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단 임기 이완구 총리 낙마 후 국정동력 감퇴 가속도 우려, 쇄신 위해서는…
  •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변하는 주변 풍경처럼 임기 5년인 청와대에도 사계절이 있다.

    국정기조를 세우고 업무파악을 하는 활기찬 집권 1년차를 봄이라 부르고, 왕성한 활력으로 국정을 밀어붙이는 2년차를 여름이라 칭한다.

    추수의 계절 가을로 통하는 3년차는 추진한 정책의 성과를 검토하는 동시에 임기 말(겨울)을 준비하는 시기다.

    그래서 4년차는 겨울이라 하고, 집권 마지막 해인 5년차는 '방학', 심하게는 '종말' 이라는 농반 진반(弄半眞半) 얘기를 한다.

    아무튼, 박근혜 정부는 지금 집권 3년차 가을이다. 벌써부터 임기 말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꼭 시기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국정원 댓글(1년차), 세월호(2년차), 성완종 리스트(3년차)를 거치면서 감퇴된 국정동력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자조적 분위기가 감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실상 역대 최단기간 낙마하는 총리로 기록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 ▲ 박근혜 대통령과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오른쪽부터) ⓒ 뉴데일리 DB
    ▲ 박근혜 대통령과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오른쪽부터) ⓒ 뉴데일리 DB


    문제는 이 난관을 헤쳐가야 할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라는 점이다. 권력의 속성상 집권 하반기를 갈수록 참모들은 대통령만 바라본다.

    유독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가 강했던 박근혜 정부 참모들은 말할 것도 없다. 번번히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폐를 척결하고 적폐를 해소하겠다며 내세운 이완구 총리가 사정대상 1호가 됐다는 것도 대통령 주변에서 추천하는 인사 중 한명을 고른 그동안의 인선(人選) 방식의 폐혜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총리 사의 표명 시점이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이 집무를 시작한 자정(폐루 현지시간 오전 10시)였다는 점은 얼마나 지금의 청와대가 '대통령만을 위한 국정'을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사설을 통해 '국민이 무릎 칠 만한 새 총리로 국정 일신(一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놓고 <조선>은 3면 종합면에서 최경환, 황우여, 황교안, 이주영, 윤증현 등 후임 총리 하마평 리스트를 보도했다.

    유력 언론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단'을 올려놓고 '이 중에 한명을 고르라'는 식이다.

    단언컨대, 각 세력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짜여진 명단에서는 <조선>이 말하는 '국민이 무릎 칠 만한 새 총리 후보자'는 나올 수 없다.


    박근혜 정부 명운(命運)을 가를 3번째 국무총리는 박 대통령이 직접 골라야 한다. 그리고 이 인사에 박 대통령 역시 명운을 걸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후보군을 찾고 발탁을 해야 그만큼 국무총리에 힘이 실린다. 힘이 실려야 원하는 국정운영 동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국정이 바쁘다는 핑계를 댈만한 사안도 아니다. 헌법상 행정부를 움직이는 국정 2인자를 임명하는 일이다.

    정치권, 재계, 시민사회 등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잘 수행할 인물을 찾는 대통령의 '능력'을 보여줄 때다.

    이미 청와대는 순방에서 돌아오는 박 대통령에게 들이밀 총리 후보 명단을 준비해놨다는 얘기가 들린다.

    "각종 현안이 산적해 총리 자리를 오래 비워두지 않을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이번에도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무난한 사람을 내세우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