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스 미디어를 활용한 美國의 '대북(對北) 심리전'

    영화 ‘아마데우스’의 제작자로 알려진 아논 밀천(Arnon Milchan)의 경우
    1960년대 시몬 페레스(前 이스라엘 대통령)에 의해 영입되어
    '라캄'이라는 비밀부서에서 활동했다.

    김필재   

  • ▲ 영화 '인터뷰(Interview)' 포스터
    ▲ 영화 '인터뷰(Interview)' 포스터


    미국의 한반도 작전계획(작계)은 모두 펜타곤(Pentagon)의 작전암호에서 ‘한국’을 뜻하는 ‘50’으로 시작된다. 이들 계획은 모두 美 태평양사령부(PACOM)가 주관한다.

    이들 작계 가운데 ‘작계5030(北정권 교란작전)’의 경우 부시 행정부 시절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토머스 파고 태평양사령관과 펜타곤의 작전 담당관들이 수립했다. 

    ‘작계5030’은 북한의 군사자원을 주기적으로 고갈시켜 김정은에 반대하는 軍쿠데타 등을 유발시키는 한편, 궁극적으로 '김정은 정권 제거'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작계5030’을 실행에 옮긴 대표적인 사례는 2003년 3월 2일 발생한 미국 정찰기(RC-135S)에 대한 북한 전투기의 긴급발진과 같은 우발충돌을 들 수 있다. 즉 북한 영공에 미국의 항공기를 근접 비행시켜 북한 전투기들의 잦은 출격을 유도함으로써 극심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보유 연료를 소진시키는 등 다양한 형태의 작전을 구사하는 것이다.
     
    ‘작계5030’에는 예고 없이 한반도 주변에서 수 주간 지속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 경우 북한은 불가피하게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식량 등 전시(戰時) 대비 비축자원을 소진시킬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작계5030’은 ▲북한 고위급 인사의 망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공작 ▲외화 유입을 저지해 김정은의 자금원을 괴멸시키는 공작 ▲전략적인 허위정보를 유포시켜 내부혼란을 조장하는 공작(operation)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작계5030’의 성과로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북한 계좌 폐쇄조치 ▲오극렬 노동당 작전부장의 장남 오세욱 前 인민군 대좌의 망명지원 ▲북한 상공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10대 거짓말 전단 살포 ▲2005년 김정일의 거처로 추정되는 장소에 ‘스텔스 전폭기’를 출동시켜 위협한 작전 등이 있다.

    김정은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경우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작계5030’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적(敵) 지도자(김정은)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는 일종의 심리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방송에서 탈북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도 크게 보면 對北심리전이다.

  • ▲ 영화 '인터뷰(Interview)' 포스터

    미국과 일본은 2004년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에 앞서 라스트 사무라이(주연: 톰크루즈)를 대대적으로 활용했다. 당시 영화 홍보를 위해 14시간 동안 일본에 머물렀던 톰 크루즈는 고이즈미 총리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손을 잡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이 원트 유, 아이 니드 유, 아이 러브 유(I want you, I need you, I love you)”를 열창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은 영화 한 편으로 일본 국민들로 하여금 무사도 정신을 환기시킴켜 일본 내 파병반대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었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제작자로 알려진 아논 밀천(Arnon Milchan)은 할리우드에서 100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한 영화인이다. 그는 60년대 시몬 페레스(前 이스라엘 대통령)에 의해 영입되어 '라캄'이라는 비밀부서에서 활동했다.
     
    밀천은 우라늄 수입을 위해 남아공 백인정권의 이미지 재고를 위한 공작도 벌였는데, 최근 ‘노예12년’을 제작한 것이 당시 활동에 대한 사죄의 차원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또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유명한 시드니 폴락 감독이 자신의 사업 파트너였다는 것도 밝혔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 ▲ 영화 '인터뷰(Interview)' 포스터


    '김정은에게 굴복해선 안 된다'는 영화 배우 조지 클루니의 인터뷰를 다룬 CNN. 

     [참고] 제1차 걸프전 당시 미국의 심리전 사례

    제1차 걸프전 당시 미국은 제4심리전단의 지원으로 다음과 같은 대내-대외 심리전을 수행했다(인용: 이윤규 著, 《전쟁의 심리학》, 살림지식총서, 2013년).

    첫째, 대내 심리전으로 걸프전쟁을 ‘정의의 전쟁’이라고 규정하였으며, 미국인의 전쟁 符籍인 ‘황색 리본’ 달기 운동을 전개하여 사전에 반전여론에 대한 마찰을 해소했다. 또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과정에서 세계 1등 국가로서 미국이 지배하는 평화(Pax-America)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케 하여 미국인의 자존심을 고취했으며, 월남전쟁 이후 미국인에게 안겨준 굴욕감 해소를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했다.

    둘째, 동맹국을 포함한 대외 심리전으로써 UN를 활용하여 국지적 분쟁에 대한 미국의 관리능력 및 세계적 리더십을 과시했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을 참전시켜 공동의 이익에 관련된 지역에 대한 정치-군사력 방어의 당위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그리고 소련(러시아)의 휴전안을 거부함으로써 소련에 우위의 입장에 섰으며,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인식을 고취했다.

    셋째, 이라크에 대한 대적 심리전 후세인을 ‘아랍의 히틀러’, ‘바그다드의 백정’ 등 악마의 화신으로 묘사해 정통수권자로서의 리더십을 약화시켰고, 아랍민족주의 영웅으로 추앙된 후세인이 일찍이 “아랍인이 아랍인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쟁은 없었다”라고 말한 사실을 주지시킴으로써 후세인 비판여론이 일어나게 하였다.

    후세인의 ‘과대망상증’과 ‘무모한 고집’으로 전쟁을 피할 기회를 놓치고, 이라크를 초토화시킨 역사적 과오를 범한 범죄자로 인식시킴으로써 후세인 제거를 위한 심리전을 전개했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