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면세점 설치 주장은 바람직… 부가가치 창출할 이슈에 집중해야
  • ▲ 국민의당이 국회본청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이 국회본청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2주여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에 집중해서 '문제해결정당'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점에, 이와 전혀 무관한 논쟁을 정치권이 앞장서서 재점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는 2013년 5·18 기념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정할 것을 의결했는데도 정부는 지난 2년간 이를 무시해왔다"며 "5·18 36주년이 다가오기 전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공식 지정곡으로 하거나 최소한 제창을 하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하기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말을 받아 "지난 28일에 박승춘 보훈처장을 만났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 문제는) 자기 선을 넘었다'는 황당무계한 답변을 하더라"며 "'자기 선을 넘었다'고 하면, 지정을 못하게 하는 게 국무총리인지 대통령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는 전형적인 구태정치의 모습이다. 음모론적인 정치공세다. 박승춘 처장이 박지원 대표와 만났을 때 둘이 그 말만 주고받았을 리 없고, 박승춘 처장도 그 한 마디만 툭 던졌을 리는 만무할 것이다.

    말의 앞뒤 문맥을 자르고 단 한 문장만 전해서,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해 권력 핵심부가 개입한 무슨 거대한 '음모'가 기저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하고 있다.

    이것은 제3당이 추구한다는 '문제해결'도, '일하는 국회'도 뭣도 아니다. 문제해결은 고사하고 '문제를 만드는 정치'이며 '일손을 놓게 하는' 정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문제는 단기간 내에 처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5·18 기념식이 아직 정부지정 행사가 아니었던 때에 오랫동안 광주에서 불려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 강한 거부감과 반대 여론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리고 있는 대상인 고 윤상원 씨가 광주에서 맡은 역할과 행적, 그리고 가사의 원출처가 되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시 '묏비나리'에 담긴 뜻, 작사자인 황석영 씨의 북한과 관련된 행적 등 해명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공론의 장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인데, 음모론적 정치공세로 밀어붙이기에 나서면 우리 사회의 국론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 도중 안철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 도중 안철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같은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나온 광주·전남 등 지방 면세점 설치 주장은 바람직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서남해안에 관광자원과 문화자원이 대단히 많은데도 관광이 위축돼 있는 것은 면세점이 없기 때문"이라며 "관세청이 신규 면세점을 4개 허가했는데, 광주를 비롯한 전남·북에는 면세점이 1곳도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면세점 4곳을 신규로 허가하는데, 서울에만 집중해서 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단견적인 관광 정책"이라며 "관광자원의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이번만은 지방에도 면세점을 개점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거들었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유커(遊客)들은 천편일률적인 쇼핑 위주 서울 관광에 지쳐가고 있으며, 한국 재방문율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지방 관광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광주나 국제공항이 있는 무안 등에 면세점을 설치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 박지원 대표 스스로가 참담한 상황이라고 묘사한 목포와 전남 경제를 일으킬 출구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은, 이 노래가 기념곡이 되든 안 되든, 제창을 하든 합창을 하든 1전의 부가가치도 창출되지 않는다. 민생·경제와 무관한 사안인 것이다. 당연히 참담한 지경에 빠진 목포와 전남 경제를 살리는 문제와도 전혀 관련이 없다.

    관자(管子) 목민(牧民) 편에 이르기를 '의식이 풍족한 후에 예의를 한다'고 했다. 지금 국민들은 이런 문제로 한가하게 소모적 논쟁을 벌이기에는 너무나 다급한 상황에 몰려 있다. 국민의당은 '문제해결정당'을 자임하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대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져 있는 민생·경제 이슈 해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