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메세나협회, '2025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 발표지난해 지원 총액 1969억, 전년 대비 7.4%↓…현대백화점·삼성문화재단 1위참여 기업 늘었는데 총액은 뚝…인프라, 미술·전시 등 주요 지원 분야 감소 영향
-
- ▲ 3월 17일~6월 28일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전시 전경.ⓒ호암미술관
K-컬처가 반도체(Chip), 자동차(Car)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3C'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며 시장 규모 4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성장과 달리, K-컬처의 근간이 되는 국내 순수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과 후원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25년 K-컬처 시장 규모는 274조 원, 전체 수출액은 718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동기간 대한민국 핵심 먹거리인 자동차 수출액(72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정부 역시 K-컬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오는 2030년까지 시장 규모를 400조 원으로 확대하고 관련 산업 수출 목표를 11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K-컬처 열기와 달리 국내 순수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들의 후원 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메세나협회(이하 협회)가 발표한 '2025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과 기업 출연 문화재단 등 737개 사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은 1968억7900만 원으로 집계됐다.이는 전년(2125억2000만 원) 대비 7.4% 감소한 규모로, 2022년 이후 이어지던 성장세가 3년 만에 꺾이며 2000억 원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주목할 점은 후원에 참여한 기업 수(728개사, 24%↑)와 지원 건수(2392건, 28.5%↑)는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
- ▲ 2016~2025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한국메세나협회
참여는 늘었지만 총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경영 환경 악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건당 후원 규모를 줄이고, 산 효율성을 엄격하게 따져 선별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분야별로는 기업 문화예술 후원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공연장·미술관 등 '인프라' 분야 지원액이 7.9% 감소하며 전체 규모 축소를 주도했다. 유통업계의 지원 위축 여파로 미술·전시 분야가 27.7%나 급감했고, 기업들의 장기 프로젝트 종료 등으로 클래식(-4.8%)과 문화예술교육(-9.8%)도 줄었다.반면 창작 뮤지컬(+85.2%), 연극(+27%), 영상·미디어(+20.2%), 비주류·다원예술(+11%) 등 대중성과 상업성이 상대적으로 뚜렷한 분야의 지원금은 크게 늘었다. 이는 기업들이 문화예술 후원에서도 마케팅 효과와 수익성을 계산해 낸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 분야의 개별 비중이 전체의 4% 미만에 불과해 지원 총액 감소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지원 주체별로는 현대백화점이 문화홀 및 어린이책미술관 운영 등의 공로로 개별 기업 부문 1위에 올랐다. KT&G와 신한은행이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전체 지원액의 62.5%를 책임진 기업 출연 재단 부문에서는 리움·호암미술관과 복합문화공간 사운즈S를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이 전년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롯데문화재단, LG연안문화재단, 두산연강재단, CJ문화재단이 이름을 올렸다. -
- ▲ 2024~2025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 분야별 지원 금액.ⓒ한국메세나협회
이번 조사에서 처음 도입된 'K-컬처 성장 영향 분석' 결과는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의 65.7%는 'K-컬처의 성장이 문화예술 지원 필요성에 긍정적 인식을 심어줬다'고 답했으나, ‘실제 지원금 증가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35.2%에 그쳤다. K-컬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이 실제 기업의 지출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경제적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전문가들은 K-컬처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중문화의 뿌리가 되는 기초 순수예술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외형적 성장률에 취해 기초 체력인 문화예술 후원을 방치한다면, K-컬처의 미래 콘텐츠 동력도 고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협회는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3자 공조가 필수적이다"며 "기업은 문화예술계와 중장기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후원 체계를 확립하고, 예술계는 기업의 경영 목적과 결합할 수 있는 협업 역량을 키우고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해 한다. 정부는 기업 후원 유도를 본격 촉진할 수 있는 '세액공제' 등 실효성 있는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시점이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