 됐고 이제는 그를 잊고 있다. 그러면서 누가 과연 강원도를 살릴 수 있을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도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주소를 춘천으로 옮긴 것에 대해서는 “이광재 전 지사의 낙마를 예견한 것은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 고향에서 할 일이 많아 내려온 것일 뿐”이라고 했다.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까봐 조심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 고교평준화 문제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강원도는 2012년부터 춘천(8), 원주(11), 강릉(8) 지역 27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고교평준화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준비과정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 교과부의 지적에 의해 개정이 어렵게 됐다. 2012년부터의 시행을 기대하고 준비하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이 실망했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교과부가 2013년부터는 고교평준화 실시 지정을 각 시·도의회가 하도록 했기 때문에 희망하는 지역은 2013년부터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고교평준화는 한 번 실시하면 교육계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는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보다 면밀하고 다양한 도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신중하지만 결단력 있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평창올림픽 유치, 이번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나.

    (환하게 웃으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강원도의 명운이 달려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저는 동계올림픽 100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면서 강원도민의 열망과 염원을 절실히 느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미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총력지원을 약속했다. 저도 그동안 쌓은 국내외 인맥을 총 동원해 꼭 유치를 성공시키겠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 성공 못지않게 흑자 올림픽이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올림픽 특구 지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 끝으로 유권자들에게 한 말씀.

    “강원도는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누구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바꿔야한다. 더 큰 강원도를 위해 200만 경제, 30만 일자리, 100세 복지 실현을 위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 강원도를 그린 비즈니스의 메카로 만들어 고품질 청년 일자리를 공급하겠다.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해 취약계층과 어르신, 여성,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 대형마트로 고통받는 자영업 도민들의 전업도 지원하겠다. 농어민이 잘 사는 강원도를 만들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