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대 회견? 효과 극대화 노림수!...장마감 이후 공시? 작전주의 기본!


  • 안철수는 항상 오후 3시에 ‘폭탄’을 터트린다..왜?

    안철수 교수가 19일 드디어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출마 선언’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또 어떤 극적인 이벤트가 벌어지기를.

    소위 정치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내놓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도 예측 가능한, 즉 단순하고 시시한 출마선언만 나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부터 마치 의외의 충격을 감동으로 '주입'시키는 안 교수 특유의 정치행보는 그동안 늘 그래왔다.

    하지만 허를 찌르는 안 교수의 정치 행보 중에서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물론 스스로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이 일정한 규칙은 안 교수의 정치 퍼포먼스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스스로의 '전략'이라는 정황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 그 규칙은 바로 시각이다. 그것도 오후 3시.

    안 교수는 항상 주요 이슈를 터뜨릴 때마다 이 시각을 노렸다.

    # 1. 지난 6일 금태섭 변호사가 ‘박근혜 측 정준길 (前)공보위원의 불출마 종용 협박 폭로’가 오후 3시였다.

    # 2.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결정된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한 것도 지난 11일 오후 3시께였다.

    # 3. 지난 13일 안 교수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시간도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였으며 이전까지는 철저히 외부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

    # 4. 대선 출마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힌다고 한 시각도 19일 오후 3시였고, 이를 기자들에게 통보한 시점도 17일 오후 3시께였다.

    # 5. 더 멀리는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 기자회견을 한 것은 오후 4시였다.

    당시 안 교수는 오후 2시 박 시장과 면담을 한 후 오후 3시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박 시장이 민주통합당 한명숙, 문재인을 만나고 오느라 기자회견은 4시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 왜 그럴까?


    단순하게는 사람들이 다소 루즈(loose)해지는 이 시각이 가장 효과적인 홍보 효과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오후 3시는 직장인이라면 오늘의 업무를 대충 마무리하고 내일의 일정을 챙기는 시간이며, 주부라면 저녁 식단을 고민하는 시점이다.

    사람들이 오전의 정신 없던 일상에서 다소 여유를 가지는 시간대인 셈이다.

    여유로운 마음은 곧 긍정적인 해석으로 이어진다. 여론이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장 큰 이점이다.


    이 같은 효과는 언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후 3시는 조간신문들이 한창 마감에 돌입하는 시각이다. 내일 아침 신문의 초안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방송 기자들도 정해진 주제로 저녁 뉴스 준비에 정신이 없다.

    때문에 안 교수의 오후 3시 발표는 매우 심플한 뉴스로 꾸며진다.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바쁜 시각이다. 비판적 시각을 가져다 대기도 어렵고 설령 그렇다 해도 이에 대한 보충-추가 취재를 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이 같은 방식은 정치 9단들이 종종 쓰는 전략으로 통한다. 신문이 휴간하는 주말에 주요 이슈를 발표하는 것이다.

    여당으로부터도 탄핵 요구를 받으며 궁지에 몰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금요일 재신임 폭탄 선언을 함으로써 여론의 동정심을 일으킨 이후 위기를 탈피하는 등 중요한 이슈를 금요일이나 공휴일 전날 터뜨려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명박 대통령도 비판적인 언론보도가 예상되는 사안은 금요일 발표하는 방식을 종종 써왔다.


    장마감 이후 발표..개미들은 죽어난다

    정치인으로 데뷔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인인 안 교수이기에 오후 3시의 의미는 주식시장 마감시각이라는 점이 더 설득력이 있다.

    주요 공시를 장마감 이후에 발표하는 것은 소위 작전주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안 교수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오후 3시 폭탄 발언으로 누군가는 큰 이득을 얻고 누군가는 시쳇말로 ‘쪽박’을 찼다.

    실제로 안 교수의 폭탄성 발표 혹은 발언이 있을 때마다 안철수연구소(안랩·Ahnlab)의 주가는 요동을 쳤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즉 개미들이 안랩을 살 타이밍은 없다.

    이미 당일 주식 거래는 끝났고, 다음날 장 개시부터 '점상'(상한가로 시작한다는 주식용어)이기 때문이다. 전날 이미 호재를 눈치채고 주식을 매집한 세력(기관·고액 투자자)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는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미들은 언제나 갑자기 뜬 호재에 눈먼 고기처럼 안랩을 따라다녔고, 결과는 세력들의 ‘되팔이 수단(총알받이)’로 이용됐다.

    그런 사이에 안랩은 2011년 3월 1만6천5백원에 불과했던 주가에서 2012년 1월 16만7천2백원으로(9월 17일 현재가 13만2천4백원) 치솟았다. 그 이면에서 주식부자 ‘안철수’가 탄생했다.

    물론 이를 이용한 세력들 역시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봤고, 개인투자자(개미)들은 정치테마주의 혹독함만 맛봐야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주식의 기본 중에 기본이 공시가 뜨는 순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랩은 투자자들에게 이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장마감(오후 3시)이후에 벌어지는 이벤트는 세력주·테마주·작전주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 ▲ 안랩 주가 변동 추이. ⓒ 네이버 주식 캡쳐
    ▲ 안랩 주가 변동 추이. ⓒ 네이버 주식 캡쳐


    √ 그런 안철수가 이제 진짜 대통령을 노리고 있다.

    이제까지의 오후 3시 타이밍 정치나 애매모호한 태도는 전략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소속 정당도 없고 조직도 없는 약점에 대한 어드벤테이지로 이용했다면 ‘비겁하다’는 표현보다는 ‘무서운 정치인’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릴 유권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은 이런 무서운 꼼수를 진짜 대통령이 돼서도 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초짜’라는 바리케이트 뒤에서 숨어서 여론과 정치권 반응을 본 뒤 슬그머니 반박을 하는 그의 모습보다는 국민들의 출근길에 당당히 나서는 안철수의 모습을 기대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