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은 헌정(憲政)을 습격했다...'펑'하며 노란 연기 피어올라, 헌정사상 초유
  • ▲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22일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며 최루탄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22일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며 최루탄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폭탄이라도 있으면 국회를 폭파시켜 버리고 싶다. 국민의 명령이라면 목숨을 아끼지 않겠다."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대의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극단적 테러리​스트를 보는듯 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헌정 초유의 사태를 벌인 뒤, 야5당 기자회견장에서 "국회를 폭파시켜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본회의가 예정된 오후 4시께 국회 의장석을 경위들이 호위, 사실상 '몸싸움'이 불가능해지자 최루탄을 터뜨렸다. 

    의장석 앞 발언대에 선 그는 갑작스럽게 최루탄을 터뜨린 뒤 장내가 혼란해진 틈을 타, 새하얀 최루탄 분말을 한 움큼 쥐어 의장석을 향해 날렸다.

  • ▲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뒤 거리로 나와 시위대를 선동하는 김선동 의원ⓒ뉴데일리
    ▲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뒤 거리로 나와 시위대를 선동하는 김선동 의원ⓒ뉴데일리

    최루탄이 폭발하자 의장석에 앉아 있던 정 부의장은 얼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정 부의장은 경위들의 도움을 받으며 잠시 의장석에서 물러났다.

    최루탄 분말을 뒤집어 쓰고도 두 손으로 발언대를 꽉 움켜 쥔 김 의원은 마치 '테러리스트 게릴라'처럼 보이기도 했다.

    김 의원의 '돌출행동'에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 하려는 국회 의사진행 절차가 잠시 지연됐다.

    당시 본회의장에 있던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노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면서 "'사과탄' 같았다"고 말했다.

    최루탄 가루가 밀폐된 본회의장을 채우자 여야 의원들은 연신 ‘콜록콜록’ 기침과 함께 눈물, 콧물을 흘리며 본회의장 밖으로 뛰쳐나왔다. 한 의원은 “본회의장은 아비규환”이라고 본회의장 상황을 전했다.

  • ▲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뒤 정의화 부의장을 향해 최루 가루를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뒤 정의화 부의장을 향해 최루 가루를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본회의장을 사수한 나머지 의원들은 "얼굴이 매워 숨을 쉴 수 없다"면서 보좌진들에게 물티슈와 마스크 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기자들이 출입하는 방향의 4층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민노당 당직자들이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노당 김선동의원은 국회 경위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 김 의원은 경위와 몸싸움 벌이면서 “너희 한나라당, 국민이 무섭지 않느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본회의장에 다시 입장했고, 일시적으로 격리 조치됐다.

    김 의원은 최루탄을 터뜨리기 전에 가방 하나를 들고 단상 주변을 한동안 서성였고, 단상에 서자마자 허리를 굽혀 최루탄 뇌관을 뽑았다는 게 본회의장 참석 의원들의 전언이다.

    국회 사무처는 일부 의원들이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자 의료진을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최루탄 가루를 피한 의원들은 오후 4시20분께 본회의장에 재입장했고, 정의화 부의장도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의장석을 다시 찾았다. 동시에 국회사무처 측은 진공청소기 등으로 단상 주변을 정리하는데 분주했다.

  • ▲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진 뒤 취재진이 몰리고 있다. ⓒ뉴데일리
    ▲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진 뒤 취재진이 몰리고 있다. ⓒ뉴데일리

    국회 경위들에 둘러싸인 정 부의장은 오후 4시24분 의사봉을 쥔 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 의원 40여명이 일제히 단상으로 몰려나와 정 부의장에게 삿대질하거나 단상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격하게 항의했다. 본회의장은 고성과 욕설로 채워졌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 점거’를 위한 실력저지에 나서지는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명분이 없어 야당이 소극적 저지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은 표결 참여를 위해 자리를 지켰다. 최루탄 가루 때문에 적지 않은 의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양손으로 손수건을 잡고 코와 입을 막기도 했다.

    빗발치는 항의 속에 정 부의장은 ‘본회의 비공개’ 여부를 묻는 표결을 시작으로 한-미 FTA 처리 수순을 밟았다.

    표결 직후 일부 야당 의원이 의장석에 놓인 의사봉 받침을 빼내는 등 저지에 나섰지만, 결국 경위들에게 제지당했다.

    김선동 의원은 "한-미 FTA는 위헌법률이다. 국민 여러분들이 한나라당 일당과 독재세력을 응징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의 솔직한 마음은 폭탄이라도 있으면 일당독재 국회를 폭파시켜 버리고 싶다. 국민의 명령이라면 목숨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최루탄 구입경로, 언제부터 소지했냐 등 질문이 잇따르자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입을 꾹 다물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민노당 김선동 의원에 대해서는 형법 13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회 회의장 모욕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138조는 국회의 심의를 방해 또는 위협할 목적으로 국회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모욕 또는 소동을 벌인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은 특히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채 이런 죄를 범한 때에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무원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의 진행 방해물건 등의 반입금지 위반(국회법148조)’, ‘특수공무방해죄(형법144조)’ 등 법률을 근거로 김 의원의 체포를 요구하고 있다.

  • ▲ 22일 오후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뒤집어 쓴 채 본회의장 의원 발언석에 서 있는 모습. 뒤에서 정의화 부의장이 괴로워하고 있다. <YTN 보도화면> ⓒ연합뉴스
    ▲ 22일 오후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뒤집어 쓴 채 본회의장 의원 발언석에 서 있는 모습. 뒤에서 정의화 부의장이 괴로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선동 의원의 이같은 자폭성 최루탄 테러는 세계적 망신살을 샀다. 이날 외신은 대한민국의 ‘최루탄 국회’를 신속 보도했다.

    전 세계 주요 통신사들은 이날 여당이 야당들의 반대 속에 한-미 FTA 비준안을 강행처리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의사당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사건을 함께 소개했다.

    프랑스의 AFP통신은 긴급 기사를 통해 “한 야당의원이 협정에 대한 저항으로 국회의사당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지 몇 분 후 국회가 한-미 FTA를 비준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통신은 의원들이 최루탄 때문에 재채기를 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TV로 공개됐다고 소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국회가 비공개회의를 통해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했다면서 “다수당이자 여당인 한나라당이 미국이 비준한 지 1개월 후 국민의 넓은 지지를 받는 한-미 FTA의 비준안을 통과시켰다”고 타전했다.

    아울러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 언론을 인용, 집권 한나라당이 표결처리했다고 보도했고, 미국의 AP통신도 연합뉴스를 인용해 한-미 FTA 비준안 통과 사실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