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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美 동맹' 있기에 '韓-中 친선'도 가능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친선의 길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고 있다.
    외교는 복합성을 띨 수밖에 없고, 우리의 지정학적, 지경학(地經學)적 위치와 남북 관계를
    돌아볼 때, 한중 친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인 점이 물론 없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안보외교에서 무엇이 주(主)고 무엇이 그 다음인가의 현실적, 가치적 우선순위는
    그것대로 엄연히 있다.

  •  우리에게 있어 한미동맹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치할 수 없는 가장 주된 국가적 진로에 속한다.
    한중간의 대등한 친선도 한미동맹이라는 힘의 보루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윤병세 외무장관은 "우리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러브 콜을 받는 것은 축복"이라는 투로 말했지만,
    이건 대단히 천박한 정세 인식이다.
    한미동맹 우위(優位) 체제를 이탈해 미국과 중국 중간쯤에서
    그 어떤 '등거리 외교'라도 하는 게 마치 상책이라는 양 들리는 그런 말은
    경솔하기 짝이 없고 위험하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이런 시각은 노무현 정권 때의 소위 '동북아 균형자론' 운운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위력이 발동시킨 B2 스텔스 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무기가 아니었다면
    이번에 김정은이 저처럼 맥없이 물러섰겠나?
    이런데도 '미-중 등거리 외교' '미국 중국의 동시적 러브 콜' 어쩌고 하는
    헛소리를 지꺼리는 게 우리의 안보이익에 대체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중 외교는 물론 긍정적인 측면을 동반하고 있다.
    김일성이 섰던 천안문 망루 바로 그 자리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선다는 것 자체가
    그 점을 상징적으로 집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지금까지는 본론에 들어가기까지의 서론 또는 오픈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본론은 뭔가?
    다시 말해 통일-안보-대북 분야와 관련해 우리는
    시진핑 중국에 대해 무엇을 천명하고 추구하고 요구해야 하는가?

     이점에 관한 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통일-대북 정책 브레인들의 경우
    '꿈이 너무 야무진 것' 같아 걱정이다.
    이런 퍼포먼스 등으로 중국이 우리를 꿰어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마치 중국을 입맞대로 요리라도 할 수 있다는 양
    과신(過信) 하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흔히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행사해서 북의 핵개발을 막고, 개혁-개방을 강제하고,
    남북한의 공존-교류-협력을 유발해 줄 것을 기대하지만,
    중국은 그런 영향력을 행사할 의사도. 그럴 지렛대도 딱히 없다.

    북으로 가는 기름을 끊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중국이 그러는 일은 아마 '절대로' 없을 것이다.
    김정은이 아무리 못 마땅하다 해도 중국이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게 돼있다.

     우리 내부의 일부 기능주의적 탁상공론(卓上空論) 파는
    우리가 돈으로 구워삶으면 김정은 집단이 개혁-개방-공존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떠들어왔지만
    북은 절대로 그렇게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한미동맹 우위체제를 떠나
    미-중 등거리 외교 비슷한 것이라도 하면
    공산당 중국이 우리를 존중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도 안이한 낙관론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신판 당-청(唐-淸) 패권주의 국가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그렇다고 중국을 상대로 외교적 복합기술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경제적으로도 우리는 중국과 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와 있다.
    안보적으로도 중국 지도자들에게 "북한을 끼고 도는 게
    얼마나 중국의 참다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인지"를
    진지하가 이해시킬 때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그보다는 대한민국 주도의 한반도야말로
    한-중 양국과 그 국민에게 얼마나 매력있는 '대박'을 약속하는 것인지를
    설득력 있게 주지시킬 때도 다가오고 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 한반도는 중국의 군사-안보 이익에 절대로 위해가 되지 않을 것이란
    다짐을 중국 지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입력해야 한다.

     이런 중장기적인 전략적 목표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국행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문제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외교 참모들이 어째 미덥지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이야말로 전형적인 기능주의적 접근법에 젖어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