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가 드러낸 한국病
      
 메르스 사태는 우리가 갈 데 없는 후진국임을 드러냈다.
이걸 보고 빈정대는 중국과 일본 사람들의 혹평에 대해
화가 치밀면서도 딱히 할 말은 없다.

한국의 ‘발전’을 아니꼽게 여겼을 저들이
“그러면 그렇지 너희가 선진국?”하고 씹어대는 것을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당국의 초동대응 미숙에 더 분통이 터진다.
 
 정치인들은 6월 1일까지도 이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보건당국은 발 빠른 대처는 고사하고 정확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역시 메르스 발병 15일민에야 대통령 주재의 대책회의를 열었다.
뭐 이런 정치인, 이런 관료, 이런 정부가 있나?
자택격리 중인 사람이 골프를 치러간 것 역시 국민적 차원의 무심함을 드러낸 사례였다.
전 세계는 메르스에 못지않게 이런 우리의 후진성을 더 꼬집고 있다.
 
 왜 이런 후진성인가?
한 마디로 우리가 거창한 담론에는 강한 반면에
실제와 디테일에 약하고 대충 대충이고 건성 건성인 탓이다.
예컨대 우리는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같은 거대담론에 있어서는
치열을 극할 지경이었지만, 무엇을 꼼꼼히 챙기고 관리하고 경영하는 데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대기업들이 그래도 그런 실전(實戰)에서 국제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정치인과 관료들은 공리(空理), 공담(空談)을 일삼던 옛 사림(士林) 문화의 부정적 측면 그대로다.
 
 산업화 과정에서 관료들의 구태가 많이 시정되기도 했으나
민주화 이후 들어 그들의 무사안일, 복지부동이 , 철밥통 주의가 부쩍 더 심해졌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관피아 문제'를 강조했어도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그런 그들의 연금제도를 개혁하려고 했으나
이걸 여-야가 합작해서 김을 빼버린 게 작금의 포퓰리스트 정계요 국회요 정치인들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부족과 인사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기는 했어도
적어도 공무원 연금 개혁 등 그의 4대 개혁론만은 충분한 정당성을 갖는다.
이걸 수포화 시킨 여-야 정계는 반개혁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는 이처럼 단순한 의료 보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치, 행정, 사회, 문화가 안고 있는
부정적인 구석(한국病)들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사태였다.
‘지도층이라는 사람들과 국민일반이 다 함께 곰곰 생각해야 할 순간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