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소통이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는 연설..산업화 초석은 소신과 뚝심
  • [단독] “바람이 불면 쌀 뒤주 장사가 돈을 번다”
    - 박정희 대통령 독일방문이 낳은 경부고속도로 -

    이현표 /논설위원

    뉴데일리는 지난 달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국빈방문에 즈음,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1964년 12월 독일방문 후 각각 육필로 쓴 방독소감(訪獨所感)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집권 18년 동안 단 9차례만 해외순방을 했을 뿐이지만,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들 중에서 이를 국익증진을 위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했던 인물이다. 

  • 그 단적인 예가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을 모델로 건설한 고속도로이다.
    독일 국빈방문시 박정희 대통령은 ‘라인강의 기적’의 주역인 에르하르트 수상으로부터 아우토반이 비록 히틀러 시대에 군사용으로 건설되었지만, 독일의 경제부흥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박 대통령은 그에 관해서 상세히 묻고, 실제 차로 달려도 보고, 하차(下車)해서 관찰하기도 했다. 

    귀국 즉시 박 대통령은 아우토반과 같은 고속도로를 구상하고, 가장 적은 경비로, 가장 짧은 기간 내에 건설할 수 있는 연구에 착수했다. 그리고 독일방문 2년 5개월만인 1967년 4월 29일 대선공약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4일 후 재선에 성공한 그는 같은 해 7월 1일 제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 1일 기공식(起工式)을 가진 지 2년 5개월만인 1970년 7월 7일 준공(竣工)되었다. 왕복 4차선 428km 길이의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였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가장 극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은 언제였을까?
    서울-수원간 기공식이었을까, 아니면 서울-부산간 준공식이었을까?
    단언컨대 그때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 언제일까? 

    참고로 당시 야당을 중심으로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재정파탄이 올 것이다”, “지역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다”, “차도 별로 없는 나라에서 고속도로는 부유층의 유람도로가 될 것이다” 등등이 반대의 이유였다.
    이에 박 대통령이 작심을 하고 정면 대응한 적이 있다. 

    바로 1968년 9월 11일 부산-대구간 고속도로 기공식 연설에서다.
     이날 그는 “바람이 불면 쌀뒤주 장사가 돈을 번다”는 흥미로운 논법으로 경부고속도로가 향후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큰 연쇄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 대통령의 많은 연설 중에서 가장 극적이고 감동적인 그날의 즉흥연설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부산-대구간 고속도로 기공식 연설 
<1968.9.11, 박정희 대통령>

『금년 봄, 정부가 고속도로를 시작할 무렵에 일부에서는 왜 정부가 부족한 재정에서 3백 수십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가지고 고속도로를 서두르느냐 하는 반대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 후 공사를 착수한 뒤에는 왜 아직까지 법이 통과도 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공사를 착수했느냐면서 이 자리에 있는 건설부장관이 국회에 불려나가서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금년(1968년) 2월 1일 서울 영등포구 원지동에서 기공식을 올린 고속도로공사는 그동안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이 되어서, 지금 서울에서 남쪽을 향해 남으로 남으로 뻗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금년 연말까지는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노반(路盤)이 완성될 것이며, 오산까지는 완전히 포장(鋪裝)이 완료될 것입니다. 

오늘 여기(부산)에서 기공식을 올린 이 공사는 부산으로부터 대구를 향해서 뻗어 올라갈 것입니다. 부산-대구간은 대략 내년 5월경이면 완전히 포장이 될 것입니다. 대전-대구간은 지금 모든 기술 조사를 하고 있는데, 금년 중에 조사가 완료될 것입니다. 내년 봄 해동(解凍)과 동시에 착공이 되면, 70년 여름까지는 완전히 포장이 되어서, 서울-부산 간은 불과 4시간 정도에 달릴 수 있는 가까운 거리로 단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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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면 이러한 고속도로를 왜 만드느냐?

