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대변인을 경질했지만, 정확한 진상 밝혀야 한다!
  • [로스엔젤레스=안종현 특파원]

    윤창중 대변인이 대통령을 수행하다 지난 8일 오후(현지 시간) 홀연히 나홀로 귀국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교포여성 사이트 미씨유에스에이가 “성폭력을 저질러서 귀국했다”라는 뉴스를 내돌리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씨유에스에이는,
    광우병, 천안함, 연평도, 강정해군기지 등 우리의 안보 외교 이슈에 관해,
    초지일관 북한과 보조를 함께하는 사용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한마디로 [골 때리는] 사이트라 신빙성에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파장은 일파만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뉴욕일정을 마치기 전 날인 6일 오후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윤창중은 이날 오후 3시 박 대통령과 함께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기자단은 공군기지에서 숙소인 워싱톤 페어팩스 호텔로 가고,
    박 대통령과 윤창중을 포함한 일부 수행원, 그리고 7명의 풀 기자는 공군기지에서 바로 알링턴 국립묘지로 직행,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는 행사를 가졌다.

    윤창중은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행사를 마친 박 대통령을 수행해 대통령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까지 의전을 마치고 수행기자단 숙소(페어팩스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롤 돌아가려 했다.
    당일 오전 9시반부터 10시까지 있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 대해 기자단에게 브리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미대사관 산하 한국문화원이 블레어 하우스부터 윤창중의 모든 워싱턴 일정을 보좌하도록 배정된 차량과 운전사, 현지 가이드 겸 통역(줄여서 [가통]이라 부르자)이 약속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약속된 차량과 보좌인원이 40분이나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윤창중은 10분이면 도착할 프레스센터에 무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할 수 밖에 없었다. 

    속이 바삭바삭 탔던 윤창중은 이들에게 엄청나게 화를 냈다고 한다.
    특히 [가통]이 야단을 많이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통]에 대해 윤창중은 더욱 화를 냈다고 한다.

    다음 일정을 준비해야 하는 관계로 윤창중은 반기문 총장과의 면담에 대한 브링핑은 서면 브리핑으로 대체했다.

    다음 날인 7일 오전 11시반부터는 한미정상회담과 오찬회담에 이은 양국정상 공동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도 현지 대사관-문화원측의 준비 소홀과 청와대 수행 행정관들의 실수로 기자 1명과 외신담당 대변인이 백악관에 들어가지 못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했지만, 윤창중의 심기는 더욱 불편했다.


    이날 저녁 한미동맹 60주년 만찬이 있었는데, 여기서 또 사건이 터졌다.

    6.25에 참전했던 미 하원의원 랭글(83, Charles Rangle)에 대해 대사관이 이날 만찬에서 치명적 외교결례를 범했기 때문이다.
    랭글 의원은 6.25 참전 용사인 지한파일 뿐 아니라 무려 22선의 고참 의원이다.
    또 흑인정치인의 대명사다.
    한마디로 미 하원의 [거물]이다.
    그는 이날 만찬에서 건배사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랭글 의원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
    대사관 직원은 “늦었기 때문에 못 들어간다”라고 랭글 의원을 막았다.
    랭글 의원이 자신의 신분을 누누히 설명하며 “건배 제의를 하게 되어있다”고 했지만,
    대사관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의문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누군가가 랭글 의원이 앉도록 되어 있었던 VIP 석을 팔아먹은 것 아닐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건배사까지 하게 되어 있는 미의회의 거물이고, 다음 날 박 대통령의 미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할 때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예의를 갖출 예정인 한국전 참전용사가 아닌가?
    그런 거물의 자리라면 이미 헤드테이블 근처에 시팅이 확보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자리가 없다니...

    뒤늦게 사정을 알게된 청와대 직원들의 개입에 의해 랭글의원은 입장했지만,
    원래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기에 맨 뒤쪽 구석자리에 쭈그러질 수 밖에 없었다.
    건배 제의도 당연히 하지 못 했다.

    이 과정에서 사태를 수습하느라 동분서주 하던 윤창중의 얼굴은 한 층 더 일그러졌다.

