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약속은 어디로...툭하면 손바닥 뒤집듯 '모르쇠'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가 8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가 8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약속은 말에 지나지 않고, 말은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수시로 어기며 '말 바꾸기' 논란을 야기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행태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은퇴' 약속은 역시 이번에도 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표를 의식한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4.13 총선 닷새 전인 지난 8일 광주를 찾아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광주 선거에서 국민의당에 지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이날 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머리도 조아리며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절절히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 더민주는 호남에서 28석 중 겨우 3석만 건지며 참패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도 없이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8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대동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은퇴 여부는 거론하지 않은 채,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참패한 총선결과에 대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주장했다.

    약속을 어기는 것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해명도 없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태라는 비판이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가 8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전 대표의 말 바꾸기 논란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여러 차례 식언(食言) 논란을 초래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열람해 'NLL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여야 정치권이 '대화록 원본' 찾기에 발 벗고 나서자 대화록 폐기 의혹을 받은 문재인 전 대표는 검찰에 출두 자리에서 "대화록은 멀쩡히 잘 있다. 이제 논란을 끝내자"고 황당한 주장을 펼쳐 주변을 아연실색케 했다.

    당시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문 전 대표의 기이한 행태를 지적하는 성토가 쏟아졌다. 당시 같은 당 김영환 의원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장난치나. 이제 와서 덮자고? 그렇다면 회의록 공개를 위해 지난 몇 주 동안 300명의 헌법기관이 벌인 개헌선을 훌쩍 넘는 퍼포먼스는 무엇이었던가?"라고 개탄했다.

    김영환 의원은 또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돼 멍하니 지붕을 쳐다보게 됐다"며 "그 많던 막말은 어디로 갔고, 정계은퇴의 비장함은 어디로 숨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당시 선거 패배와 관련해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던 개인의 꿈이 끝이 나지만, 다음에는 보다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내는 일을 반드시 성취하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차기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었다. 
  • ▲ 2014년 8월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문재인 의원이 혼자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2014년 8월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문재인 의원이 혼자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004년 8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당시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 문제로 지율 스님이 단식 농성에 나서자 단식을 돕는 시민단체를 향해 "단식을 부추기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랬던 그는 지난 2014년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대신해 단식투쟁을 벌이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앞뒤 다른 행동으로, 자가당착(自家撞着) 행태를 보인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불법폭력 집회에 대한 '이중잣대'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03년 5월 19일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폴리스라인을 (시위대가) 힘으로 무너뜨리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주장했던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광화문 폭동 시위와 관련해서는 "국민에게 살인적 폭력진압을 자행했다"며 불법 시위대의 폭력행위에는 눈을 감은 채 경찰을 맹비난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전형적인 이중 행태를 보이며 정치권을 향한 국민 불신 조장에 앞장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전당대회 당시 '계파의 ㄱ자도 안 나오게 하겠다', '친노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당내 계파 청산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대표직에 오르고 난 뒤에는 오히려 친노의 'ㄴ'자만 강조하며, 제식구 챙기기를 노골적으로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분당(分黨)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말 바꾸기 행태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친노(親盧) 특유의 사고방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한 비노계 인사는 "그 사람들(친노세력)은 자신들의 주장만이 항상 옳고 정의(正義)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외의 다른 주장은 모두 부정으로 여긴다"며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 특유의 DNA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그간 행적을 미뤄 볼 때, 이번 호남에서의 정계은퇴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잊혀질만 하면 말 바꾸기 논란을 야기하는 문 전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분명한 점은 '그때그때 달라요'식 수사(修辭)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무책임한 행태는 결국 수권정당과는 멀어지는 길이 될 것이고, 언젠가 이에 대한 매서운 국민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문 전 대표는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