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교황, '이주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등과 첫 대면 화제

  • ◆ 박근혜 대통령, 계단 아래까지 나와 영접

    14일 오전 10시 30분 알이탈리아 편으로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내로 올라온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최종현 외교부 의전장의 안내를 받아 미리 도열해 있던 환영단 앞에 내렸다.

    트랩을 천천히 걸어내려와 한국 땅을 밟은 교황은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과 정답게 인사를 나누며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 "교황 방한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습니다."


  • 정제천 신부의 통역으로 박 대통령과 의미있는 대화를 나눈 교황은 화동(계성초등학교 6학년 최우진, 2학년 최승원 남매)으로부터 꽃다발과 함께 손으로 쓴 편지를 전달 받으며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화동들에게 "친절하다" "감사하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후 통역 담당 신부가 '환영 영접단'을 소개하자 교황은 이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하며 인사를 나눴다.

    교황은 밝은 얼굴로 평신도들과 인사를 하던 중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소개받자, 자신의 왼손을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을 지어보이며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간단한 환영행사를 마친 뒤 검은색 기아 '쏘울' 차량에 통역 신부와 동승한 교황은 주변에 있는 사진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포즈를 취하기도.



  • ◆ 세월호 유가족, 새터민, 이주노동자, 범죄피해자 가족..교황과 첫 대면

    첫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땅에서 제일 먼저 만난 사람들은 바로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할 환영단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단 외에 평신도 대표 32명을 초청했다.

    교황 환영단에 포함된 평신도들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4명), 새터민(2명), 이주노동자(2명), 범죄피해자 가족모임인 해밀(2명), 가톨릭노동청년(2명), 장애인(보호자 포함 2명), 시복대상자 후손(2명), 외국인 선교사(2명), 수도자 대표(2명), 중고생(4명), 어르신대표(2명), 예비신자(2명), 화동(2명) 및 보호자(2명) 등이었다.



  • 이날 교황을 맞이한 평신도 대표들은 한결같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교황님께서 건강히 무사히 잘 지내고 우리와 많이 만나고 가시길 원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화동으로 나선 최우진 최승원 남매는 "이른 아침잠을 쫓으며 검색대를 통과했다"면서 "전날 설레는 마음으로 기도하다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막상 공항에 들어서니 긴장됐지만 기다림은 기쁨"이라고 말하는 남매. 이들은 미리 교황에게 전할 카드를 마련, 직접 영어로 쓰고 교황의 그림까지 그려오는 정성을 보였다.

    특히 최 양은 "교황님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교황님은 전 세계에서 가장 착하고 마음 넓은 분"이라고 전했다.

    남매의 아버지 최용석씨는 "아이들이 괜스레 들뜰까봐 화동이 됐다는 말을 미리 하지 않고 바로 지난 주일 10일에 전했다"며 "교황님과의 만남이 단순히 좋은 기억이 아니라, 교황님을 만날 준비로 다졌던 그 마음으로 평생을 올바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 가족은 교황에게 전할 꽃다발도 몇 차례에 걸쳐 시안까지 만들어보이면서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 새터민 김정현씨는 "이렇게 서로 더불어 살고 있는 우리 새터민들이 바로 '평화 통일의 미래'"라면서 "평화적으로 통일이 이뤄지길 함께 기도하자"고 전했다.

    해밀 가족 대표 부부는 "교황님께서 가해자들을 위해 특별히 더 기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출신 다문화가족 아녜스 팔로메케 로마네트씨는 스페인어로 교황님을 위한 기도문을 작성해왔고, 필리핀 이주노동자 하이메 세라노씨는 "교황님께서는 내년엔 필리핀에 오신다"며 "한국과 필리핀 또한 교황님 덕분에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평신도로서 줄의 가장 앞부분에 선 강시원(14, 성심여중), 최효임(18, 계성여고), 김민식(16, 동성중), 김지호(17, 동성고) 등 10대 청소년들은 교황을 더 많이 알기 위해 각종 다큐멘터리를 보고 책도 직접 사서 읽는 열의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효임양은 "오늘 교황님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며 "이 시대에 교황님과 같은 분이 계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강시원양도 "교황님께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금처럼 계속 좋은 일을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 청년 김성대씨는 "오늘을 기다리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 매일 자비의 기도를 봉헌했다"고 밝혔다.

    대구 가톨릭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양 수산나(78, 수산나 메리 영거) 선교사는 "1989년에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때 안수를 받은 적이 있다며 감격에 겨운 모습을 보였다.

    50년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예수님의 지상 대리자이기에 그분 말씀과 강복에 특별히 귀 기울이며 주님께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故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부친 남수현(세례명 가브리엘) 씨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직접 교황님 뵙고 대화하는 시간 갖고 싶다. 위로받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금전적인 보상이 먼저라기 보다 심적인 위로, 진정한 위로 받고 싶다. 교황님 위로 말씀 통해서 모두가 회개하는 마음 갖는 계기 되길 바란다. 세월호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들도 고해성사 하듯이 뉘우치고 나서서 잘못했다는 사과의 말 전하고, 회개하길 바란다.


    세월호 희생자 故 정원재(61, 대건안드레아) 씨의 부인 김봉희(58, 마리아) 씨는 "분노를 가슴에 담고 있을 뿐"이라면서 "기쁜 일이 있어도 좋아하지 못한다. 너무 아프다. 교황님께서 위로의 말씀을 주셨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 [사진 및 자료 제공 = 교황방한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