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순환로·능곡뉴타운 등 지역 현안 해법 '술술'… 정책능력 남다르다
  • 6·2 지방선거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2010년 6월의 어느 날,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두 사내가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정무부지사, 네가 좀 해줘야겠다."
    "희정아, 오늘 따로 보자고 한 게 네가 그 말할 줄 알았다."
    "……"
    "내가 하면 안 된다. 선거 도와준 사람들이 다 아우성칠텐데, 우리 그렇게 하지 말자. 내가 다 끌고 올라갈테니 편하게 해라."

    한 편에 앉은 사내는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에게 불과 2.3%p 차이로 신승한 민주당 안희정 당선자. 다른 편에 앉은 사내는 선거대책본부를 총괄해 선거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정재호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이었다.

    그래도 재삼재사 권하는 안희정 당선자에게 "나는 네 옆에 있는다 했지, 네 밑으로 간다 안 했잖아"라고 농담을 던지고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난 정재호 전 비서관. 하루하루 피를 말린다는 선거전의 고통을 참고 견디는 것은, 당선 뒤에 논공행상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따먹기 위함일진데, 그는 왜 어려움만 함께 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것을 마다했을까.

  • ▲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정재호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정재호 전 비서관 제공
    ▲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정재호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정재호 전 비서관 제공

    ◆일등공신인데도 상 사양했던 장량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진(秦)나라가 망한 뒤, 천하를 두고 유방의 한(漢)나라와 항우의 초(楚)나라가 다투었다. 전세는 시종 초나라가 유리했지만, 결국 천하를 차지한 것은 한나라였다. 그 때 한나라 고조 유방의 곁에서 천하통일을 도운 일등공신이 자방(子房) 장량이었다.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뒤 큰 공신 20여 명은 봉했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밤낮으로 공을 다투므로 결정하지 못해 봉할 수가 없었다. 유방이 어느 날 장량과 함께 낙양 남궁에서 밖을 내다보니 여러 장수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방이 "저들이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장량은 "천하의 땅을 다 가지고도 공로를 따지는 모든 사람들을 봉해주기에는 부족하니, 상을 받기는 커녕 평소의 과실로 죽게 될까 두려워해 모반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더니 급히 유방과 묵은 원한이 있던 옹치를 십방후(什方侯)로 봉하도록 권했다.

    옹치가 봉해지자 여러 사람들은 술자리를 갖고 기뻐하며 "옹치가 후(侯)에 봉해졌으니 우리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다. 장량은 또 가장 번화한 제(齊)나라 땅에서 마음대로 3만 호를 고르라는 유방의 명을 사양하고 스스로 가장 척박해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는 유(留) 땅을 받았으므로, 그 후로는 감히 자기 공로를 내세우려는 사람이 없어졌다.

  • ▲ 내년 4·13 총선에서 경기 고양덕양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내년 4·13 총선에서 경기 고양덕양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장량 정재호, 안희정의 재선에 비단 깔았다

    정재호 전 비서관이 굳이 안희정 당선자의 정무부지사 제안을 거절한 것이 이와 다르지 않다. 2.3%p 차로 신승했기 때문에 선거에 조그마한 공이 있는 사람들도 전부 공치사를 하고 나서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자리를 내놓으라는 사람들 논공행상을 하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고 원성은 원성대로 살 처지였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자잘한 주변 문제 때문에 일을 못하고 있으면 안 된다"며 "내가 싹 끌어안고 정리할테니, 유능한 다른 당 사람들을 빼먹으라"고 권했다. 누가 생각해도 일등공신인 정재호 전 비서관이 자리를 사양하자, 캠프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감히 공을 내세우려는 사람이 없어졌다. 그 때문에 인사에 여유가 생겨 선거전에서 반대편에 있었던 선진당 출신 인사들도 끌어안을 수 있게 됐다.

    상대도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을 펼친 결과, 안희정 지사는 4년 뒤에 열린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는 여권이 단일화됐는데도 불구하고 되레 8%p 이상의 격차로 대승할 수 있었다.

    이렇듯 안희정 지사의 길을 열어주고 표표히 충남도를 떠난 정재호 전 비서관, 안희정의 장자방(張子房)인 그가 다가올 4·13 총선에서 경기 고양덕양을에 출사표를 던지려 하고 있다. 지난 24일, 행신동 가라뫼사거리에 위치한 입법정책연구소 '우리고양' 사무소에서 정재호 전 비서관을 만났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휴대하고 다니는 고양시의 지도를 주머니에서 꺼내 지역의 미래를 바꿔놓을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휴대하고 다니는 고양시의 지도를 주머니에서 꺼내 지역의 미래를 바꿔놓을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덕양 사는 사람이 '일산 산다'고…" 자존감 끌어올릴 '신행주대첩 프로젝트'

    "여기에 18년째 살고 있어 동네 구석구석까지 잘 안다"며 말문을 연 정재호 전 비서관은 강산이 두 번 가까이 변할 시간인 덕양의 지난 18년을 회고했다.

