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사실관계에 대한 정치(精緻)한 판단 아쉬워
  • 비전문가 박효종씨 주장에 의존...물증 없고 주장만 있어

    조갑제 기자의 ‘박주신 사건 물증’에 대하여

    홍성기(아주대 철학과 교수 / DailyNK 논설위원)

  • 조갑제 기자는 9월 23일 그가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에 “박주신 사건에 두 발을 다 담그면 곤란해질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여기서 그는 영상의학 전공의 양승오 박사, 치의학 전공의 김우현 원장 등 7명에 대한 선거법위반혐의 재판에서 차기환 변호사를 비롯하여 한국의 우파인사 다수가 박원순 서울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가 병역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올인’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비판의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양승오 박사, 김우현 원장, 차기환 변호사 등이 제기하고 있는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은 박주신씨에 대한 병무청의 CT촬영과 2012년 2월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행된 MRI 공개촬영을 통해 얻어진 ‘물증’들을 뒤집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 다른 하나는 박주신씨에 대한 의혹이 혐의 없음이 밝혀지면, “도리어 박원순 시장은 결정적 한 방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정치적 위험성이다.

    그러나 조갑제 기자가 믿고 있는 물증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실판단과 정치적 판단에서 전자가 우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험성에 대한 고려는 자신의 신념과 배치된다고 생각된다.


    I. 물증 없는 병무청과 세브란스 병원의 검사결과

    우선 박주신씨의 현역소집 면제의 근거는 다음의 세 주장이다.

    (1) 병무청에서 촬영한 CT와 박주신씨가 현역면제의 근거로 제출한 자생한방병원의 MRI를 비교한 결과 양자가 동일인의 것임을 확인하였다.

    (2) 세브란스에서 촬영한 MRI와 자생MRI를 비교한 결과 동일인의 것임을 확인하였다.

    (3) 병무청의 CT와 세브란스의 MRI의 촬영대상은 실제로 박주신씨이다.

    (1)과 (2)는 모두 자생MRI가 박주신씨의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양자는 서로 독립적인 증거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그 중의 어느 하나만이라도 진실이고, (3)의 피촬영자가 박주신씨임이 분명하다면, 그의 현역소집 면제와 관련한 어떤 의혹 제기도 허용될 수 없다. 일단 우리는 (1)과 (2)가 참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3)이 참이라는 근거는 있는가?

    병무청에서 박주신씨의 CT촬영 장면을 CCTV로 녹화하였다는 주장은 있으나 그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고(차기환 변호사 주장), 실제로 이 CCTV결과가 공개된 적은 없다. 조갑제 기자는 박원순 시장을 옹호하고 있는 엄상익 변호사가 2012년 병무청의 담당의사로부터 들었다는 CCTV 촬영주장을 물증 없이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남은 것은 병무청의 담당의사가 CT 피촬영자인 박주신씨를 임시신분증 사진과 비교하였다는 전언(傳言) 뿐이다.

    (4) 병무청 담당의사의 주장에 의하면, CT 피촬영자는 박주신씨 본인이다.

    조건부 주장인 (4)의 후건(後件)은 전건(前件)인 병무청 담당의사 주장의 신빙성에 달려 있다. 이때 신빙성이란 담당의사가 의도적으로 허위를 말할 가능성 이외에도, 단순 착오나 타인에 의해 유도된 착각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증거는 없다.

    차라리 병무청이 박주신씨의 현역소집을 면제해 주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규칙위반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점은 잘 알려져 있고, 현재 시민단체에서 감사원에 병무청 감사를 신청한 상태이다.

    (4)가 이 사건의 핵심 열쇠라는 점을 이해하였다면, 조갑제 기자는 최소한 병무청 담당의사의 주장과 양승오 박사, 김우현 원장의 주장과의 신뢰성 여부를 비교했어야 했다.

