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글자없는 부족의 문맹퇴치 수단으로 활용해야
  • 찌아찌아 족에 대한 한글보급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보급이 중단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글날을 맞아 다시 부각된 한글보급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로 크게 보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찌아찌아족 사례는 하나의 중간단계로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보급은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왜냐하면 한글보급의 진정한 의미가 그곳에서는 약했기 때문이다.

    한글은 어떤 곳에 먼저 퍼트려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근본목적에 맞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당시 집권층은 한자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백성들은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한 말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실상의 문맹상태에 있었다. 이것을 안타깝고 불쌍하게 생각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긍휼에서 출발하여 훈민정음을 만들었다고 세종대왕은 밝혔다. 한글(훈민정음)은 기본적으로 말은 있는데 글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을 당시, 조상들은 한자를 가지고 우리말을 표현했지만, 불편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가을하늘이 푸르디 푸르다”고 말을 했을때, 한자로 이것을 제대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푸를 청자를 변형한다 해도 ‘푸르디 푸르다’는 어감을 살릴 수 없다. 게다가 한자는 매우 어려워서 글자를 배우는데 시간이 걸릴 뿐 더러, 그 어려운 글자를 가지고 문장을 만들기는 더 어려우니 문맹률이 높았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글자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조차 한글이 모든 사람이사용하는 글자로 정착하는 데는 몇 백년이 더 들어갔다. 왜냐하면, 이미 기득권층에서는 불편한 대로 한자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보급의 시행착오는 이미 우리나라 역사속에 존재하는 셈이다. 아무리 자기네 문자가 불편하다고 해도, 이미 문자를 사용하고 있는 곳에서는 한글로 대체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찌아찌아의 경우, 보도된 사진 등을 보면 이미 그들은 나름대로 문자생활을 하고 있다. 그곳은 학교가 존재하는 곳이다. 학교가 있다는 사실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며, 교육이 이뤄진다는 사실은 사용하는 문자가 있다는 뜻이다.

    문자생활은 하지만, ‘고유문자가 없다는 뜻이었다’고 한다면, 이는 말장난에 불과한 궤변이다.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는 모두 다 고유문자가 없다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서유럽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 ABCD를 기본으로 조금씩 변형한 ‘로만 알파벳 가족’이기 때문이다. 서유럽 국가들은 모두 다 고유문자 없이 로만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는 셈인데, 그렇다고 서유럽 국가들이 모두 다 미개하거나 문명사회와 동떨어진 후진 국가는 아니지 않은가?

    결국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보급은 특정한 부족을 대상으로 열심히 한글을 보급해 보았다는 하나의 시행착오로서의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 찌아찌아족 덕분에 한글보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이다. 아무리 한글이 쉽고 편리하다고 해도 찌아찌아족 주민들이나 아니면 학계나 행정당국에서 쉽게 이미 쓰던 문자를 버리고 한글을 채택한다는 것은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기록된 모든 문서와의 단절이나 변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글을 받아들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다른 목적을 가졌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글보급은 다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진짜로 아무 글자가 없이 사는 그런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글자가 없는 종족은 어떤 사람들일까? 글자가 없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는다. 당연히 사망신고도 이뤄지지 않는다. 호적이 없다. 글자가 없으니 교육이 이뤄질 리 없어서 학교가 운영되지 않는다. 이들 사회에서는 신문이 없고 책이 없으며 편지도 당연히 없다. 인터넷은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이런 사람들은 외부에 자기들의 처지를 하소연할 수단도 갖지 못했다. 따라서 대다수의 문명사회에서는 이들의 존재를 잘 알지도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빈민중의 빈민이거나, 외부와 거의 고립된 상태에서 거주하는 소수부족들이다. 한글보급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고산지대 국가나 인도같이 넓은 국가 혹은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여러 부족으로 이뤄진 국가에서는 실제로 문자생활을 하지 못하는 소수부족들이 적지 않다. 

    한글보급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이 우선 보급 대상이다. 이것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근본 목적이며, 한민족이 전세계에 문화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