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 모습' 고바우 김성환 화백 개인전 개막인사아트센터 29일~10월4일, 풍물화 90점 선보여
  • 잊었던 고향을 서울에서 찾다

    '고바우' 김성환 화백의 고향은 개성이다. 38선이 그어지기 훨씬 전에 서울에 온 개성 부자집 아들은 경복고등학교를 다닐때부터 만화를 그렸다. 6.25남침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당시 일간신문인 연합신문에 '멍텅구리'라는 시사만화를 연재했고, 1955년부터 동아일보 조선일보 문화일보에 유명한 <고바우 영감>4컷짜리 시사만화를 매일 연재하다가 2000년 9월에 붓을 놓았다. 그해 11월1일엔 정부에서 '고바우 영감 50주년 기념우표(아래 사진)를 발행했다.

  • 우표 수집가이기도 한 김화백에겐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었다.
    그때부터 만화에 이어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떠나 어느새 10년, 오늘(29일)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13번째 개인전에 내 놓은 그림은 고르고 고른 90점, 100평 남짓한 전시장에 빽빽하게 걸려있었다.

    구름처럼 몰려든 팬들 틈에서 한눈에 들어 온 그림은 바로 '다듬이질'이다. "어머니..." 그림을 본 순간 저절로 중얼거린 한마디, 어렸을 때 늘 보았던 고향의 어머니, 바로 그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 다듬이질
    ▲ 다듬이질

    <다듬이질> 의식주 모든 생활필수품들을 자가(自家)생산으로 자급자족하던 농경시대는 한국에서 언제쯤 끝났을까. 아마도 70년대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새마을운동의 성공과 함께 서서히 사라져갔을 것 같다.
    도시를 제외한 농촌에서 옷감은 대개 세가지, 목화(木花=綿花)를 재배하여 만드는 면직물, 삼(大麻)를 심어 껍질을 쪄서 실로 다듬는 삼베, 누에를 쳐서 누에고치를 삶아내어 실을 뽑아내는 명주(明紬=실크)등이다.
    가장 대중적인 옷감은 면직물, 일제시대 일본명 '광목(廣木)'으로 부른 면직물은 목화씨를 심는데서 부터 시작된다. 목화가 자라 꽃이 피고 꽃이 하얀 솜으로 변하면 이것을 따 모아 삶아서 실올을 뽑는다.
    일일히 손으로 돌려 실뽑는 작은 나무 기계 이름은 '물레'다.
    수많은 실뭉치('토리')를 '베틀'에 걸어 베를 짜면 비로소 폭 1미터 가량의 천이 생산되는 것이다.
    이 천을 빨고 풀을 먹여서 말린뒤 마지막으로 손질하는 공정이 '다듬이질'이 된다.

    화강암을 다듬은 길쭉한 돌 도마위에 천을 개어놓고 방망이 두개로 두드리는 다듬이질 소리....고요한 산골 밝은 달밤에 울려 퍼지는 다듬이질 소리, 둘이 마주앉아 박자에 맞추 듯 두드리는 리드미컬한 울림 메아리는 그야말로 달밤의 타악기 연주회다.
    "너네 다듬이질 소리가 기중 듣기 좋지, 너두 크면 니 엄마처럼 길쌈 잘하는 색시 얻어야지, 응?"
    어머니의 길쌈을 돕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심부름하는 열살배기 소년에게 자주 하던 말이었다.
    '길쌈'이란 옷감을 생산하는 일체의 공정을 통트는 단어, 삼베와 명주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또 얼마나 복잡하고 고단한가. 일년내내 김쌈하랴 농사지으랴, 농촌 어머니들은 남정네들보다 훨씬 바쁘고 힘든 삶을 살아야했다. 이제는 민속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물레, 베틀, 다듬이돌과 다듬이 방망이...농경문화의 유물인 그것들은 70년대 산업화가 가져온 '여성해방'의 증거물이기도 하다.
    어머니.....김화백의 그림속 아낙네는 눈 내린 겨울 밤 등잔불 곁에서 다듬이질 하는 어머니 얼굴이다.

  • ▲ 아가야, 잘자라
    ▲ 아가야, 잘자라

  • ▲ 농촌마을(1) 절구질
    ▲ 농촌마을(1) 절구질
    돌 전구나 나무 절구에 벼나 보리를 넣고 나무 몽둥이 '절굿대'로 껍질을 벗기는 방아찧기.
    새벽같이 일어나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르고 방을 나선 어머니는 저녁 밥상을 차녀놓고서야
    수건을 벗는다.
  • ▲ 부엌
    ▲ 부엌
    농촌의 전통적인 부엌, 부뚜막에 걸린 가마 솥, 아궁이에 나무를 불때는 어머니.
    닭 한쌍이 배고픈 듯 기웃거린다.
  • ▲ 이고 지고
    ▲ 이고 지고
    쌀가마를 지게에 지고 장에 가는 남자는 쌀을 팔아 아들 등록금을 장만하려는 것일까.
    다라니를 머리에 이고 가는 아낙은 장바닥에서 떡이라도 팔러 가는 길인가.
  • ▲ 건널목
    ▲ 건널목
    '철마'라는 말이 실감나는 기관차, 검은 연기와 흰 증기를 뿜으며 달려드는 열차를 건널목에서 지켜보는 농민 가족들. 한복이 평상복이던 시대도 사라졌고, 증기기관차가 디젤기관차로 바뀌고 이제는 전철로 초고속 KTX로 탈바꿈했다.
  • ▲ 두레박
    ▲ 두레박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흘러간 50년대 유행가 '앵두나무 처녀'는 농촌 우물가 스캔들을 노래한다. 부잣집이야 안마당이나 뒷마당에 전용 우물이 있었지만, 동네사람들은 공동우물 물을 길어다가 먹기 마련이다. 총각 처녀들이 물지게 지고 물동이 이고 물 길러 오다가다 눈 맞추고 사귀는 데이트장소이며, 청상과부가 어느 집 머슴과 바람나는 사교장이기도 하다.
  • ▲ 호미질
    ▲ 호미질
    뙤약볕에 김매기는 얼마나 지겨운가. 작물의 성장에 따라 수확까지 몇차례나 반복되는 잡초제거 호미질.
    작물 밭이 얼마나 깨끗한가에 따라 그 집의 살림솜씨가 가늠되었고 생산성을 좌우하는 것이므로, 동네 사람들은 부족한 일손을 합쳐 교대로 품앗이를 해주는 것이 농촌의 전통적인 노동관습이었다. 농약이 나오기 전, 무공해 농작물 생산시대의 일.
  • ▲ 쟁기질
    ▲ 쟁기질

  • ▲ 키질
    ▲ 키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