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일정에 가이드 실수가 너무 잦아 심하게 질책..사과하는 자리 가졌다"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불거진 성추행 의혹에 대해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해명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의 음식점인 하림각에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국민여러분과 박근혜 대통령님께 거듭 용서를 빌며 머리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해명이 지체된 이유에 대해 "대통령의 방미가 계속됐고 일단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는 등 적법한 절차를 밟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는 그런 인간이 아닙니다."

    윤창중은 성추행 의혹에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 때문이며 "이를 인식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라고 했다.

     

  •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회견장을 나오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회견장을 나오고 있다. ⓒ 정상윤 기자

     

    1. 미숙한 가이드에 화를 냈고 서로 불편한 관계였다.

     

    윤창중은 워싱턴 현지에 도착해서 배정받은 여성 가이드 겸 통역이 미숙한 가이드를 해 화를 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인데다, 정상회담-미 의회 연설 등 굵직한 일정이 많았기 때문에
    당시 현장은 피를 말리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78명에 이르는 기자단이 동행했기 때문에 이를 인솔하는 윤창중의 신경은 매우 예민했다.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의 좌석은 한정돼 있었고
    청와대 비서실 45명,
    외교부 및 관계부처 13명,
    경호실 직원 100명 등 수많은 인원이 함께 타야했기 때문에,
    부득이 대변인실 직원은 방미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순방 기간 내내 [일할 사람 부족]에 시달렸다.

    윤 전 대변인과 외신 대변인을 제외한 단 4명만이 순방에 동행할 수 있었다.
    김행 대변인이 참석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살인적인 일정을 모두 참석해야 하고 기자단 일정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윤창중은,
    직원들에게 타이트하게 업무를 챙기도록 독려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창중은 "현지에서 차량 배정이 늦어져 길에서 40분을 기다려 가이드를 질책했다"고 설명했다.

    윤창중은 워싱턴 첫 일정인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와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 행사를 위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내리자 마자 박 대통령을 수행해 행사를 마친 뒤
    프레스센터(페어팩스 호텔)로 빨리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일 오전 9시반부터 10시까지 있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 대해
    기자단에게 브리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이동이 급해 빨리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뉴욕에서 있었던 일정을 브리핑 받지 못한 기자들의 독촉도 심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배정된 차량과 운전기사, 여성 가이드가 약속 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윤창중은 10분이면 도착할 프레스센터에 무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할 수 밖에 없었다.

    "미숙한 가이드는 그 이후에도 계속 됐다.
    [도대체 누가 가이드냐. (오히려)내가 가이드를 하고 있는 거냐]라며
    (여성 가이드)를 꾸짖었다."



    2. 워싱턴 일정을 마친 뒤 화를 낸 것이 미안해 술을 사주려 했다.

     

     

    "대통령 순방을 도와주는 현지 교포에게 내가 너무 심하게 한 게 아닌가 자책했다.
    그래서 워싱턴 공식 일정이 마친 뒤 간단하게 술을 한잔 사주려고 했다."


    윤창중은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8일 저녁 마지막 일정인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을 마친 뒤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술을 한잔 사줄테니 가는 길에 괜찮은 곳이 없느냐"고 가이드에게 물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술을 한잔 하려고 했던 것이었고,
    딸뻘 되는 여성과 단 둘이 마실 수 없어 운전기사도 함께 했다."


    장소는 워싱턴 호텔.
    당초 가이드는 이 호텔 스카이라운지를 추천했지만, 윤창중은 "가격이 너무 비싸 지하에 허름한 바로 갔다"고 했다.

    "30분 동안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상당히 긴 테이블의 맞은편에 가이드가 앉고 제 오른편에 운전기사가 앉았는데
    제가 어떻게 그 여성을 성추행할수 있겠는가."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나오면서
    그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하고 나온게 전부다."


    이에 대해 윤창중은 "그 당시 바로 내가 사과를 했어야 했다"고 했다.

    "돌이켜보건데 제가 미국의 문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는 생각에 저는 깊이 반성하며,
    그 가이드에 대해 이 자리에서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린다."

     

     

    3. 속옷차림으로 방으로 불러? 여성 가이드인지 몰랐다!


     

    윤창중은 다음날인 9일 아침 속옷차림으로 여성가이드를 자신의 호텔방으로 불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워싱턴 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제가 제 숙소에 돌아올 때 내일 일정이 너무너무 중요하니까 아침에 모닝콜을 잊지 말고 넣어달라고 했다."