    다음으로 세브란스 병원의 MRI 촬영의 대상이 박주신씨 본인이라는 주장을 하려면, 마커의 부착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세브란스의 공개촬영의 목적이 바로 자생MRI의 피사체가 박주신임을 증명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비교기준인 세브란스에서 촬영된 MRI가 박주신씨의 것임이 확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때 마커는 촬영결과가 박주신씨의 것이라는 점을 보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디지털 데이터는 쉽게 전송, 대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커의 미부착은 세브란스 병원의 실수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의도일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도 마커의 미부착이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적지 않은 정황증거가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5) 세브란스 병원당국의 주장에 의하면, 2012년 2월 MRI 피촬영자는 박주신씨 본인이다.

    조갑제 기자는 세브란스 병원의 MRI결과를 ‘물증’이라고 주장하지만, 세브란스 병원 당국의 주장만이 있을 뿐이다. 이점은 9월 17일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이 의대교수회의에서 재검증을 지지하였다는 사실에서도 명백히 알 수 있다.

    만일 2012년 2월 22일 세브란스에서 촬영된 MRI가 박주신씨의 것임을 확증할 수 있는 물증이 있다면 재검증이란 아무런 의미도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갑제 기자는 마커 비부착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세브란스 병원당국의 주장과 피고인들의 주장의 신뢰성을 비교하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II. 대립되는 두 주장의 설득력

    그렇다면 병무청 CT와 세브란스 MRI 그리고 자생MRI가 박주신씨의 것이 아니라는 양승오 박사, 김우현 원장 그리고 차기환 변호사 등의 주장에는 물증이 있나?

    이점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간략하게 언급해도 충분할 것이다. 이들은 자생MRI의 피사체가 박주신씨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물증으로 자생MRI, 자생MRI와 같은 일시에 촬영된 흉부와 치아 X-Ray, 공군입대시 촬영된 흉부 X-Ray 및 박주신씨의 영국비자신청시 촬영된 흉부 X-Ray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영상의학적 이미지들은 모두 전문가들에 의해 해석되어야 하며, 바로 양승오 박사 및 김우현 원장이 그런 전문가들이다. 또 9월 24일 재판에서는 자생병원에서 찍은 치아 X-Ray가 20대 남자의 것일 수 없다는 서울치대 교수의 소견서도 제출되었다.

    그렇다면 양승오 박사, 김우현 원장 및 서울의대 교수 와 차기환 변호사의 주장과 병무청 담당의사 및 세브란스 당국의 주장 중 어느 쪽을 더 신뢰할 수 있을까?

    우선 분명한 점은 병무청 담당의사와 세브란스 당국의 주장에는 주장만이 있고, 이들의 주장을 의심할 수 있는 많은 정황증거가 발견되었다. 반면에 양승오 박사, 김우현 원장 및 서울의대 교수 와 차기환 변호사의 주장은 전세계와 한국의 임상결과를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후자의 주장도 경험적 임상결과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희귀하지만 예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극히 적더라도 이들의 주장이 틀릴 가능성은 없지 않다. 그러나 인간관계 및 인간의 신뢰성에 의존하는 병무청과 세브란스의 주장과 과학적 경험에 바탕을 둔 주장간의 차이는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만일 박주신씨가 현역소집을 면제받기 위하여 병역비리를 저질렀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를 호도하기 위하여 세브란스에서 MRI 바꿔치기를 시도하였을 경우 수많은 사람들이 관계할 수 밖에 없으며 이들 모두가 침묵을 지키기는 어렵다’는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적지 않지만, 자생 X-Ray와 공군 및 영국비자 X-Ray가 ‘서로 다른 사람을 촬영한 결과’라는 주장보다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어렵더라도 가능하지만, 극상돌기와 같은 견고한 물질(뼈)이 펴졌다 휘어졌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하여 9월 24일 재판에서 공개된 서울치대 교수의 소견서 및 박주신씨를 치료하였다는 문모 치과원장의 진료기록과 법정진술은 2011년 12월 촬영된 자생MRI와 자생X-Ray가 박주신씨의 것이 아님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주장들이 대치된 상황에서 이런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박원순 시장의 아들 박원순씨가 한국 혹은 다른 어떤 곳에서 재촬영에 응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이해할 수 없는 비협조적 태도는 국민 대다수의 공분(公憤)을 일으키고 있다.


