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원치 않는다면 사드 비용 다른 곳에 쓰겠다' 발언 알려져靑 "들은 적 없고, 기억 못해… 당연한 질문, 중요하게 생각 안해"
  •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딕 더빈 미국 상원 예결위 국방소위 민주당 간사와 회동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딕 더빈 미국 상원 예결위 국방소위 민주당 간사와 회동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미국 상원 예결위 국방소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딕 더빈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와 관련해 '송곳 질문'을 했지만, 청와대는 이와 같은 사실을 브리핑하지 않았다.

    더빈 의원과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일부 시인하는 등 뒤늦게 해명에 나서,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을 일부러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은폐 논란'이 불붙고 있다.

    더빈 의원은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약 한국에 산다면 북한이 전쟁 발발시 한국에 퍼부을 수백 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드 시스템을 원할 것 같다"며 "한국이 사드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9억2300만 달러(약 1조300억 원)를 다른 곳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더빈 의원은 이러한 뜻을 전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했을 때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전날 청와대가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과 더빈 의원과의 회동 브리핑에서는 그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았다.

    전날 오후 4시부터 40분간 문재인 대통령과 더빈 의원과의 회동이 있은 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더빈 원내총무는 '한국 도착 즉시 사드 뉴스를 많이 들었는데, 이 점에 대한 한국의 생각은 어떤 것인가 듣고 싶다'고 설명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와 관련한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의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이에 대해 더빈 의원은 "환경적 우려가 합리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다뤄져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전해, 회동이 공감대 속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더빈 의원이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을 송곳과 같이 직접적으로 질문했다는 점이 밝혀짐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은 전혀 다른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됐다.

    더빈 의원은 상원의 민주당 원내총무인데다 예결위 국방소위의 간사를 맡고 있어 실제로 예산 관련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꾸 사드를 논란거리로 만들려는 것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불만과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와 관련해 "더빈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를 원치 않으면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말을 했다던데, 청와대는 문제가 된 위 발언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반드시 국민에게 알려야 할 한미 간의 중요 문제를 청와대가 고의로 누락했다면 이 문제야말로 청문회와 진상조사감"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는 급히 진화를 시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저녁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9.23억 달러를 들여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데 논란이 생긴다는데 놀랍다'는 발언은 있었다"면서도 "미국 정치인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질문이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배치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정권교체가 됐지만 나는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더빈 의원이 공감했다"며 "(더빈 의원의 세금 발언이) 한미 간의 사드 갈등으로 노정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논란이 된 '한국이 싫다면 사드 관련 세금을 다른 곳에 쓸 것'이라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전날 회동에서 더빈 의원의 그러한 발언을) 들은 적이 없고, 기억하지 못한다"며, 회동 녹취록에도 그러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