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황석영 씨의 동반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황석영 씨는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재래의 좌파 진영의 유력한 문화부문 리더급으로 처신해 왔다. 그렇던 그가 재래식 좌파의 '구태(舊態)'를 지적하며 스스로 '중도'임을 자임했다. 그러면서 '알타이 연합+2코리아'라는 구상을 밝히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와 '대북 구상'을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그를 '중앙 아시아 특임대사'로 내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마디로 얼른 종잡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다. 황석영 씨의 논리와 내면세계가 과연 얼마나 잘 정리돼 있는 것인지부터가 우선 아직은 분명치 않다. '알타이 연합+2 코리아' '중도'라는 용어 자체도 거창하면서도 구체적이지는 않은 것이라 그 실체가 무엇인지, 아직은 "이것이다"라고 선듯 파악하기가 어렵다.

    '알타이 연합'이 만약 중앙 아시아, 몽골, 한반도 를 잇는 새 외교지평을 염두에 둔 문화적 정지작업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런대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구도 속에 중앙 아시아와 한반도의 남북을 '국가연합' 형태로 엮자는 처방이 과연 적실성과 타당성을 갖는 것인지는 선듯 수긍하기 어렵다. 거대하고 거창한 담론이란 항상 일견 근사해 보이면서도 현실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한 편의 대하소설을 접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게 과연 당면의 정책구상으로서 제시되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문학적 상상력의 표현인지, 어리둥절해진다.

    황석영 씨가 말하는 '중도'라는 말 역시 모호하다. 그가 재래의 운동권 논리를 떠나고 있다는 뜻에서 그런 용어를 쓴 것이 사실이라면 거기까지는 무슨 의도인지 알만은 하다. 그러나 공자님, 부처님 등이 말씀하신 '중도''란 그렇게 "나는 무엇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알리바이 수준의 말이 아니다. 더군다나 근래엔, 공자님 부처님이 설파하신 '중도'라는 고매한 '도(道)'를 "나는 정치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라는 회피의 피난처로 남용하는 섣부른 '중도'론자들이 너무 많아서, 단순히 '나는 중도'라고 말하는 것만 보고 그 사람의 진의를 액면대로 인정해 주기도 어렵다.

    '중도'를 또한, 해방공간의 '중간파'의 위상쯤으로 규정할 경우엔, 그런 위상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그렇다면 어떻게 되느냐 하는 핵심적인 의문도 제기하게 된다. 흔히 대한민국 건국노선과는 달랐던 여운형, 김규식, 김구의 입장을 '중도'라고 하면서 "나는 그쪽이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건국 정신과 제헌 정신은 '극단주의'란 이야기인가? 대한민국 자유민주 헌정 체제야말로 좌우의 전체주의적 극단주의로 치우치지 않은 '적중(的中)'이 아니었던가?

    황석영 씨의 발언에 대해서는 좌파의 반발도 있을 수 있고, 우파의 회의론도 동시에 있을 수 있다. 더군다나 황석영 씨는 지난날의 자신의 궤적에 대한 분명한 자기비판도 재평가도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중도'요 '알타이 연방론자'라며 돌출했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로서는 "이게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는 의아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아한 것은 그런 황석영 씨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황석영 씨를 돌연 정상외교 여행길에 동반 했는가? 세상 사람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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