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 ▲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치판에서 유일하게 20%가 넘는 고정표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며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에 버금가는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박 전 대표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이며 현재로선 그와 대적할 만한 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무엇이 그를 이런 대형 정치인으로 만들었을까. 오는 26일 발매될 주간지 '위클리 경향'은 40명의 전문가에게 박 전 대표를 물었다. 설문조사는 지난 12~15일 실시했다.

    '박근혜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설문에 참여한 40명 전문가 중 19명(47.5%)이 '절제된 말과 행동'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얽히고 설킨 정치상황을 항상 '외마디'로 정리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대전은요?" 한 마디로 판세를 뒤집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는 "참 나쁜 대통령"이란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지난 대선 때도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출마하자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4·29 재보선에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정수성 후보 사퇴종용 논란에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교통정리를 했다.

    이런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절제된 말과 행동'은 그의 이미지 형성에 분명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여기에 이젠 그의 정치에 트레이드 마크가 돼 버린 '원칙'이란 이미지가 오버랩 되면서 박 전 대표의 위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이 조사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이냐'고 묻자 응답자 40명 중 14명이 '원칙'(35%)을 꼽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박 전 대표의 힘을 키운 데 한몫 했다. 이 조사에서 일부 답변자는 '이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오히려 원칙을 앞세운 박 전 대표 리더십을 부각시켰다'고 했다. 또 '말에 책임을 진다', '카리스마가 말 한마디에 집중된다' '기성 정치인과 달리 나름대로 원칙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박 전 대표의 힘은 '절제된 말과 행동', '원칙'으로 요약될 수 있다.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때만 해도 그의 이미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딸', '공주', '여성 정치인' 등이 강했지만 이번 조사에서 '공주'라는 이미지는 두 명만이 답했고, '여성 정치인'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단 한명 뿐이었다. 박 전 대표가 '여성'이란 핸디캡을 상당부분 극복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박정희 딸'이란 이미지는 강하다. '박 전 대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자 40명 응답자 중 17명(42.5%)이 '박 전 대통령 딸'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박 전 대표가 나름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선친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중도 또는 진보 성향 전문가들이 이 답변을 많이 했다.

    이 주간지는 "박 전 대표에게 '박정희 딸'이란 이미지는 '굴레'이기도 하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면서 "이런 점에서 '박정희 향수'는 박 전 대표 이미지 구축에 양날의 칼 처럼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은 다음 설문조사 결과가 뒷받침한다. '어떤 이유 때문에 박 전 대표가 국민에게 영향력이 큰 정치인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응답자 40명 중 16명(40%)가 '차기 대권 유력한 주자'라고 답했다. '아버지 박 전 대통령 영향력이 크다'는 응답은 절반인 8명(20%)에 불과했다. 박 전 대표의 위력이 선거에서 나타난다고 본 전문가도 7명(17.5%)이나 됐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이미지와 평은 이전보다 분명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여성' '공주' 등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원칙' '절제된 말과 행동' '촌철살인'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가 더 자신을 표현하는 말이 됐기 때문.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고민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의 '미국 발언'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지난 방미 기간 중 기자간담회를 통해 "소위 친박이라는 분들이 당이 하는 일에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느냐"며 당 화합 책임론에 대해 불만을 쏟았는데 40명의 응답자 중 23명(57.5%)이 '한나라당 갈등에 일정 부분 친박의 문제점이 있다'고 답했다. 이 답변에서는 '비주류라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비주류라도 당원이다'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문제는 대통령이지만 친박이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노선이 옳다 해도 통합의 모습이 부족하다' '1차적으로 친이가 책임이지만 박 전 대표도 책임이 있다' '친박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잘못이나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한나라당 갈등에 친박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3명(32.5%)이었다.

    [다음은 설문조사에 참여한 정치 관련 학자 및 전문가 40명(가나다 순)]

    강명구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 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권해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권혁범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광동 나라정책원 원장, 김도종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 김병국 지방행정연구원 실장, 김영명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용민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종배 정치평론가, 김태영 강릉대 교수(사회학), 박상필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박주필 정치컨설팅 화성커뮤니케이션 대표,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석철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신동준 21세기정치연구소 소장, 신복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부근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 대표,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경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윤해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치·사회조사팀장, 이경태 여론조사기관 P&R 대표,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정치학),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종훈 시사평론가,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 정상호 한양대 교수(정치학),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찬수 정치컨설팅 MIN이사,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조현연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