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값어치로 매길 수 없는 1승"
  • ▲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번기 대국 4번째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13일 서울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렸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번기 대국 4번째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13일 서울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렸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완벽 그 자체라 생각했던 인공지능 앞에서도 인간의 저력은 꺾이지 않았다. 이세돌(33) 9단은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네 번째 대국에서 첫승을 거두며, 대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13일 서울 포시즌즈호텔에서 진행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네 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18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초반 대국은 지난번 2국과 동일한 흐름을 보였다. 알파고(흑)는 첫 수를 우상귀 화점에 놓은데 이어, 좌상귀 소목에 뒀다. 이세돌 9단은 좌하귀 화점, 우하귀 소목에 돌을 놓았다. 이세돌 9단도 초반 2국과 동일한 포석을 놓으면서, ‘흉내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 9단이 12수에서 먼저 비틀면서, 중반부터 전혀 다른 흐름이 전개됐다. 
    이세돌 9단은 두 귀와, 좌변, 우변에 집을 마련하는 등 실리를 앞세운 작전을 폈다. 알파고 역시,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들며 만만치 않은 형세를 이뤘다. 
  • ▲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첫승을 얻은 이세돌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첫승을 얻은 이세돌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후반에 들어서면서, 알파고는 인간이 ‘상상하기 힘든 수’를 두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힘든 수 앞에 이세돌 9단도 장고를 거듭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해설에서 홍민표 9단은 “초반 알파고가 두터운 바둑을 두고 있다”며 “마지막에 어려운 전투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세돌 9단이 잘 할 수 있는 전투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이 말대로, 이세돌 9단의 ‘신의 한수’는 78번째 수에서 나왔다. 이세돌 9단이 중앙 흑돌에 놓은 78수 이후, 알파고는 프로기사들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의문수를 남발했다. 78수에서 알파고의 승률은 70%대를 보였지만, 87수 때는 50%대로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 등으로 구성된 슈퍼컴퓨터 알파고조차, 자신의 ‘실수’를 87수가 돼서야 알아차린 것.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스타일을 완벽히 분석해 특유의 비틀기로 압박해 나갔다. 이세돌 9단의 수에 헷갈려하며 실수를 난발한 알파고는 점차 패색이 짙어지다, 결국 돌을 던졌다.   

    앞선 3차례의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게 3-0으로 불계패한 상황. 알파고의 우승이 확정되면서, 이세돌 9단에게는 한화 12억원의 우승상금이 멀어졌지만, 그는 낙심하지 않았다. 지난번 대국에서 알파고에게 패한 이세돌 9단은 침착하게 대국을 복기하며, 패인을 분석하는끈기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감격의 ‘첫 승’을 얻은 이세돌 9단은 대국이 끝난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가령 3대 1로 이기고 있었다면 1패라 아팠을 텐데, 지금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수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세돌 9단은 “그 전의 무엇과, 앞으로의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값어치로 매길 수 없는 1승이 아닌가 싶다”며 “더 쉽게 수가 날 줄 알았는데 솔직히 생각보다 어려워서 또 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말해, 그 동안 내색하지 않았던 마음고생을 짐작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