    "덕양에 사는 분들이 외지인들로부터 '어디 사냐'는 질문을 받으면 '일산에 산다'고 답하기 일쑤"라며 "(덕양이라고 하면 어딘지 잘 모르니) 설명이 길어지는 것이 귀찮아 그리 답하기도 하겠지만, 어찌 보면 덕양구민들의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는 단적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년, 일산신도시 지역만 집중적인 개발이 이뤄지며 소지역 불균형 발전 문제가 심화된 결과 덕양구민들의 원성이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휴대하고 다니던 지도를 꺼내 펜으로 꼭지점를 찍고 선을 연결하며 열성적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덕양은 한강과 그 수변, 행주산성, 북한산에서 시작해서 한강으로 흐르는 창릉천, 항공대와 농협대라는 특별한 대학이 있고, 상암미디어단지가 밸리로 이어질 드넓은 땅이 있다"며 "한강·행주산성·창릉천·북한산 그리고 능곡역·행신역 등 역사들을 꼭지점으로 해서 이를 잇는 역사·문화·생태·교육·예술의 특구로 덕양의 새판을 짜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비전을 '신행주대첩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행주대첩에서 패한 왜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기 시작한 만큼 이곳은 나라의 운명을 구한 곳"이라며 "행주대첩의 정신을 이어받아 '일 잘하는 정재호 비서관'이 확실하게 남다른 실력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휴대하고 다니는 고양시의 지도를 주머니에서 꺼내 지역의 미래를 바꿔놓을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휴대하고 다니는 고양시의 지도를 주머니에서 꺼내 지역의 미래를 바꿔놓을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 요금 문제, 재구조화 해법 제시

    청와대에서 사회조정비서관으로 재직하며 평택 미군기지 이전,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등 우리 사회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국정 과제와 정책들을 조율했고,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 아래에서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만큼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덕양의 현안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그 단적인 예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과다 요금 징수 문제였다. 외곽순환로 127㎞ 구간 중 민자가 투입돼 건설된 북부 36㎞의 통행요금이 과다하다는 지적은 수 년째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경기 고양시·동두천시·의정부시·남양주시와 서울 노원구 등 관련 지자체의 주민들과 단체장, 정치인들이 모두 달려들어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이상하리만큼 속시원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관련 지자체 중 고양시의 상황이 심각하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외곽순환로 남부 구간은 ㎞당 통행료가 50원인 반면 북부구간은 ㎞당 132원에 달한다"며 "특히 일산~고양 구간은 ㎞당 303원으로 남부 구간의 6배를 뛰어넘는 상황"이라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주민들을 만나보다보면 집단민원의 성격을 띄면서 불만들을 터뜨리는데 대안에 대해서는 잘 모르신다"며 "'너희들이 해결하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일을 해본 사람이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외환은행 등 금융권에서 근무했던 정재호 전 비서관은 "구조를 알고 상대방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무조건 요금 인하 서명운동을 하면서 '너, 무조건 내려' 이것은 해법이 아니고, 상대방에게도 무슨 제안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안과 해법, 그것이 곧 정책'이라는 게 정재호 전 비서관의 논리다.

    그에 따르면, 북부 구간의 통행료가 유독 비싼 이유는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공사비 3000억 원을 투자하고 연리로 환산하면 48%에 이르는 배당을 받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재구조화"라고 단언한 정재호 전 비서관은 "채권 금리가 5% 미만인 저금리 시대인데 도로공사가 공사채를 발행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지분을 인수하고 운영구조 자체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야 통행료가 비쌀 수밖에 없는 막후 구조가 해결돼 남부 구간과 동일한 수준의 통행료 인하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고양시민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 요금 문제의 대안과 해법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고양시민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 요금 문제의 대안과 해법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GTX 덕양 중간기착역 문제, 겉면과 이면을 짚어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해법을 가진 사람이 국회로 들어가서 대안을 가지고 기관을 압박하고, 또 지역의 각종 현안과 숙원 사업을 해결할 예산이 제대로 편성됐는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덕양에서의 지난 18년간 지역의 최대 변화를 "인구의 폭증"이라고 꼽은 정재호 전 비서관은 교통 문제를 바라보는 식견도 남달랐다.

