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문정책정상화추진위, “한글전용정책은 위헌” 헌법소원국립국어원 “뭘 모르는 소리, 한자어 배제한 적 없다” 반박추진위 “한글전용정책이 ‘실질 문맹’ 양산”국어원 “일상생활 한글전용과 교육현장 한자교육은 별개 문제”
  • 12일 이태원관광특구 일대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글가훈을 적어주는 모습.ⓒ 연합뉴스
    ▲ 12일 이태원관광특구 일대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글가훈을 적어주는 모습.ⓒ 연합뉴스

    전국의 한자교육단체와 이를 지지하는 학계, 언론계, 정치권 원로 등이 ‘한글전용정책’을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이하 추진회)는 22일 국어기본법상의 한글전용정책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을 냈다.

    추진회는 청구서를 통해 한글전용 및 한자배척정책으로 국민의 국어생활과 수천년간 이어져 온 정신문화가 황폐화되고 있다며 헌법소원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글을 전용하고 한자를 배척하는 어문 및 교육정책으로 수천 년간 내려온 우리말 한국어가 온전한 모습을 잃어비리고 있다”

    “국어생활과 정신문화가 황폐화 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헌법소원을 낸다”

    추진위는 우리말인 한국어가 고유어와 한자어로 구성돼 있으며, 그 비중이 25.5%와 약 70%로 한자어가 월등히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추진위는 한자어는 한자라는 글자로 적고 한국어로 발음해야 그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된다고 지적했다.

    한자혼용론을 전 근대적이고 사대주의적인 사고라고 비판하는 일각의 입장을 의식한 듯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반박도 이어졌다.

    “한자혼용은 결코 사대주의적 사고로 인한 것이 아니다”

    “한글은 우리의 고유한 글자고 한자는 중국의 글자며, 한글전용은 우리의 것을 존중하는 애국적 사고의 표현이고 한자혼용은 사대주의의 발로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중대한 오류”

    이어 추진위는 한글전용이 단순 문맹을 퇴치하는 데는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한국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른바 ‘실질 문맹’을 양산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글전용정책은 단순문맹을 퇴치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자신이 사용하는 한국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을 양산하고 있다”

    “다수의 실질 문맹을 국민으로 가진 국가는 장기적으로 다른 문화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한자를 배척하고 한글전용의 문화를 고집하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며, 미래로 향하는 문마저도 닫아 버리는 것”

    지난 7월 31일 공식 출범한 추진위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를 초대회장으로 추대했다.

    공동대표는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김훈 한국어문회 이사장, 심재기 서울대 명예교수,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이계황 전통문화연구회장, 이용태 퇴계학연구원 이사장, 정기호 인하대 명예교수, 조부영 전 국회 부의장, 최근덕 성균관장,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진태하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장, 정우상 서울교대 명예교수 등이 맡고 있다.

    추진위의 헌법소원 소식에 한글단체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광부 산하기관인 국립국어원은 당장 보도자료를 내고 추진위의 논지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무엇보다 추진위가 헌법소원의 근거로 삼고 있는 한글전용정책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는 모두 국민이 사용하는 말로 국어의 범위에 들어간다”

    “국어기본법이 한자어를 국어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추진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자어의 비중과 관련해서도 국립국어원은 추진위의 조사결과가 다르다고 밝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어휘 중 한자어는 57%, 고유어는 25%, 외래어는 6%를 차지한다”

    나아가 국립국어원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한자교육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상생활에서 한자 사용과 전통문화의 계승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일상생활에서의 한글전용과 교육현장에서의 한자 교육은 별개의 문제”

    한글전용정책에 대해서는 지난 1990년대에도 한자 및 한문교육단체들이 ‘행복추구권’을 근거로 헌법소원을 냈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자교육단체는 물론 학계 및 언론계, 정치권 원로들이 함께 참여해 전통문화 계승 및 실질 문맹의 문제점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내,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