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 아빠'를 천안함 전사자 유족처럼 대우한다면?
  • ▲ 김영오 씨가 지난 8월 24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사진: 김영오 페이스북 캡쳐]
    ▲ 김영오 씨가 지난 8월 24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사진: 김영오 페이스북 캡쳐]

    “천안함 사건 49명 전원은 국가유공자 되었다.
    인터넷 좀 봐라.
    아가야.”


    지난 8월 24일,
    이른바 [유민아빠]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영오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김영오 씨는 세월호 희생자 중 단원고 학생 유가족이다.

    김씨가,
    단원고 희생 학생과 [천안함 전사자 46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 이 글에는
    하루 사이에 1,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이 “무슨 소리냐”는 비판이었다.

    십분 양보해 세월호 희생자 가운데 [단원고 학생]에게만 특별한 대우를 해줘
    [천안함 전사자] 수준의 대우를 해준다 치자.

    김 씨는 과연 반발을 하지 않을까.
    아마 지금보다 더 심하게 반발할 것이다. 


    김영오 씨 부러워하는 천안함 폭침 전사자 유가족 보상 수준


    천안함 폭침 전사자 가족들의 경우,
    장교와 부사관 가족은,
    3억 원 내외의 일시 보상금과 120만 원 가량의 보훈 연금을 받았다.
    사병 유가족들은,
    일시 보상금 2억 원과 매달 94만 8,000원 가량의 보훈 연금을 받았다.

    381억 원 가량이 모인 국민성금 가운데
    <천안함 재단>을 조성하는 데 사용한 137억 원을 제외한 돈으로
    전사자 1인 당 5억 원의 성금을 유족들에게 추가로 지급했다.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은,
    법률에 따라 [전몰군경 유가족]으로 지정돼,
    매월 평균 116만 3,000원(60세 미만 부모 또는 배우자)의 보훈 연금을 받고 있다.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들은 또한,
    저소득자인 경우에 한해 [생활조정수당]을 받는다.
    배우자와 자녀들의 중-고교-대학교 수업료가 면제되며,
    일정 금액의 학습보조비도 지급받는다.

    유족 가운데 부모-배우자와 35세 이하 자녀 3명까지 취업을 지원해 준다.
    또한 취업 시험 시,
    가산점을 주고 직업훈련도 도와준다.

    의료 지원도 해주지만,
    보훈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만 요금의 60%를 감면해 준다.
    위탁 병원에서는 75세 이상의 건강보험 가입자 중 유가족 1명만 비용 일부를 보전해 준다.

    농업용 토지 구입비,
    사업자금,
    주택구입 및 임차할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도 있다.
    아파트도 우선분양 받을 수 있다.

    전사자의 부모가 자식을 잃고 의탁할 곳이 없으면 양로 보호를 해준다.
    전사자의 배우자와 부모가 보훈요양원을 이용하면,
    보험 급여비용의 60%를 감면해 준다.

    장기요양급여 지원은 저소득층임을 증명해야만 40~60%를 지원해 준다.

    이 밖에,
    고궁 등 공공시설 무료 이용,
    개인택시 면허발급 우선권,
    가족관계증명원 등 공공 증명서 발급비용 면제,
    이동전화요금 할인,
    국내 항공요금 최대 30% 할인 등의 [혜택]이라는 게 있지만,
    [가족의 죽음]을 대신할 만큼 [대단한 혜택]은 아니다.

  • ▲ 천안함 전사자 46용사와 구조작업 중 순직한 故한주호 준위 영정. 이들은 '전사자'다. [사진: 해군 홈페이지]
    ▲ 천안함 전사자 46용사와 구조작업 중 순직한 故한주호 준위 영정. 이들은 '전사자'다. [사진: 해군 홈페이지]

    김 씨는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이런 대우가 필요하다는 건가?

    [최전방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다 기습공격을 받고 전사한 군인]
    [수학여행 가다 선박회사의 잘못으로 숨진 학생]이 같다고?

    세월호 희생자 가운데에서도,
    [수학여행가다 사고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을
    [임무수행 중 전사자]로 대우해 달라는 건 말도 안 된다.  


    “세월호 희생자 의사자 지정하라”는 새민련,
    그럼 6.25전쟁, 월남전 참전유공자는?


    김영오 씨만큼이나 [황당한 주장]을 하는 세력이 있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이다.

    새민련 전해철-부좌현 의원이 공동 발의하고,
    새민련 의원 124명이 서명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정부는 희생자 전원을 [세월호 의사자]로 인정하여 예우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의사자(義死者)란,
    “자신의 본래 업무 외의 행위로,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의 급박한 위해를 구제하다가 사망한 사람”
    을 의미한다.

    [남을 위해 희생]한 의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정부는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족들에게 보상 등을 한다.
    보통 의사자로 지정되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기본연금월액의 240배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는다.