    '대심도 급행'을 통해 서울 강남을 연결할 GTX A선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큰 틀에서 합의를 해, 기재부 검토 결과에 따르면 2017년에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고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착공하게 된다. 서울 2호선 삼성역까지 9개의 중간 기착역이 건설되는데 일산 킨텍스가 출발역이고, 덕양에서는 대곡역에 중간 기착지로 설정돼 있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실제 주민들의 이용도의 편의성을 높이려면 (중간 기착역은) 행신역 정도가 좋지 않겠는가"라며 "행신역 주변 행신동이 우리 (덕양) 인구의 70%가 밀집해 있고, KTX 출발지이자 종점이기 때문에 이용편의성이 증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오랜 국정 경험과 정책을 다뤄본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곡역이 거론되는 사안의 이면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짚어냈다. "대곡역 주변에 아파트가 없고 역만 덜렁 있다보니, (GTX 중간 기착역으로 설정해서) 주변을 개발하는 호재로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국토부가 보통 뚝 떨어진 곳에는 잘 안 하는데…"라고 정책을 많이 만져본 사람다운 직감을 발휘했다.

    이러한 직감이 맞다면 대곡역 설정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설계에 들어가게 될 때 의견 수렴 과정이 있을테니, 설계 과정에서 (중간 기착역을) 충분히 검토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국회에 들어가면 관련 예산이 차질없이 편성돼 정상적인 추진이 되게끔 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송지구까지 노선이 연장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된 신분당선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다시 덕양구의 지도를 펼치며 한강 수변을 따라 지나가게 되는 GTX와, 그 북부인 삼송 방향으로 이어지는 신분당선 사이의 이격을 가리켰다.

    "신분당선과 GTX가 바로 환승할 수 있어야지, 다시 차를 끌고 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갸웃한 정재호 전 비서관은 "삼송에서 식사를 거쳐 킨텍스로 신분당선을 연장하는 것이 좋은데, 논의를 많이 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설명대로라면 GTX와 신분당선이 킨텍스를 통해 연결되니 참 좋은 일인데 논의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재호 전 비서관은 "㎞당 1000억 원 이상 (건설비가) 들기 때문에, 삼송에서 식사를 거쳐 킨텍스로 연결하는 게 3조 원이 든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지점을 짚어냈다. 무작정 개발 비전을 애드벌룬식으로 마구 띄우는 것이 아니라, 정책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철저히 실현 가능성을 짚어내는 면모가 다시금 돋보였다.

  • ▲ 내년 4·13 총선에서 경기 고양덕양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내년 4·13 총선에서 경기 고양덕양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능곡뉴타운 출구전략, '신의 한 수' 있어… 새집 주는 두꺼비될 것"

    아파트가 쭉쭉 들어서면서 쏟아져 들어온 사람들이 교통 문제만 겪고 있는 줄 알았던 덕양. 그러나 한켠에서는 재개발촉진지구로 7년째 묶인 채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사람들이 있었다. 능곡재개발촉진지구의 이야기다.

    2008년 덕양 능곡 지구는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됐다. 22만 평에 달하는 7개 구역에 1만3000세대, 3만4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8년째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사업 진척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민관·민민 갈등이 심각하다"며 "추진과 해제를 두고 주민들 간의 의견 대립도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용적률"이라며 "기존 집주인의 순부담률(부담금)을 낮추고 세입자들의 정주율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순조롭게 사업 진행이 되는데, 그러려면 일반분양 물량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반면 용적률을 무한히 높여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설령 용적률을 높인데 해도 고층화될수록 건축비가 급증하기 때문에 높은 부담금과 고분양가를 초래해 사업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만두느냐. 정재호 전 비서관은 "민간주도 방식으로 주택조합 설립을 해서, 조합 설립을 추진한 사람들이 이미 설계비 등으로 수십억 원을 매몰했는데 어떻게 (사업을) 놓을 수 있겠느냐"며 "놓을 수도 없는 처지"라고 진퇴양난의 상황을 설명했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의 한 수'로 용적률 적용을 받지 않는 지하공간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간 일반적으로 아파트 단지의 지하는 주차장으로만 생각해왔는데,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는 것.