    오늘날 근대 산업 국가에 있어서 산업도로, 특히 고속화한 산업도로가 그 나라 산업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효과는 지대한 것입니다. 소위 산업의 연관효과, 연쇄작용, 파급효과, 이러한 것은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히틀러가 독일 전국에다가 중요한 도로를 뚫었습니다.
    소위 ‘아우토반’이라는 고속도로를 동서남북으로 뚫은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당시 ‘히틀러’가 침략을 하기 위한 군사작전 목적으로 뚫었지만, 전쟁에서 독일이
    패배한 후, 오늘날 다시 기적이라는 말을 들어가면서 빠른 부흥을 가져온 원인의 하나가
     ‘아우토반’의 힘이 대단히 크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습니다. 

  • 고속도로가 특히 우리 농촌에 사는 농민들에게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더구나 우리 마을 앞을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 마을과 상당히 먼 동떨어진 데를 지나가는데, 그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편리한 정도지, 우리들이나 우리 농촌에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절대 그분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입니다. 직접, 간접으로 우리 농촌에 미치는 효과는 시일이 가면 갈수록 우리들의 눈에 띌 정도로 여러 가지 효과가 나타나리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옛날 일본의 어떤 중이 쓴 <방장기>(方丈記: 1212년 가모노 초메이가 쓴 불교적 색채가 농후한 수필집. 일본 고전수필문학의 백미로 꼽힘)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어요.

    “바람이 불면 쌀뒤주 만드는 사람이 수지맞는다”는 겁니다.

    결국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그 구조가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사회에 어떤 하나의 현상이 일어나면, 그와 연결되어 일어나는 연쇄반응, 연쇄작용, 이런 것이 대단히 클 뿐 아니라 어떤 것은 우리가 미처 상상도 못할 여러 가지 연쇄반응을 가져온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장기>의 내용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면 그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바람이 불면 먼지가 많이 일어나서 눈에 안질(眼疾)이 생기고 눈이 어두운 장님이 많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맹인은 주로 안마 같은 직업을 많이 가졌었는데, 일본 장님들은 우리의 해금과 같은, 일본말로 ‘샤미센(三味線)’이라는 악기를 만들어 퉁기면서 돈벌이를 한 것 같아요.

    바람 때문에 장님이 많아지면 샤미센을 많이 만들게 됩니다. 이 악기를 만들려면, 꼭 필요한 재료인 고양이 가죽이 필요한데, 가죽으로 쓰기 위해서 고양이를 많이 잡으면, 쥐가 늘어나게 됩니다.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가 죽으니까 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쥐가 많이 늘어나면, 농가에 있는 쌀뒤주 안의 쌀이 축이 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농민들이 모두 서둘러서 나무로 쌀뒤주를 많이 만드는 것이지요. 따라서 바람이 많이 불면 쌀뒤주 장사가 돈을 벌게 된다는 겁니다. 

  • 이 얘기는 머리와 꼬리를 따온 것인데, 우리 사회에 어떤 하나의 현상이 일어나면, 우리가 미처 예측 못하고, 상상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연쇄반응이 많이 일어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인간 사회에서 경제활동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들이 상상 못하는 여러 가지 반응을 많이 일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남북을 관통하는 대동맥(大動脈)인 경부고속도로를 완성했을 때, 어떠한 연쇄반응 또는 경제 효과가 일어나느냐 하면, 그것은 지금 우리가 대략 짐작할 수 있는 점도 많이 있을 것이고, 또 우리가 미처 짐작하지 못하는 효과도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여러분의 농촌에서 생산하는 여러 가지 농산물이 여러분의 고향에서 서울이나 부산까지 불과 한두 시간 또는 두서너 시간 내에 운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도시에다가 많이 팔 수 있고,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우리 농가의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을 우리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 있어서 고속도로는 반드시 여러분 마을 바로 앞을, 혹은 옆을 지나가지 않는다 해도, 도로가 지나가는 연변에 많은 연관효과를 일어나게 합니다. 이것을 여러분이 아신다면,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특히 오늘날 우리 경제가 나날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경제성장이라는 것은 반드시 공장을 많이 짓고 생산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서 모든 목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몸집이 커지면 반드시 옷이 커져야겠고, 신이 커져야 되고, 여러 가지 따라가는 물건이 부수해서 달라져야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생산이 늘고 여러 모로 경제규모가 커지면, 이러한 물자를 운반하는 수단도 늘어나야 되고, 폭이 훨씬 더 넓은 고속화된 이런 도로들이 생겨야만 유통이 신속하고 또한 원활해 질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항만도 더 커야 되겠고, 선박도 많아야 되겠고, 철도도 많이 부설(敷設)해야 되고, 많은 객차, 화차, 기관차가 늘어나야 되겠습니다. 

