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한에서는 3·1운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상이한 상(像)을 가지고 있으며, 유관순 역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한다. 즉 유관순을 통해 3.1 운동을 떠올리고, 일제의 무차별적인 탄압과 한민족의 저항정신을 떠올리는 것은 남한만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관순을 부각한 것은 어떤 이들일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남한만의 유관순이라면 그녀가 부각되어 강조된 시점은 분단을 낳게 되는 이념갈등이 표면화 된 시점 이후의 일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정상우, “3·1운동의 표상 ‘유관순’의 발굴”, 『역사와 현실』, 2009, p. 236.).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북한에서는 3·1운동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상이한 상(像)을 가지고 있으며, 유관순 역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한다. 즉 유관순을 통해 3.1 운동을 떠올리고, 일제의 무차별적인 탄압과 한민족의 저항정신을 떠올리는 것은 남한만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관순을 부각한 것은 어떤 이들일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남한만의 유관순이라면 그녀가 부각되어 강조된 시점은 분단을 낳게 되는 이념갈등이 표면화 된 시점 이후의 일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정상우, “3·1운동의 표상 ‘유관순’의 발굴”, 『역사와 현실』, 2009, p. 236.).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모 교수는 역사 교과서에서 유관순이 사리진 이유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있기에 기술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 ‘연구 성과’라는 (정상우의) 논문을 직접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 논문은 큰 결함을 갖고 있었다.

    논문은 유관순 열사가 “북한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고 “남한만의 현상”이라고 전제한다. 그러면서 각주로 다른 이(임경석)의 연구를 달아 놓고 있다. 필자는 그 논문도 찾아서 읽었다. 도대체 북한에서는 유관순 열사가 어찌하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건지 그 근거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논문에서 유관순이라는 단어는 딱 한 번 나오고 있었다. (어디에도 유관순이 북한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설명하는 내용은 없다.) 어떻게 이 논문이, 유관순이 북한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이야기 하는 자료가 될 수 있는지 의아했다. 오히려 인용자가 이 논문을 읽어나 보았는지가 의문이었다.

  • ▲ “『조선전사』가 제시한 3·1운동사 인식은 주체사상의 명제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북한의 역사가들은 3·1운동사 서술을 통해 ‘수령’의 등장이 민족해방운동 발전의 필연적 요구였음을 입증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남한 독자층에게는 이러한 3·1운동사 인식이 생소할 것이다. ‘민족대표, 파고다공원, 기미독립선언서, 유관순 누나’ 등과 같은 표상을 통해 3·1운동을 이해해온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조선전사』의 집필자가 사실을 옳게 판단하고 그 인과적 연관을 바르게 설정했는지 궁금할 것이다.”(임경석, “3·1운동을 보는 남과 북의 시각”, 『통일시론』, 1999, p. 190.).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조선전사』가 제시한 3·1운동사 인식은 주체사상의 명제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북한의 역사가들은 3·1운동사 서술을 통해 ‘수령’의 등장이 민족해방운동 발전의 필연적 요구였음을 입증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남한 독자층에게는 이러한 3·1운동사 인식이 생소할 것이다. ‘민족대표, 파고다공원, 기미독립선언서, 유관순 누나’ 등과 같은 표상을 통해 3·1운동을 이해해온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조선전사』의 집필자가 사실을 옳게 판단하고 그 인과적 연관을 바르게 설정했는지 궁금할 것이다.”(임경석, “3·1운동을 보는 남과 북의 시각”, 『통일시론』, 1999, p. 190.).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다음으로 필자는 북한의 역사 교과서를 살펴보았다. 북한의 역사 교과서에서 유관순 열사가 언급되고 있지 않다면 모르겠으나 만일 언급되고 있다면, “북한에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논제는 그 논거가 매우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필자가 북한의 고등중학교 역사 교과서 『조선력사』를 구해서 살펴보니,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기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북한 역사 교과서는 “충청남도 천안군에서 반일봉기에 앞장서서 싸우다가 일제경찰에게 체포된 16살의 녀학생인 류관순은 재판정에서도 재판의 부당성을 견결히 단죄하였으며 감옥안에서도 굴함없이 싸우다가 희생되였다.” 라고 유관순 열사를 설명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유관순 열사를 두고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것을 밝혀낸 연구 성과라는 이 논문은 논지의 출발부터 허점투성이가 아닌가. 이렇듯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부실한 논문 한 편이 유관순을 역사책에서 사라지게 한 기준이 되었다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 “충청남도 천안군에서 반일봉기에 앞장서서 싸우다가 일제경찰에게 체포된 16살의 녀학생인 류관순은 재판정에서도 재판의 부당성을 견결히 단죄하였으며 감옥안에서도 굴함없이 싸우다가 희생되였다.”(리인형, 『조선역사6』, 교육도서출판사, 주체91, p. 24.).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충청남도 천안군에서 반일봉기에 앞장서서 싸우다가 일제경찰에게 체포된 16살의 녀학생인 류관순은 재판정에서도 재판의 부당성을 견결히 단죄하였으며 감옥안에서도 굴함없이 싸우다가 희생되였다.”(리인형, 『조선역사6』, 교육도서출판사, 주체91, p. 24.).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이 논문은 이 결정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유관순을 친일파가 ‘소환’, ‘발굴’, ‘부각’하였다는 근거 역시 실제로는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사실 북한에서는 3.1운동을 다루며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을 내세우고, 3.1운동이 실패한 원인이 “탁월한 수령, 혁명적인 계급과 혁명적인 당의 령도를 받지 못한” 점과 “부르죠아민족주의자들의 계급적 제한성과 숭미사대주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1운동을 폄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북한조차도 유관순 열사는 빼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유관순 열사가 어떤 인물인가. 필자는 한국사 교과서가 유관순 열사를 제대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유관순 열사를 다시 찾아 보았으며, 다시 한 번 그녀의 생애에 깊은 감동과 감화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유관순 열사는 진정 우리 역사가 빼놓아서는 안 되는 인물인 것이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그녀의 항거와 처절한 죽음을 아무리 강조해 가르쳐도 모자람이 없다는 것이다.

    ▶ 필자는 ‘유관순 삭제’의 기준으로 제시한 논문 그리고 북한의 역사 교과서까지 두루 살펴보며, 유관순 열사를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으로 ‘만들고’ 결국 역사 교과서에서 빼놓은 이 ‘소동’이야말로 좌파 사학자들의 ‘지적 게으름’과 ‘역사 인식의 주관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몰고 갔을까. 이것이 사실은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 전쟁’이 던지는 진정한 질문이며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 ▲ “충청남도 천안군에서 반일봉기에 앞장서서 싸우다가 일제경찰에게 체포된 16살의 녀학생인 류관순은 재판정에서도 재판의 부당성을 견결히 단죄하였으며 감옥안에서도 굴함없이 싸우다가 희생되였다.”(리인형, 『조선역사6』, 교육도서출판사, 주체91, p. 24.). 사진은 스토리케이 이종철 대표가 해당 내용을 프린트로 출력,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은 흔적. ⓒ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