    9일 오전 일정은 8시부터 9시까지 박 대통령과 수행경제사절단과의 조찬 간담회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국내 재계 주요 인사를 만났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노크소리 듣고 순간
    [아, 이게 무슨 긴급하게 브리핑을 해야 하는 자료를 갖다주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
    제 가이드가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면서 황급히 제가 문 쪽으로 뛰어나갔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전날에 정상회담을 아침 7시에 브리핑하는데도 청와대 직원이 그 브리핑 자료를 안으로 밀어넣었다.
    [왜 나를 깨우지 않았느냐. 그것을 내가 1초라고 빨리 받아서 그걸 다시 정리하고 보충해야하지 않겠느냐]고 한 경험이 있었다."

    "[누구세요]하면서 동시에 문을 열었더니 가이드였다.
    그래서 [여기 왜 왔어? 빨리 가]하면서 닫았다.
    그 가이드가 제 방에 들어온 적이 없다.
    들어왔다는 어떤 주장을 계속 언론이 보도하면서,
    저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너무도 억측기사가 많이 나가서 저는 정말 억울하다.
    그리고 제가 제 방으로 올라오지 않는다고 해서 욕설을 퍼부었다는 보도가 있는데,
    저는 정말 그런 상스러운 말을 할 인간도 아니고
    제가 감히 상습적으로 제 방으로 그 여자를 불러서 어떻게 한다는 것은
    제 상식과 도덕성으로는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명백히 말한다.
    그 점은 호텛 CCTV로 확인 가능한 내용임을 말한다."


     

     

     

    4. 이남기 수석이 귀국을 종용했다.

     

    윤창중이 여성 가이드의 경찰 신고 소식을 들은 것은 다음날인 9일 아침.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한시간동안 진행된 박 대통령과 수행경제인단과의 조찬을 마치고서다.

    윤창중은 "당시 9시5분에서 10분 사이 이남기 수석에게 전화가 와 [할 얘기가 있다]고 해 영빈관에서 만났다"고 했다.

    "제가 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치고 수행원 차량을 타고 오는데 이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와 만났다.
    그러더니,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돼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되겠다]
    말했다."

    "제가 이 수석에게,
    [잘못이 없는데, 왜 제가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된단 말인가.
    그럴 수 없다.
    제가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
    ]
    말했지만,

    이 수석이,
    [1시반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핸드캐리 짐을 찾아 (미국을) 나가라]

    말해서
    ,
    상관인 이 수석의 지시를 받고 제 카드로 비행기 좌석표를 사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는 "미국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수도 있고, 수사공조체제가 돼 있으니 귀국해서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방미팀의 설명을 듣고,
    스스로 자진귀국했다는 청와대 측의 설명과 전혀 다른 주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윤창중이 야반도주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갑작스런 귀국에 대해,
    직속 상관인 이 수석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그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처럼 전했었다.

    한편 이남기 수석은 윤창중의 기자회견 이후 이 주장에 대해
    "윤창중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장에서 말한 귀국 권유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다시 한번 반박했다.

    또 청와대에선 윤창중이 이 수석에게 "아내가 아파서 급히 귀국해야겠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이에 대해 윤창중은 "제 처가 몸이 아파서 귀국하겠다고 말한 적이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회견장을 나오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회견장을 나오고 있다. ⓒ 정상윤 기자

     

    5. 뉴욕서도 여성 가이드에 술을 권해? 마녀 사냥 말라!

     

    윤창중은 [뉴욕에서도 여성 인턴 직원에게 술자리를 권유했다]
    <뉴시스> 등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워싱턴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출입기자 78명,
    청와대 실무 수행요원,
    뉴욕 주재 한국 문화원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제가 여자 직원에게 술을 하자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치 상습범인 것 처럼 마녀사냥하는 것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다."


    앞서 <뉴시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뉴욕 순방중 업무보조인력으로 참여한 여대생(20)의 지인의 말을 인용해
    "윤창중 전 대변인이 지난 5일 밤 11시경 B양에게 연락해 술을 주문한 후 같이 마시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음날 행사가 있어서 일찍 들어가 잠을 청했고 잠이 들었다.
    시차 때문에 깨어보니 오전 1시가 좀 넘었다.
    잠을 청하기 위해 호텔내에 술을 마실만한 바를 찾다가, 마침 만난 뉴욕 주재 문화원 직원을 만났다."

    "이 직원에게 간단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문을 닫았다고 말해 그럼 술을 구할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
    그리고 기자단을 위해 준비돼 있던 비닐팩 소주와 과자 등을 받았다."

    "방에 들고 가서 먹을까하다가,
    (호텔 내 마련된) 청와대 직원들의 회의실에 가서 마시고 올라와서 잔게 전부다."


    6. 국민과 박 대통령에게 깊이 사죄

     

    윤창중은 "어찌됐든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국민여러분과 박근혜 대통령님께 거듭 용서를 빌며,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정상회담에 누를 끼친 것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약 30분간의 기자회견에서 다소 감정에 복받친 듯한 표정으로 이 같이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태로 경질된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저는 제 양심과 도덕성,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겠다."

     

    [사진=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