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의 이면을 묻다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속도보다 방향, 효율보다 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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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며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진단을 돕고, 교육 분야에서는 개인 맞춤형 학습을 가능하게 하며,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실시간 번역 기술도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AI를 통해 주변 사물을 인식하고, 루게릭병 환자가 디지털 기술로 자신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사례, 신체적 제약을 극복하고 다시 창작 활동에 나서는 예술가의 이야기까지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삶의 존엄을 확장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또 다른 질문이 따라붙는다. 최근 출간된 'AI 휴먼 코드: 배제의 시대, 테크의 온도를 묻다'는 기술 발전이 만들어내는 밝은 장면만을 조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AI 활용 능력에 따라 개인과 집단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는 현실, 그리고 알고리즘이 기존 데이터의 편향을 학습하며 특정 집단을 구조적으로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짚는다. 효율성과 혁신을 내세운 기술이 오히려 보이지 않는 기준을 통해 누군가를 걸러내는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책은 현직 기자들이 모여 결성한 '디지털포용 언론인 포럼'이 약 1년에 걸쳐 현장을 취재하고 논의를 이어간 결과물이다. 단순히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안내서가 아니라, 기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문해력 문제부터 알고리즘 편향, 고령층이 겪는 디지털 소외, 장애인의 접근성 문제, 디지털 금융 시스템의 양면성, 노동 환경 변화, 스마트시티 구축, 디지털 ESG, 그리고 국가 간 기술 격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의제를 다룬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시대의 불평등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들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AID 디바이드(AI+Digital Divide)'는 기술과 정보 접근성의 차이가 어떻게 새로운 격차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고, '포용 탄력성(Inclusive Resilience)'은 사회가 변화 속에서도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회복력을 의미한다. 여기에 '메타 리터러시', '지능의 공유지(AI 커먼즈)' 같은 개념을 더해 기술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기준과 시각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담론을 넘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책에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도 실렸다. 교육계와 AI 연구, 정책 분야를 아우르는 인사들은 이 책이 기술 중심의 논의를 넘어 인간과 사회의 관점에서 AI를 재해석하도록 이끈다고 평가한다. 기술 발전을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방향성과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한다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확산은 이미 산업과 일상 전반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되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으로 남아 있다. 같은 기술 환경 속에서도 누군가는 앞서 나가고, 누군가는 뒤처지는 현실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AI 휴먼 코드'는 바로 이 간극에서 출발한다. 기술의 수준이나 성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누구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또 누구를 배제하는가라는 문제다. 책은 채용, 금융, 교육, 노동, 복지, 도시 정책, 글로벌 질서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작동하는 방식을 추적하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불균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AI 채용 시스템이 특정 이력을 선호하는 방식, 금융 서비스가 디지털 기록이 부족한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구조,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의 현실, 장애인의 접근성 한계, 알고리즘에 의해 재편되는 노동 환경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이 책은 기술을 맹목적으로 낙관하거나 반대로 거부하는 이분법적 태도를 경계한다. 대신 기술의 방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서 제시된 개념들을 바탕으로 AI 시대의 공공성과 책임, 그리고 포용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결국 'AI 휴먼 코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기술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효율과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를 배제하는 선택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 물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사진 제공 = 서교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