    그는 "분석해보면 105.6㎡(32형) 아파트에서는 창고적 기능을 하는 면적이 무려 23.1㎡(7형)에 달한다더라"며 "4계절 옷을 보관하는 공간과 읽지도 않는 책을 쌓아두는 공간 등인데 지하 공간에 각 세대별 라커룸을 만들고 보관하는 방식으로 하면 용적률 개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용적률 개선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한 것이지만, 사실 내게는 행복한 뉴타운 출구 전략을 위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가득 담겨 있다"며 "일을 해본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인데, 정재호는 '능곡 굿타운' 프로젝트를 통해 능곡에 새 집을 주는 두꺼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 ⓒ정재호 전 비서관 제공
    ▲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 ⓒ정재호 전 비서관 제공

    ◆국민 바라는 건 "싸우지 말고, 먹고 살게 해달라"는 건데

    1995년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이후 현 여권 성향의 전국정당과 지역정당이 독식해 왔던 충남도지사. 그곳에서 현 야권 당적의 안희정 지사를 두 번 연속 당선시킨 일등공신이 정재호 전 비서관이다. 이기는 곳에 그가 있었고, 그가 있는 곳이 이겼다.

    그런데 그가 몸담고 있는 정당이 어째 도통 승리하질 못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데 이어, 올해 4·29 재보선에서는 네 곳 중에 한 곳도 이기지 못하는 영패를 당했고 10·28 재보선에서 또 졌다. 질 때마다 책임론을 둘러싸고 내홍만 깊어가고 있다. '이기는 선거'를 해본 그의 시각에서 볼 때,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든든하지가 못한 것 같다."

    정책 문제를 이야기할 때 술술 막힘 없이 능변을 풀어놓던 정재호 전 비서관도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한 박자 쉬어갔다. "사람을 볼 때도 우리가 '엄청 든든하다, 믿고 맡길 만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 당에는 이런 이미지가 새누리당에 비해 없다"고 정의를 내린 뒤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접근 방향을 바꿨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여야를 통틀어 정치권에 국민들이 바라는 게 뭐겠느냐"며 "나는 딱 두 가지로 정리한다"고 말했다. △너희들 좀 그만 싸워라 △우리 좀 먹고 살자, 이 두 가지라는 것이다.

    "그만 싸우고 우리 먹고 살도록 해달라"는 것으로 국민의 요구를 정리한 정재호 전 비서관은 "이걸 대입해보면 가장 많이 분열하고 가장 많이 싸우고, 당내에서도 싸우는 당이 우리 당 아니냐"며 "일단 거기서부터가 든든하지가 않다"고 비판했다.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밥을 먹여주는 정치 세력은 새누리당인 줄 안다"고 안타까워하던 정재호 전 비서관. 문득 인터뷰 내내 그가 교통과 주거, 지역 발전의 비전에 대해 막힘없이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이런 사람들이 원외(院外)에 나와 있는 형편이니 무리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 ▲ 내년 4·13 총선에서 경기 고양덕양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내년 4·13 총선에서 경기 고양덕양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갑근세 내며 살아왔고, 정책 능력도 겸비한 정재호

    문화일보는 지난 20일자 보도에서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 127명 중 '운동권' 출신이 63명으로 전체의 49.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정재호 전 비서관도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는 이른바 '운동'에 몸담았던 적이 있고, 그 때 만났던 인연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도 30년 지기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그러나 그의 정체성을 엄격하게 규정하자면, 27세 이후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갑근세(근로소득세)를 내오며 생활인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자 청와대에서 정책 능력을 길러온 정책·전략·기획전문가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외환은행에 27세에 들어간 이후로 중간에 경력 단절이 없이 청와대까지 갔다"며 "갑근세 안 내본 게 살면서 (27세 이후로) 단 1년 밖에 없을 정도로 계속 일하면서 산 사람이고, 정책 능력을 길러온 사람"이라고 자처했다.

    중앙당의 분열 양상이 지역위원회까지 파고들어 분열상이 심해진 것이 최근 경기 고양덕양을의 현주소다. 지난 총선에 나섰다가 새누리당 현역 의원에게 석패한 전 지역위원장은 경선을 통해 문용식 현 지역위원장에게 자리를 내준 뒤 '친노패권주의로 인한 비민주성과 부당성'을 주장하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자연히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특히 새정치연합을 지지하는 성향의 유권자들은 피로감에 젖어 있다. 지역을 확실히 바꿀 수 있는 사람, 나아가 당을 확실히 바꿀 수 있는 사람의 대두를 기대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재호 전 비서관은 인터뷰 내내 지역사회에서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같은 당 동료들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실명도 한 차례도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인터뷰 말미에 "다른 분들과는 내용과 경험과 능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일 잘하는 정 비서관'이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조용하지만 넘치는 자신감이 숨어 있는, 딱 부러지는 어조로 말했다.

    "정말 믿고 맡길 수 있는, 실력 있고 일 잘하는, 정재호가 싸우지 않는 정치, 국민들 먹고 살게 하는 정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