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파괴에 구경만 할수 없다" '찬성단체' 신청하고 '거부운동'...명백한 불법
  • 북한민주화 운동가가 서울시 주민투표 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하태경 /열린 북한방송 대표

  • 북한 민주화 운동이 본업인 필자가 이번 주 월요일부터 서울시 주민투표 운동에 뛰어들었다. “복지 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약칭 투표참가운동본부) 대변인을 맡은 것이다. “북한 민주화”와 “복지 포퓰리즘 추방”은 왠지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지인들은 왜 외도를 하느냐고 물어온다.

    사실 나도 이 단체에서 대변인 활동 제의가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망설였다. 하지만 야당과 좌파 단체들에서 “투표 거부”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제의를 수락했다. 지금 범야권에서 전개하고 있는 투표 거부 운동은 일종의 민주주의 파괴 운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경만 할수 없는 민주주의 파괴운동

    나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운동가이다. 80년대 남한의 학생운동을 할 때도 그랬고, 지금 하는 북한 민주화 운동도 그렇다. 80년대 이후 남한의 민주주의는 점진적으로 성숙해왔다. 때문에 남한의 민주주의 문제는 내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야권의 투표 거부 운동은 질적으로 달랐다. 이것은 명백히 민주주의 파괴 운동이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 불참 운동도 정당한 의사 표현의 한 방식일 수 있다. 투표 불참 운동 그 자체를 두고 민주주의 파괴 운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이번 투표에서는 "투표 거부 운동"을 결코 해서는 안될 단체가 거부 운동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투표 거부 운동을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그 단체는 바로 민주당을 포함한 야 5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이 주도해서 만든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이하 투표거부운동본부)이다.

    이 단체가 투표거부운동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바로 서울시 선관위로부터 찬성운동 대표단체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투표하는 각각의 안에 대한 찬성운동을 주도하는 "대표단체"를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 단체는 이번 주민투표에서 <제2안>인 "전면적 무상급식"안의 찬성대표단체로 지정되어 있다. 제1안인 “단계적 무상급식” 안의 대표단체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이다.

    '찬성단체' 신청하고 '거부운동'...명백한 불법자행

    그런데 문제는 “투표거부운동본부”가 제2안의 “찬성” 대표단체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자신이 약속한 “찬성” 운동을 하지 않고 이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표를 거부한다는 것은 “제1안”, “제2안” 모두를 거부하는 것이다. 때문에 투표 거부 운동을 하려고 했다면 <제2안> 찬성대표단체로 신청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찬성대표단체로 신청했다면 응당 자기가 약속한대로 <제2안> 찬성운동을 해야했다. 거부 운동이 아니라 말이다. 결국 이 운동본부는 주민투표법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이 불법행위는 일종의 공무방해죄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이 운동본부는 “제2안”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기만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이 "투표거부운동본부"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 5당과 범좌파 세력들이 총연합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의 범야권이 모두 불법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취약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좌파는 그 동안 보편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 인권 문제이다. 그들은 남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주장하면서도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서는 침묵해왔다. 그들이 일종의 사이비 민주주의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할 때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그들이 이번에 반민주적인 불법투표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보편적 민주주의자가 아니고 선별적 사이비 민주주의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민주주의 기본 룰을 깰 수 있는 것이다. 

    비겁한 선관위, 야권 불법 앞에 굴복 

    더 우려스러운 것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서울시 선관위도 민주주의 원칙을 크게 후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투표거부운동본부”라는 이름에서 바로 드러나듯이 이 단체는 처음부터 투표 거부를 표방한 단체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 단체를 전면 무상급식 “찬성” 대표단체로 지정했다. 이 단체의 활동 목적을 조금이라도 알아보려고 노력했다면 이런 바보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을텐데, 범야권에서 총연합해서 단체를 만들어오니 그 위세에 눌린 것이다. 선관위는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정치권의 압력에 굴한 것이다. 

    이처럼 서울시 주민투표에서는 야당, 좌파 시민단체, 선관위 모두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한나라당을 포함한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과 언론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필자는 더욱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나라도 나서서 이 문제를 외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감을 느낀 것이다.

    민주주의 뒤엎는 '체제 파괴' 좌시 말자

    이제 8월 24일 실시되는 서울시 주민투표의 핵심 쟁점은 단계적 또는 전면적 무상급식이라기 보다, 민주주의 수호냐 파괴냐로 전환되었다. 때문에 민주주의 운동가임을 자부하는 필자가 나설 수 있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필자 뿐만 아니라 모든 서울 시민들은 자신들의 민주주의가 심대히 위협받고 있음을 직시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싸움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