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잘 돼가고 압도적 지지" 문재인 발언 하루만에 뒤엎어져
  •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이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주승용 최고위원이 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발언 도중 자신이 하고 있는 뿌리당원 찾기 운동 관련 언급이 나오자 시선을 돌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이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주승용 최고위원이 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발언 도중 자신이 하고 있는 뿌리당원 찾기 운동 관련 언급이 나오자 시선을 돌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당이 안정되고, 계파패권주의도 사라졌다"는 발언 이후로 격렬한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김칫국 마시기'와 같은 낙관론에 놀란 당내 비주류가 '발언이 틀렸다'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듯 연일 날세우기에 나서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재벌개혁에 대해 언급한 뒤 "공천 관련 룰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평이한 모두발언이 이어지다가 급작스레 민감한 '공천'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고개를 숙인 채 회의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던 최고위 참석자들이 깜짝 놀라 전부 고개를 드는 모습이 연출됐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룰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라며 "최근 우리 당에서는 혁신위가 '권리당원 40% + 일반국민 60%' 경선제에서 권리당원의 비율을 줄이거나 국민 비율을 최대화하려는 논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천 관련 제도에 있어서는 '권리당원 50% + 일반국민 50%' 원칙에 따라야 할 것"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 반영 비율을 50%로 하고, 그 1~2주 전에 권리당원 투표를 실시해서 50%를 반영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오영식 최고위원이 빤히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유승희 최고위원은 "일부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가 동원으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지만, 상당수 권리당원은 우리 당에 대한 지지와 애정을 가진 분들"이라며 "최근 전병헌 최고위원이 뿌리당원 찾기 운동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공천선거인단에서 권리당원 참여를 축소하는 것은 수십 년간 우리 당을 지켜 온 당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이어 나갔다.

    나아가 "우리 당원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관권과 금권이 판을 치는 가운데에서도 정확히 (기호) 2번을 찍은 당원들"이라며 "어떤 제도나 룰도 공정하고 투명하며 객관적 타당성을 지향하는 가운데, 당의 역사성과 정체성도 담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유승희 최고위원의 발언은 문재인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각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표는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통해 일반국민의 비중을 최대화하고 권리당원의 비중을 줄이는 공천 혁신안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위는 지난달 28일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 워크숍에서 국회의원 공천 선거인단 구성 방법과 경선 방법, 구성 비율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해서는 5지선다형 문제의 보기 중 권리당원 비중이 0~40%로 돼 있었다. 애초부터 40%를 초과하는 비중은 선택할 수 없는 가운데, 권리당원 비중이 0%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대체로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나 경선에 있어서 권리당원의 비중이 높아지면 비노(非盧·비노무현)나 호남 측에 유리하고, 일반국민의 비중이 높아지면 친노(親盧·친노무현)나 영남 측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친노 측은 당권을 잡으면 각종 당내 경선 룰에서 권리당원의 비중을 줄이고 모바일 투표 등 온갖 편법을 수단으로 동원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은 권리당원 비중 축소를 획책하는 친노 당권파와 혁신위를 향해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달 18일 민주당 창당 60주년 기념식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권리당원이 당의 근간임을 강조하고 경선에서 그 비중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호소력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유승희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혁신이 잘 돼가고 있으며, 압도적인 지지로 당무위와 중앙위에서 통과됐다"며 혁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마치 언론의 선동인 양 묘사한 문재인 대표의 발언 또한 그릇된 것이라는 게 만천하에 폭로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당이 빠르게 안정돼 가고 있다'는 말을 하자마자 당이 급속히 시끄러워지고 있다"며 "이번에 정말로 현역 의원의 탈당으로까지 연결된다면 당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