    III. 박효종 박사의 반론?

  • 조갑제 기자는 재미 혈액종양내과의 박효종 박사가 양승오 박사 및 김우현 원장의 주장에 제기한 반론에 상당한 신빙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박효종 박사의 주장은 다음 몇 가지 이유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1) 우선 전공분야가 틀리다. 의학에서 전공분야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점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이론적 배경을 제시한 한국의 자칭 전문가들중 어느 누구도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을 전공한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점,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를 조사한 국제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의혹을 제기한 재미 물리학자, 재미 정치학자, 재미 어뢰전문가 및 기타 한국의 자칭 전문가들 중 어느 한 명도 신뢰할 수 있을만큼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2) 다음으로 박효종 박사의 문제 제기의 동기가 너무 정치적이며 학자 본연의 자세를 찾기 어렵다. 도대체 박원순 시장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박원순 시장의 결백을 주장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자칭 전문가들의 이런 정치적 편향성은 광우병, 천안함 조작 의혹 등에서 신물나게 보아왔다. 학자라면 직설적이고 직접적으로 사실에 접근해야 한다.

    (3) 박효종 박사의 언사는 너무나 저급한 경우가 많다. 이점은 그가 학자로서의 교양이 없다는 점 이외에도, 오래 전에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전문가가 된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태도, 즉 한국의 과학이나 지식인의 수준을 얕보는 경향이 그것이다. 특히 한국의 명문학교를 졸업한 사람들 중에 이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4) 결정적인 쟁점에서 박효종 박사는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양승오 박사 MRI해석의 통계적 정확성, 심평원의 의료보험번호 불일치, 극상돌기의 형태 불일치 등이 몇몇 예들에 속한다.

    따라서 조갑제 기자가 박효종 박사의 주장에 근거하여 양승오 박사나 김우현 원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광우병 촛불시위 때에 몇몇 수의대, 의대 교수들의 주장에 근거하여 국제수역기구(OIE)의 판단을 반박하는 것, 천안함 폭침 때 한 버지니아 공대 교수의 주장에 근거하여 국제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비난하는 것, 세월호 사건 때 기자들의 주장에 근거하여 해경구조대의 활동을 힐난하는 것과 다름 없다.


    IV. 대한민국 對 의혹 제기자의 대결?

    조갑제 기자는 현 상황을 “박원순 대(對) 의혹 제기자의 대결이 아니라, 대한민국 對 의혹 제기자의 대결”이라고 특징지웠다.

    그 이유로서 그는 “병무청, 검찰, 일부 법원의 판결”을 제시하고 있다. 병무청의 법규위반이나 검찰의 수사부진은 차치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 변호인, 검찰 및 재판부가 일치하여 박주신씨를 증인으로 소환결정한 것 역시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대결인가?

    그는 “두 국가 기관이 낸 자료가 같다는 거예요. 그 자료를 생산해내는 과정에서 박주신이라는 몸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물증입니다. 몸을 데려와서 찍은 사진이 몸과 일치하더라는 두 개의 사실이 있어요.”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국가 기관 중 하나는 병무청이겠지만, 다른 하나는 어디인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조갑제 기자가 주장하는 ‘몸을 데려와서 찍은 물증’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병무청 담당의사와 세브란스 병원의 주장만이 존재함은 이미 밝힌 바이다.

    조갑제 기자는 올바른 언론, 올바른 정치, 올바른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위하여 실로 오랜기간 사실에 기반한 정론(正論)을 펴왔다.

    또한 북한 전체주의의 지지세력들이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무는 것에 대하여 그는 항상 일선에서 올바른 논리로 싸워왔다.

    그러나 이번 박주신 사건의 물증에 대한 그의 판단은 사실과 논리에 비추어 볼 때 오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조갑제 기자는 훨씬 더 긴 글을 통해 사실관계에 대하여 정치(精緻)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조갑제 기자는 그와 오랜기간 신뢰관계를 형성하였던 엄상익 변호사의 판단을 그대로 믿고 있는 듯하다.

    물론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친구의 목소리, 억양 그리고 표정 등에서 우리는 더 이상 증명이 불필요한 진실성과 신뢰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엄상익 변호사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도 그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는 친구는 있어도, 어떤 순간에도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없는 친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