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공식 일정 아니었고, 개인 소신 발언일 뿐"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린 故 백남기 씨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 뉴시스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린 故 백남기 씨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 뉴시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고(故) 백남기 씨의 중앙대 명예졸업장 수여식에 참석, 고인을 '열사'로 호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백남기 씨는 2015년 11월 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1년 넘게 의식을 찾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특히 백씨가 사망한 뒤 그 원인을 '병사'라고 기재한 서울대병원의 사망확인서를 놓고 논란이 벌어져, 전 국민적 주목을 받았다.

    논란 끝에 백씨의 사망원인은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됐으며, 현 정부 출범 직후 이철성 경찰청장이 직접 사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백씨의 사망원인이 외인사로 변경됐다고 해서, 치안을 관장하는 사회부총리가 '열사'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씨가 참여한 1차 민중총궐기는 도심폭동을 연상시킬 만큼 격렬한 폭력시위로 변질됐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 버스 수십대가 고철덩어리로 변했고, 경찰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경찰버스에 방화를 하려는 시위대의 모습이 취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현직 사회부총리가 백씨를 '열사'로 표현한 것은, 당시 폭력시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백남기씨 명예학위 수여식에 김 부총리, 현직 의원들 참석

    중앙대는 16일 오후 서울 흑석동 본교 대학원 건물에서 백씨에 대한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수여식에는 김 부총리를 비롯해 김창수 중앙대 총장, 고인의 가족과 친구, 김영진·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교수·학생 등 100여 명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8년 중앙대 행정학과에 입학한 백씨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1971년과 1975년 두 차례에 걸쳐 제적됐다. 1980년에는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그는 가톨릭농민회·전국농민회총연맹 등에서 투쟁 활동을 이어갔다.

    2015년 11월 민주노총이 주도한 '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 참가한 백씨는, 시위 도중 중태에 빠졌으며 작년 9월 사망했다. 학교는 백씨의 유족에게 명예졸업증과 공로패를 수여했다.

    백씨의 동문 이○○씨는 "교내 의혈탑(4.19 때 숨진 중앙대학생 6명을 기리는 탑)에 백남기 동상을 만들어 달라"고 발언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 "김 부총리 발언 공직자로서 부적절"

    '열사'(烈士)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위해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해 싸운 사람'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김 부총리는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평생 불의에 맞서 싸우다 공권력에 의해 안타깝게 희생된 '백남기 농민 열사'를 기린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고인의 희생이 촛불항쟁과 문재인 정권 탄생으로 이어졌다"며, 백씨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부총리 발언에 대해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부총리가 갖는 사회적 지위를 고려했을 때, 이번 발언은 백씨를 '열사'라고 호칭하는 기준이나 잣대가 될 수 있다.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중앙대 방문은 김 부총리의 공식 일정이 아니었고, 개인 소신 발언이었다"며 "아마도 행사 취지에 맞게 말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故백남기 씨의 딸 백도라지 씨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故백남기 씨의 딸 백도라지 씨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