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친문세력, 개헌논의 방해위한 보고서 작성… 경천동지할 노릇"김부겸 "몇몇 사람에게만 회람되는 것 오해 불러올 수 있다"
  •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의 이른바 '개헌저지 보고서'가 논란을 빚고 있다.

    당의 공식 싱크탱크가 경선을 치르기도 전에 문재인 전 대표를 사실상 대선 후보로 가정한 데 이어 '반문(反문재인)연대'로도 불리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형성할 '제3지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개헌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개헌 논의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일부 인사들에게만 전달해 패권주의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 보고서에서 연구원은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개헌특위에) 4년 중임제에 긍정적이거나 비슷한 입장을 가진 의원을 다수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극적 개헌론자나 이원집정부제 주장자의 특위 참여를 소폭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에 대해 반대하며, 대선 후에 개헌한다면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개헌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은 이인영 의원이 평소에 개헌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또한 "현실적으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뒤의 경제 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이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가 촛불 민심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란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동아일보'는 "지난달 29일 작성된 이 보고서는 개헌이 주요 내용이지만 민주당 개헌특위 위원들과 당 전략기획위원장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며 "당내의 일부 친문(親문재인) 인사들에게만 친전 형태로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논란에 국민의당이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친문세력이 개헌논의를 방해하기 위한 전략보고서를 작성한 사살이 언론보도에 의해 밝혀졌다"며 "경천동지할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장진영 대변인은 "천금같은 개헌의 기회를 살려보자는 개헌특위에 개헌에 소극적인 인사를 참여시켜 논의를 방해하겠다는 의도가 사실이라면, 세월호 특조위에 세월호 조사를 방해하는 세력을 심어 고귀한 생명을 놓고도 당리당략만 좇는 죄를 저질렀던 새누리당과 다를 게 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친문 패권세력은 1000만 촛불민심과 역사가 두렵지 않은가. 정치를 교체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한낱 정권 잡을 기회로 쓰고 버리고자 한다면 국민이 들고 일어설 것"이라며 추미애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 ▲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민주당 비문(非문재인) 대선주자인 김부겸 의원도 민주연구원에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김부겸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당의 공식기구인 민주연구원이 벌써 대선 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부겸 의원은 "민주연구원은 특정 후보가 아니라, 당의 집권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민주연구원의 본분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기 바라며 특정 후보 편향의 활동은 당의 단결과 통합을 해치는 해당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결론에서 당이 개헌논의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건의했지만, 당론을 정해야하는 민감한 개헌 이슈에 대한 보고서가 몇몇 사람에게만 회람되는 것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해당 보고서가 일부 인사에게만 전달됐던 점을 꼬집었다. 

    이에 민주연구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한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민주연구원은 "다양한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당 지도부에 보고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활동"이라며 "개헌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29일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대선주자 5인에게도 배포했고, 개헌특위는 30일 구성됐으므로 (개헌 보고서와 개헌 특위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용익 민주연구원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에게만 전달된 것에 대해 "작성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는 지도부용이라 배포처를 지도부에 국한했다"고 해명했다. 

    김용익 원장은 보고서에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해석되는 문장들이 많다는 지적에는 "유불리 입장으로 쓴 게 아니다"라며 "5명 후보들이 어떻게 시너지를 발휘하고 잘 화합해서 당이 집권하는가는 입장에서 정리했다"고 답했다. 

    그는 "표현 중 어떤 부분은 문재인 후보 어떻고 그런 말은 들어가 있지만, 전체 기조가 우리 당이 어떻게 하면 개헌 논쟁에서 가장 국민 이익 대변하면서 개헌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거 막을지 문제의식을 갖고 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가 친문 의원들끼리만 돌려봤다는 의혹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력 부인했다.

    추미애 대표는 논란과 관련 "제가 그런 작업을 지시한 바가 없다"며 "진상조사를 한번 해보겠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개인 연구원 차원의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경기 파주에 있는 1포병여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지도부 지시를 받지 않고, 개인이 연구수행을 해 당의 균형과 공정성을 해친다고 하면 제가 문책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추미애 대표와 민주연구원의 해명에도 당내 친문 사당(私黨)화, 패권주의 논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공식 싱크탱크가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해석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개헌을 중점으로 다뤘음에도 개헌특위 소속 의원조차 해당 문건에 대해 몰랐던 점 등을 놓고 또다시 친문·비문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