    우역곡절 끝에 만찬이 끝나고 윤창중은 [가통]과 기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후 21시 30분,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윤창중은 기사와 [가통]을 데리고 30분 동안 바(미국식, 오픈 스탠드를 가진 바이다!)에 들러 맥주를 한 잔씩 했다.
    이 자리에서 윤창중은 기사와 가통에게 “거칠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 일이 황망해서 그랬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바에서 머문 시간은 약 30분 정도라고 한다.
    다음 날 오전 8시에 이건희 삼성회장 등 수행경제인들과 오찬이 있고, 이어 의회연설, 그리고 미국상공회의소 초청 한미경제인 오찬 등의 숨가뿐 일정이 기다라고 있기 때문이다.

    윤창중은 다음 날 오전 8시의 수행경제인 오찬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 행사인 미의회연설과 오후 1시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오찬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가통]이 이날 오전 윤창중을 현지 경찰에 [성추행]으로 신고했다는 것인데, 이것도 현재까지는 정확하게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가통]의 주장은 윤창중이 자신만을 다시 윤창중의 호텔방으로 불러 단 둘이 술을 마시다 1차 [성추행]이 있었고, 화를 내며 방을 나온 자신을 나중에 윤창중이 다시 불러 또 [성추행]을 시도해서 다시 나왔다는 것이다.

    [가통]이 경찰에 신고했는지 아니면 청와대 관계자에게 항의를 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어쨌든 문제가 발생하자, 이남기 홍보수석이 일단 윤창중에게 귀국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가통] 본인 혹은 그 지인에 의해, 이 사정이 미씨유에스에이에 올려지면서 이 내용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알려지게 됐다.
    청와대는 사건의 정확한 진실을 짧은 시간내에 확인하기 힘들게 되자, 로스엔젤레스 일정을 끝내고 귀국하기 직전 일단 윤창중을 경질하는 단안을 내렸다.

    [가통]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우선 [가통]이 현지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 경찰에 신고했다면, 진실을 밝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가통]의 주장대로 바에서 헤어진뒤 다시 두차례나 윤창중의 방에 출입했다면, 호텔 보안감시 영상에 시간대별로 모습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CCTV 기록에 의해 호텔방 출입이 확인되면, 윤창중이 무슨 변명을 하든 이해받지 못할 것이고 민-형사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에 치명적인 비난의 화살이 빗발칠 것이다.

    바에서 같이 술을 마신 기사는 바를 나온 이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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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여성 미국 시민권자"…현지 경찰 "아직 입장 없다"

    (워싱턴=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다 중도에 귀국한 뒤 전격 경질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성범죄 신고가 미국 경찰에 정식 접수된 것으로 9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워싱턴DC의 한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윤 대변인에 대한 성범죄 신고가 신고됐다"면서 "미국에서 성범죄는 수사관이 인지하면 무조건 수사대상이기 때문에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아직 미국 경찰 측에서 미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이 사건과 관련해 협조를 요청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협조 요청에는 통상적으로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는 현지 사법당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면서 "한국과 미국은 형사ㆍ사법 공조 체계가 구축돼 있으며 범죄인 인도와 위탁 조사, 미국 경찰의 한국 현지 조사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현지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윤 대변인은 한ㆍ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 7일(현지시간) 호텔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현지에서 채용된 인턴 여성 A씨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시간에 윤 대변인과 A씨는 투숙한 호텔이 아닌 워싱턴DC 시내 다른 호텔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미국 경찰에 성범죄 신고를 했으며, 이후 윤 대변인은 주미 한국대사관 차량 지원 없이 혼자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이동해 8일 오후 항공편으로 급거 귀국했다고 또 다른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피해 여성은 미국 시민권자인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많은 부분이 확인되지 않고 있고,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상태여서 주미 한국대사관은 이 여성에게 연락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 대변인의 성범죄 신고와 관련, 미국 현지 경찰 당국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워싱턴DC 경찰국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의 질의에 "그와 관련한 공식 입장발표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 공직자의 성추행 사건이 접수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필요하면 공식 경로를 통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주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USA'에는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 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 큰 파문을 일으켰고, 박 대통령은 윤 대변인을 전격 경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