  • ▲ 세월호의 '진짜 의사자'들. 이들은 선원들과 청해진 해운이 배를 버릴 때도 승객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 숨졌다. [사진: 채널A 돌직구쇼 방영화면 캡쳐]
    ▲ 세월호의 '진짜 의사자'들. 이들은 선원들과 청해진 해운이 배를 버릴 때도 승객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 숨졌다. [사진: 채널A 돌직구쇼 방영화면 캡쳐]

    단원고 학생들이 [
    [타인을 위해 의(義)로운 일]을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우리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의(義)로운 일]을 했던
    6.25전쟁,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들이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떠올려 보면,
    새민련은 이 같은 주장을 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 6.25전쟁 참전 유공자와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는 동일한 처우를 받고 있다.
    유공자 지정이 돼도 보상금은 없다.

    만 65세가 지나면,
    매월 15일 [명예수당] 17만 원을 계좌로 입금해주는 게 전부다.

    이 밖에 참전 유공자 본인이 보훈병원을 이용할 때,
    본인 부담액 60% 감면,
    만 75세가 넘어서 위탁병원으로 가면,
    본인 부담액 60% 감면,
    [무주택자 아파트 특별 지원]이라고 돼 있는 [임대주택 알선],
    사망 시 국립묘지 안장 및 화장시설 이용료 감면,
    또는 장례보조비 20만 원 지급 정도가 [국가에서 주는 혜택]이다.

    국내 항공료 최대 30% 할인,
    가족관계증명원 등 공공 증명서 발급 수수료 면제도 있지만,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참전 유공자들은,
    노인요양시설이나 노후복지서비스를 받으려 해도
    저소득층이거나 생계곤란자,
    65세 이상의 독거노인 또는 부부만 있는 사람들만
    [혜택]이라는 것을 받을 수 있다.

    그나마 보훈요양원에 가야,
    본인 부담금 60%를 감면 받는다.

  • ▲ 6.25전쟁 참전유공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이들에게는 '보상금'도 없다. 월 17만 원의 명예수당 뿐이다. [사진: KBS 다큐 공감 방영화면 캡쳐]
    ▲ 6.25전쟁 참전유공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이들에게는 '보상금'도 없다. 월 17만 원의 명예수당 뿐이다. [사진: KBS 다큐 공감 방영화면 캡쳐]

    새민련 측은 참전 유공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다.
    어쩌면 참전 유공자들은 [의로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른다.

    반면 새민련은 지금도,
    세월호의 단원고 희생 학생 유가족만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고 있다. 


    김영오, ‘천안함 유가족’ 비교할 자신 있나?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8월 24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천안함 전사자를 동일시하며 올린 글을 보면서
    [천안함 폭침] 당시 상황이 떠올랐다.

    천안함 폭침 이후 해군과 정부는 실종자를 찾느라 고생했다.
    구조 및 수색 작전 중 故한주호 준위가 희생되자
    전사자 유가족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색작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 ▲ 지난 5월 6일과 5월 30일, 세월호 침몰현장 수색작업을 하던 민간잠수부가 숨졌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2명, 부상자는 90여 명이나 된다. 하지만 단원고 유가족은 수색중단하라는 말을 않고 있다. [사진: 채널A 5월 30일 보도화면 캡쳐]
    ▲ 지난 5월 6일과 5월 30일, 세월호 침몰현장 수색작업을 하던 민간잠수부가 숨졌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2명, 부상자는 90여 명이나 된다. 하지만 단원고 유가족은 수색중단하라는 말을 않고 있다. [사진: 채널A 5월 30일 보도화면 캡쳐]

    반면 세월호 사고는 어떤가?

    지금까지 130일이 넘게,
    그것도 국내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 속에서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2명의 민간 잠수사가 무리한 수색작업으로 숨지고,
    89명이 잠수병-골절 등으로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현재 여야를 만나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부터 통과시키라는
    [일반인 유가족]들은 “수색작업으로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수색작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김영오 씨는 이에 대해 별 다른 말이 없었다.

  • ▲ 故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씨가 기탁한 돈으로 구입한 '3.26 기관총'에 해군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故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씨가 기탁한 돈으로 구입한 '3.26 기관총'에 해군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들은
    보상금과 성금을 받은 뒤 그 가운데 상당액을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써 달라”거나
    “우리 아이를 위해 장학금으로 쓰겠다”며 사회에 환원했다.

    특히 故정범구 병장의 모친 심복섭 씨는
    성금 가운데 1억 원을 아들의 모교인 강원대에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기탁했고,
    故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씨도 1억 원을 “아들을 위해 써 달라”고 기탁,
    해군은 이 돈으로 <3.26 기관총>을 구입해 각 함정에 배치하기도 했다.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들은,
    이후로도 전사한 가족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천안함 생존자들을 [새로운 가족]으로 대우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있다.

    [대통령 욕설 동영상]에서 드러난 김영오 씨가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을 자신과 비교했다가
    수백여 개의 비난 댓글을 받게 된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으로 보인다. 

  • ▲ 공개 후 논란이 된 김영오 씨의 청와대 앞 욕설 영상. [사진: 유튜브 화면 캡쳐]
    ▲ 공개 후 논란이 된 김영오 씨의 청와대 앞 욕설 영상. [사진: 유튜브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