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인사는 출마 고사…몰리는 지역만 후보 난립‘김해을’ 공천두고 친노계 간의 갈등 불씨 점화되나
  • ‘미니총선’ 성격의 4.27 재보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야 모두 후보 선정에 큰 겪고 있다. 자전타전격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거물급 후보들은 대부분 출마를 고사하거나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가 일부 지역에만 후보가 몰리는 등 교통정리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현재까지 공천심사위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강원도지사,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전남 순천 등 접전지에서는 거물급 인사를 대상으로 끊임없는 영입설 및 가상대결이 이어지면서 열기가 가열되고 있다.

    ◇ MBC 前 사장 vs. MBC 前前 사장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우세지역’으로 점쳤던 강원도에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참패, 이번만큼은 절대로 질 수 없다는 분위기다. 현재는 이계진 전 의원, 엄기영 MBC 전 사장 등이 뛰고 있으며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도 당내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 ▲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의 강원도지사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 자료사진
    ▲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의 강원도지사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 자료사진

    특히, 지난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강원도지사직에서 물러난 ‘이광재 동정론’로 만만치 않아 경쟁력 있는 인물로 공천하겠다는 분위기다. 지난 선거에서 이 전 지사에 패한 이계진 전 의원보다는 엄기영 전 사장의 높은 인지도에 기대를 걸면서도 경쟁력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담겨져 있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가 직접 나서 권오규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영입하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권 전 부총리는 정중히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마땅한 카드가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손학규 대표가 계속 접선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MBC 사장 출신이면서도 강원도 출신인 최문순 의원이 출마해야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인지도 면에서는 최근까지도 사장직에 머물렀던 엄 전사장에 비해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나 정치경험이 없는 엄 전 사장보다는 현직 의원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 한나라 “후보 난립”…민주 “후보 영입” 발등에 불

    성남 분당을 경우는 한마디로 ‘혼잡’ 그 자체다. 분당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2일까지 8명이 분당을 보궐선거 출마를 위한 예비후보 등록을 했고 이 가운데 6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강재섭 전 당대표와 박계동 전 국회사무총장을 비롯해 박명희 전 경기도의원과 김기홍 전 인천지법 판사, 한창구 전 분당구청장, 장석일 대한산부인과 의사회 부회장 등 6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기에다가 당 안팎에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출마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강재섭 전 대표의 경우,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데다가 정운찬 전 총리도 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출마권유를 받지 못했다며 아직까지 고사하고 있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외부인사’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신경민 전 MBC 앵커를 비롯해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들 모두 예비 후보들은 모두 고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에 절대란 없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성남을은 경기도의 강남이라 볼 수 있다. 수도권 내 당 입지와도 관련 있기 때문에 강력한 후보 영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친노계 교통정리에 ‘고심’…김태호 귀환 바라는 한나라

    경남 김해을을 두고 한나라당에서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위치한 지역 특정상 노풍을 잠재우기 위한 지역일꾼론에 가장 부합하는 카드라는 것이다.

    다만, 총리 후보에서 낙마된 뒤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 머물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태다.

  • ▲ 경남 김해을 여야 후보에 오르고 있는 (왼쪽부터) 이봉수 노 전 대통령 농업특보, 김태호 전 경남지사,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 연합뉴스
    ▲ 경남 김해을 여야 후보에 오르고 있는 (왼쪽부터) 이봉수 노 전 대통령 농업특보, 김태호 전 경남지사,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 연합뉴스

    야권에서는 친노계의 후보자 ‘난립’ 현상이 빚어졌다. 민주당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점찍고 있다. 현재 당적은 없으나 노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에, 김 사무국장이 나설시 국민참여당과의 후보 단일화 문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이봉수 노 전 대통령 농업특보를 밀고 있는 국민참여당의 계산은 다르다. 같은 친노계열인 김 사무국장이 민주당 혹은 무소속으로 나서게 되면 국민참여당의 존재의 의미가 퇴색되는데다 단일화가 아닌 일방적인 후보선정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순천 후보군, “넘치거나, 없거나”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전남 순천에서는 ‘누가 깃발을 꽂느냐’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노무현 정부 허상만 농림부 전 장관, 김영삼 정부 허신행 농림부 전 장관, 안세찬 전 순천 시의원 등 줄잡아 민주당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약 15명에 이른다.

    다만 당내에서는 ‘순천 양보론’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차기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를 위한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천을 안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 다음 총선에서 불이익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어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다른 고민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단 한명의 예비후보도 등록하지 않은 것. 극심한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 간판으로 호남에 출마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또한 민주당 측에서도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아무 후보나 낼 수는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