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7년 현정스님의 일본 표류기 번역본.ⓒ 연합뉴스
    ▲ 1817년 현정스님의 일본 표류기 번역본.ⓒ 연합뉴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10일 간행할 예정인 ’일본표해록’은 대마도가 조선 땅이라는 증언을 담은 몇 안 되는 책 가운데 하나다.

    전남 화순에 있는 쌍봉사의 화원승(畵員僧)이었던 풍계(楓溪) 현정(賢正)스님이 쓴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 표류해 7개월여를 지냈던 기록을 담은 것이다.

    현정 스님은 1817년 말에 해남 대둔사의 요청으로 경주에 천불(千佛)을 조성하려고 불상 768위를 싣고 가던 중에 풍랑을 만나 일본으로 표류하게 됐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일본인들의 풍습과 조선인들에 대한 생각과 태도 등을 자세히 기록했는데 지금 봐도 흥미로운 부분이 적지 않다.

    가령 당시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조선인의 아이를 낳으면 나라에서 돈을 준다는 내용이나, 일본인들이 조선을 ’부처님의 나라’로 여기고 중국인들보다 더 극진하게 대접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왜녀가 우리나라 사람과 정을 통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나라에서 지극히 귀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왜녀들이 반드시 사사로이 정을 통하고자 한다. 그 사람들은 이 때문에 혹시라도 우리나라 사람들과 정을 통하면 그 여자가 스스로 관부에 가서 말한다. 관부는 국왕에게 보고하고 출산할 달수를 계산하여 아이를 낳으면 관에서 돈을 준다.”(54쪽)

    또 대화할 때 ’일본’이라고 말하면 좋아하고 ’왜(倭)’라고 말하면 싫어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현정스님은 대마도를 거쳐 귀국했는데, 이 대목에서 대마도인들이 “우리도 조선인”이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그가 대마도에 도착하자 대마도인들이 환영하며 “우리도 조선인”이라고 말했으며 그가 보기에 실제로 그들은 대부분 조선어가 능했으며 한번도 일본을 ’본국’이라 말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1818년 1월 조선인 표류민을 만났던 기억을 더듬어 그렸다는 일본 화가 우키다 잇케이(浮田一蕙)의 그림 ’조선표객도’가 일본에 전해지고 있어 현정스님의 이 글의 신뢰성을 더한다고 연구소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