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元淳이 임명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국보법 폐지론자'

    서울시장 朴元淳의 당선 이후 행적-3/
    박인배 사장,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반대하며 '1인 시위' 벌였던 인물

    김필재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명으로 2012년 1월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된
    朴仁培(박인배, 사진) 前 극단 ‘현장’ 예술감독은 국보법 폐지론자로
    2003년 10월 ‘송두율 교수 석방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일천인 성명’에
    강정구(前 동국대 교수), 신영복(성공회대 석좌교수) 등과 함께 참여했다.
  • 당시 이들은 성명에서 송두율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독재의 탄압으로 오랫동안 귀국하지 못한 지식인”으로 추켜세우면서 宋씨에 대한 구속수감을 “역사에 관한 능멸”이라고 주장했었다. 

    朴 사장은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서울노동자문화예술단체협의회 대표,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부회장,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운영위원장,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사무총장 및 상임이사 등을 거친 문화계의 左派 활동가였다.
    朴 사장이 활동했던 단체 가운데 민예총(1988년 창립)의 경우 ‘부정적 과거유산의 극복과 사회개혁을 통해 민족문화의 전통을 올바르게 계승한다’, ‘통일문화를 끊임없이 준비해 통일의 시대를 열어간다’는 미명하에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반대, 韓美 FTA(자유무역협정)반대,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등 문화계 활동 외의 활동까지 참여해온 단체다.

    일례로 민예총 산하 단체로 알려진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의 경우 문단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해온 단체다. 이들은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하여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참다운 민족문학을 이룩하는 데 앞장서 왔다”면서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회의는 줄곧 國保法 폐지를 요구해왔으며, 2005년 강정구 前 동국대 교수가 ‘6·25전쟁은 민족해방전쟁’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을 때 강 씨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朴 사장은 2001년 6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며 김용태, 임옥상(미술가) 등 左派성향 문화계 활동가들과 함께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 상징하는 건축물”

    그는 2012년 1월24일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새로운 일터인 세종문화회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1978년 개관한 세종문화회관은 공연장이라기보다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다...(중략) 웅장한 계단 구조 하며, 그리스 神殿(신전)처럼 神이 사는 곳이지 시민이 와서 놀 곳은 아닌 구조로 지어놨더라. 최근 들어서야 그 범접할 수 없었던 권위주의 공간의 상징성을 깨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걸 어떻게 깨느냐가 관건이다.”

    朴 사장은 또 2004년 9월 ‘국보법 폐지 문화예술인 선언’(총 1603명 참여)에 정지영(영화감독), 정태춘(가수), 안치환(가수) 등과 함께 참여했다. 당시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국보법은 예술활동을 탄압하고, 창작의욕을 꺾는 등 문화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끼쳐왔다”, “국보법은 청산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며, 이제 한국 사회는 이 늙고 추한 악법의 굴레를 걷어내고 화해와 평화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부터 북한의 공연물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진 박인배 사장은 민예총 시절인 2005년 10월 북한의 평양에서 들여온 ‘아리랑’ CD를 비롯, ‘꽃 파는 처녀 실황록화’, ‘조선의 무용’ 등을 세관에 유치 당하기도 했다. 당시 박 씨는 “통일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CD반입을 불허하면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리랑은 北의 현재와 미래의 바람을 체조와 집단예술로 형상화 한 것”

    朴 사장은 “시대가 변했는데 80년대 냉전논리로 협박하면 통제가 될 걸로 보느냐”면서 정부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꽃 파는 처녀’는 일제 강점기 봉건지주의 억압에 저항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고 ‘아리랑’의 경우에도 북의 현재와 미래의 바람을 체조와 집단예술로 형상화한 것으로 국가 안보를 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朴 사장의 주장과 달리 ‘꽃 파는 처녀’의 경우 농민과 지주 사이의 계급투쟁을 기반으로 공산 사회 건설의 정당성을 선동하는 북한의 ‘5대 혁명 가극’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이 발간한《백과전서》는 ‘꽃 파는 처녀’를 “위대한 수령님의 영생불멸의 주체사상과 주체적 문예사상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명작”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朴 사장이 “北의 현재와 미래의 바람을 체조와 집단예술로 형상화”했다는 ‘아리랑’의 경우 순수 예술과는 거리가 먼 수령절대체제와 선군 노선(군사제일주의)을 찬양하는 선전극이다.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진 ‘아리랑’ 공연은 연인원 10만여 명의 출연자 상당수가 유치원생과 청소년들이어서 아동학대로 악명이 높다. 연습 기간도 반년이 넘고, 정교한 동작의 완성은 1년이 걸리기 때문에 6개월 정도는 오전에 수업하고 오후에 연습하지만 행사를 보름 정도 앞두게 되면 종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계 서울시 의원들, 박인배 사장 해임건의안 상정하기도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市의원들은 2013년 7월 세종문화회관 35년 역사상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사장 해임촉구 건의안을 상정한 바 있다.

    당시 해임건의안을 주도했던 인물은 모두 박원순 시장이 黨員(당원)으로 활동하는 민주당(現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의원들이었다. 당시 박 사장은 취임 후 세종문화회관이 운영 중인 삼청각의 납품비리 의혹, 인사비리, 경영적자 문제 등이 불거져 있는 상태였다.

    당시 김태희 서울시의원(민주·서대문3)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내부 직원 비리를 감독하지 못하고, 예술단 운영이 비정상적이다. 박 사장이 거취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석 시의원(새누리·서초4)도 “시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한 국외 공연을 후원 협찬을 받는 형태로 강행하는 등 시의회를 무시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의회를 통한 박 사장의 해임은 불가능했다. 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해도 뚜렷한 사유가 없는 한 법적 강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2011년) 김형주 당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장을 “절차에 따라 코드가 아닌 능력 위주로 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과는 草綠(초록)은 同色(동색)이었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