    이러한 수송수단이 많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경제가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이 경제속도에 발맞추어서 가장 시급한 것이 도로의 근대화입니다. 

    물론 이 경부고속도로가 완성될 무렵에는 서울에서 동해안, 동해안에서 부산까지, 부산에서 남해안을 지나서 목포, 또는 대전에서 호남지방으로 동서남북으로 기간(基幹) 대동맥이 계속적인 공사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이루어져야만, 우리나라의 산업이 그야말로 근대화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서 있는 그 뒤편에 부산에서 야산(野山)을 통해서 대구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소위 우리나라의 국토라는 것이 겨우 저러한 형편입니다. 저기는 화물을 많이 실은 큰 화물차 두 대가 지나가려면 겨우 비켜서 지나가야 될 지경입니다. 

    이런 상태를 가지고는 우리나라의 산업이 급속히 발전한 수 없는 것입니다.
    고속도로의 경제적인 효과는 우리가 노리는 중요한 목적의 하나입니다.

    또 하나는 장차 남쪽에서 북쪽으로 관통하는 우리나라 대동맥의 일부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것은 남북통일에 대한 하나의 상징적인 대동맥이요, 또한 민족적인 대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정부는 계속 이것을 연장을 해서 판문점까지 연결시킬 작정입니다.
     북한 괴뢰 코앞에까지 이 도로를 밀어붙여서 통일이 되는 날은 이 도로가 그대로 뻗어나가 평양ㆍ신의주ㆍ원산ㆍ함흥ㆍ회령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 남에서 북으로 뚫고 올라가는 도로라는 것을 우리가 과시하기 위해서도 이 고속도로는 여러 가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공사를 하는 데는 조금 전에 건설부장관이 말씀한 것과 같이 정부의 힘만으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고, 이 연도에 사는 국민 여러분 또 관계 기관 여러분이 많이 협력을 하고 도와주셔야만 될 것입니다. 이 연도에 있는 분들의 여러 가지 피해도 많이 있을 것으로 압니다. 자기 농토가 들어가고 토지가 들어갔기 때문에 정부에 이것을 팔아야 된다거나 기타 일부 농토의 침해를 받는다는 등등 문제들이 있을 줄 압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여러분에게 현 시가로 따져서 절대 손해가 가지 않게끔 여기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할 것이고, 도로부지(道路敷地)로 들어가는 토지에 대한 보상은 절대 여러분에게 손해가 가지 않게끔 최대한의 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여러분 토지 바로 옆으로 이러한 고속도로가 지나가면 남아있는 여러분의 토지는 그만큼 땅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절대 손해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셔야 됩니다. 

    동시에 이 길은 여러분의 고장과 국토발전에 하나의 큰 계기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시고,
    이 도로 건설사업에 많은 협력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이 공사 착수 전까지 여러 가지 준비에 노고를 하신 건설부당국, 또 관계공무원 여러분, 또 이번 시공을 맡는 건설업자 여러분, 또한 우리 육군 공병부대 장병 여러분, 앞으로 이 사업이 이 만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대한 민족적인 과업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시고,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 주기를 당부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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