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불참으로 5·17 전국상임위 무산 재연되면, 非朴 '플랜B' 모색할 듯
  • ▲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앞서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의총에 출석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앞서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의총에 출석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박계의 '보이콧' 승부수는 건재할 것인가. '지도부 퇴진론'을 다룰 의원총회를 앞두고, 새누리당 내의 전운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4일 오후 4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연다. 황영철 의원 등이 새누리당 당헌 제87조 2항에 따라 의원 50명의 서명을 받아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적법하게 소집을 요구했다. 당헌 제87조 2항은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원내대표가 의총을 소집하도록 규정한다.

    의원총회의 안건은 '지도부 퇴진론'이다. 새누리당 내의 비박계 의원들과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최순실 게이트' 사태 이후로 친박 이정현 지도부의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러한 요구가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였다.

    이 자리에서 정병국 의원은 "이정현 대표는 이 정부에서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했고, 당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지난 국정감사 때 최순실 의혹이 나왔을 때 (최순실을) 비호하고 증인 채택을 적극적으로 막았다"며 "이 사태를 수습하려면 지도부가 사임하고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의원도 "이정현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은) 사랑하는 동생(박지만)도 청와대에 안 들여놓는 분'이라는 표현과 '나도 연설문을 쓸 때 도움을 받는다'는 표현은 전혀 상황에 안 맞고 사려깊지 못한 발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한 사람들이 전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면, 이정현 대표도 그 한 축"이라고 지적했다.

    4일 오후로 예정된 의원총회도 이와 같은 비박계의 '지도부 퇴진론' 파상공세의 양상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높다.

    일이 이렇게 전개되자,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조직적인 의총 불참(보이콧)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3일 본회의장에서 한 친박계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내일 의총은 열리지 못할 것"이라며 불참을 종용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단 의총이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적법하게 개의되면, 비박계 의원들은 당헌 제89조에 따라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당대표·최고위원 불신임이나 사퇴촉구결의안 등을 의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총에서 선출권을 갖는 당직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당 소속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 후보자에 국한되기 때문에, 이날 의총에서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이나 사퇴촉구결의안이 의결되더라도 이것이 당헌·당규 상의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내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 의사가 표명됐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은 보이콧을 통해 의총이 재적 과반수 출석 미달로 아예 개의되지 못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17일에 있었던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 개의 무산 때와 유사한 전략이다.

  • ▲ 지난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3선 이상 국회의원단 회동에서 주호영 김학용 황영철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이 지도부 퇴진론을 논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3선 이상 국회의원단 회동에서 주호영 김학용 황영철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이 지도부 퇴진론을 논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당헌을 개정해 혁신위원회를 두고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인선하려 했다.

    하지만 비박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이 혁신위를 맡아 당 쇄신의 전권을 휘두르는 사태를 기피한 새누리당 친박계는 자파 소속 상임전국위원과 전국위원들에게 불참을 종용했다. 이 때문에 5월 17일 열리기로 돼 있던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의 개의가 정족수 미달로 잇달아 무산되면서 결국 '김용태 혁신위' 카드는 폐기됐다.

    이번에도 친박계가 그 때와 같은 수순으로 의총을 무산시키면서, '지도부 퇴진론'의 힘을 빼려 한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중진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오늘 의총에 갈지 어떨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성향이 잘 맞지 않아서…"라고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의 초선 의원도 "의총에는 부득이하게 가지 못할 것 같다"며 "국회에 상임위 소위에 한일의원연맹 등 일정이 많은데다가, 오후에는 지역구 일정도 챙겨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 이혜훈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의총 소집 요구서에) 친박·비박이 다 섞여서 50여 명이 서명을 했는데, 지금 친박 좌장이라고 하는 분들이 일일이 전화를 해서 협박한다는 괴담이 있다"며 "심지어는 돌아다니는 이상한 파일을 가지고 개개인을 협박한다는데 정말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비박계의 파상공세에 친박계가 조직적 보이콧으로 맞대응하려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새누리당의 내홍 사태는 세(勢) 대결로 판가름을 내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새누리당의 의석 수는 129석이다. 의원총회가 적법하게 개의해서 유효한 의결을 하려면 최소한 재적 과반인 65명의 당 소속 의원이 이날 오후 의총에 출석해야 한다.

    만일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실제 의총 참여 의원 수가 재적 과반을 밑돌게 되면, 세(勢) 부족이 드러난 비박계의 '지도부 퇴진론'은 급격히 위축된다. 친박계는 당내 조직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계속해서 당무를 독주할 동력을 얻게 된다. 반면 당내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게 된 비박계가 본격적으로 탈당과 분당을 검토하면서, 당의 원심력이 증대될 우려도 크다.

    반대로 친박계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비박계 의원들의 주도에 중도 성향과 일부 친박 온건파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이 달성돼 의원총회가 적법하게 개의되면, 비박계에게 당내 주도권이 넘어오게 된다.

    친박계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의총에 참석한 비박계 의원들은 이정현 지도부를 향해 십자포화를 뿜어내면서 '지도부 퇴진론'의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서 불신임이나 사퇴촉구결의안 등이 의결되면, '이정현 체제'의 앞날은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신세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제는 '쪽수' 대결의 양상이 됐다"며 "의총 소집 요구에 50명이 서명하긴 했지만, 그 중에 '친박 좌장'의 설득으로 돌아설 분도 있을테고 반면 서명은 안했지만 의총에는 출석할 분들도 있을테니 의총 성사 여부는 오후가 돼봐야 알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