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인표-박미선 대 김구라-김미화
    탈북자 인권 연예인과 광우병 연예인

    오윤환

  • 뚫어지라 들여다 봤다. 지난 4일 서울 연세대 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탈북자 강제 북송 중지를 호소하는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 공연에 참가한 연예인 명단을 보고 또 봤다. 4년 전 광우병 소동 때 촛불집회에 얼굴을 디밀었거나, 인터넷에 어줍지 않은 글을 남긴 ‘광우병 연예인’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그렇지. 광우병 연예인은 탈북자 인권을 위해 뛰어 나온 연예인과 유전자(DNA)가 확실히 달랐다.

    1972년 영국에서 소나 양의 부산물을 육골분(Meat Bone Meal)으로 소에게 먹이면서 발생한 광우병. 그후 전세계에 19만여 마리의 광우병소가 발생했다. 99.97%가 유럽 소다. 유럽 밖으로는 일본 35마리, 캐나다 14마리, 미국은 2마리다. 1997년 육골분 사료를 중지한 이후 미국에서는 단 한 건의 광우병도 발견되지 않았다.

    인간광우병은 1996년 10월 영국 왕립의학회가 최초로 인정한 이후 11개국에서 207명이 발견됐다. 영국 166명, 프랑스 23명, 아일랜드, 스페인 3~4명, 미국과 일본은 3명, 1명이다. 미국 일본 환자는 국적이 미국과 일본일 뿐 광우병 위험이 최고조일 때 영국에 체류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영국에서 영국소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뒤 귀국해 발병한 것이다. 광우병 원조국 영국도 2007년 이후 단 한 명도 광우병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영순 서울대 인수공통질병연구소장)
     
    잊지 말아야할 연예인과 기억해야할 연예인  

    실재하지 않는 인간광우병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끼어들었던 일부 연예인. 반면 곧 ‘죽음의 땅‘으로 끌려들어갈 위기에 처한 우리 동포-탈북자를 위해 자기 주머니를 열고 시간을 쪼개 “우리 함께 소리쳐 주세요”를 외친 연예인. 잊지 말아야 할 연예인과 기억해야할 연예인을 구분하는 엄숙한 경계다.

    두 부류의 연예인 입에서 나온 ‘말’을 비교하면 그 구분은 확연해진다.

    “여러분 배고파서 고향을 떠난 것이 죄입니까? 인간의 생명이 그렇게 가벼운 것입니까? 우리가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모여 그들을 죽음에서 삶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가수 강원래)
     
    “중국에 잡혀 북송당할 위기에 처한 탈북자들 외에도 중국 각지에 숨어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수많은 탈북자들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탈북자들을 걱정하고 그들의 생명, 그들의 처지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나선 순수한 연예인들과 아티스트들의 모임입니다” (방송인 낸시랭)

    “테레사 수녀님 말씀처럼 하나님이 창조한 존엄한 인간을 짐승처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개그우먼 박미선)
     
    "그 어떤 정치적 이념을 대표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탈북자들은 여성 청소년들이 대부분으로, 반항할 힘조차 없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데 그의 출신이나 성향, 이념은 문제가 안 됩니다. 탈북자들을 구하는 것은 정치나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기본 양심의 문제입니다“ (영화배우 차인표)

    "부모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송환되는 아이들이 내 딸,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가만있을 수 없었습니다. 탈북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자 가족입니다. 그들과 이 땅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그우먼 이성미)
     
    원로 여가수 윤복희는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줄게”로 시작하는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연예인에는 ‘즐거움’만 주는 연예인과 우리의 영혼까지 맑게 해주는 연예인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인권 연예인’이 등장하기 까지 ‘개념 연예인’으로 불린 광우병 연예인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 채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 (영화배우 김민선)

    “독 있는 복어를 먹지 미친 소 먹어서 서서히 죽긴 싫다. 배부르게 윗분들만 미친 소 계속 드세요. 미친 소는 먹기 싫어요” (영화배우 김혜성)
     
    “국민 중 누군가 광우병에 걸려야 정신 차릴 건가? 국민을 병신으로 알지” (영화배우 이동욱)

    “미국산 쇠고기 싼값에 수입해서 이익만 챙기려는 버러지 때문에 죽어갈 것입니다. 그런 작자들에게 광우병을 주시길...미국산 쇠고기를 청와대주방에서, 국회주방에서 사용하라. 임금 수랏상에는 시식하는 상궁이 있다. 머슴은 주인을 위해 먼저 시식하라” (탤런트 김가연)

    “미친 소는 너나 쳐드세요“' (탤런트 서민우)

    “미 쇠고기 수입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굉장히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처럼 무서운 현실이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슬퍼졌다” (방송인 하리수)

    “아 ×× 국민 몇 좀 뒤지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 독도 가서 너나 처먹어 미친 소” (가수 김디지. 본명 김원종)

     진실 외면하는 ‘개념 연예인’들

    이밖에 김혜수, 김희철, 세븐, 송백경 등도 광우병 악담을 날렸다. KBS 라디오 프로그램 생방송에서 “중학 2학년 때 수련회에서 여자 친구들이 자는 방에 들어가 몸을 더듬었다”는 성희롱 발언을 한 슈퍼주니어의 멤버 은혁도 그 중 하나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김구라.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나꼼수 김어준의 딴지일보 인터넷 방송에서 “ㅈ같은 새끼, 이명박 때문에 늦었어" "교통체계를 x같이 해놔서 말야" "ㅈ ㅆㅂ 니미 씨ㅂ "개 ㅈ같은 xx"라고 쌍욕을 내뱉은 나꼼수의 원조다.  그와 함께 방송에 출연한 이하늘은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 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이게 소위 ‘개념연예인‘이다. 

    친 딸과 혀가 오가는 ‘딥키스’ 했다고 떠벌인 가수 윤도현. 대마초 가수 신해철, 순악질여사 개그우먼 김미화도 빠질 수 없다. 특히 김미화씨는 선배인 이성미 씨가 탈북자를 위해 추운 거리로 나섰을 때, 제주해군기지건설과 관련해 “분노합니다!"라며 ‘구럼비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피켓 항의를 벌일 것’을 선동했다. 이라크 파병반대를 외친 것도 김미화다.

    우리들이 오래 오래 기억할 연예인들은 그들이 아니다. 

    “우리는 하나죠. 그 이름 하나죠. 모르는 사이라 말하지 않을게요. 이미 그댄 나의 이웃이요, 형제요, 모두죠. 다 함께 울어요. 크라이 위드 어스”를 외친 송재호 강원래 구준엽 김범수 권재관 강경헌 김송 김태형 나오미 낸시랭 노사연 노현희 박미선 박상민 박완규 박지헌 버벌진트 송은이 별 신예라 심태윤 안선영 윤복희 이메리 이무송 이성미 이윤미 이충희 이하늬 임우일 장혜진 장희웅 전익령 조승희 쥬얼리(김예원 김은정 박세미 하주연) 지기독(엠피스. 철한) 진미령 차인표 최란 최정원 최필립 한그루 황보 황선희. 그 아름다운 이름이다.


    오윤환 뉴스파인더 논설위원/www.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