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이완구, 4·19 기념식서 마주쳤지만 대화 안 나눠
  • ▲ 이완구 국무총리가 18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는 등 자신의 거취를 놓고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3일 대정부질문을 위해 국회에 출석한 이완구 국무총리.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가 18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는 등 자신의 거취를 놓고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3일 대정부질문을 위해 국회에 출석한 이완구 국무총리.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거취를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연일 해임건의안 발의를 거론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전날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자신의 거취 문제를 숙고했던 이완구 총리는 19일 4·19 의거 5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총리는 4·19 묘역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산업화의 성공으로 번영의 토대를 다져왔다"며 "이제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켜 국민적 어려움을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도 참석했지만, 한때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악수만 나누었을 뿐, 행사 내내 별도의 인사나 대화를 나누지 않고 어색한 침묵을 유지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공식 기념식이 열리기 2시간 전에 선거 유세를 이유로 핵심 당직자들을 대동한 채 먼저 4·19 묘역을 찾았다. 문재인 대표는 방명록에 "4·19 정신 되살려 민주주의와 부패 척결을 해내겠다"는 글을 남겼다. '부패 척결'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여 있는 이완구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공식 기념식에 앞서 먼저 4·19 묘역을 찾은 이면에, 이완구 총리가 해외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기념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속내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완구 총리를 향해 "부패 의혹과 거짓말로 만신창이가 된 총리가 앞에 나서서, 반부패·민주항쟁인 4·19 정신을 이어받자고 연설한 것은 웃지 못할 희극"이라며 "4·19 민주 영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 여부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 여부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와중에 새정치연합은 이완구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 공식 의사결정기구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히며, 압박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해임건의안을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고, 주중에 의원총회를 열어 (발의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면,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서영교 대변인은 이 점을 지적하며 "(해임건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더 열어야 한다"며, "해임건의안 제출을 염두에 두고 새누리당과 의사 일정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1일 열릴 예정인 양당 원내지도부 주례회동에서는, 해임건의안 발의와 의사 일정 재조정을 둘러싸고 유승민, 우윤근 원내대표 간에 격론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새정치연합이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는 행태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성완종 전 회장과 노무현정권 간 커넥션의 내막이 자세히 밝혀지기 전에, 이번 사건의 성격을 현 정권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로 못박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전 의원이 노무현정권 하에서 두 차례나 특혜성 특별사면을 받게 된 이유가 아직도 분명치 않다"며, "고인이 남긴 메모에 액수가 언급돼 있지 않고,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액수도 가장 적은 이완구 총리를 향해 문재인 대표가 강공을 펼치는 이유는, 사태의 불똥이 튀는 것을 막고 여론의 시선을 (이완구 총리 문제에) 붙들어 두기 위함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5월과 2007년 12월 31일 각각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특히 두 번째 사면의 경우, 참여정부는 성 전 회장의 이름을 특사 명단에 올리지 않는 특혜 중의 특혜를 베풀었다.

    불과 2년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실형 확정 판결을 받고, 그때마다 특별사면을 받은 사실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더구나 두 번의 특사 당시 참여정부 핵심 실세였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었던 사실이 확인돼, 문재인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성 전 회장의 특사에 관여했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