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전설 차범근의 아들 차두리화성FC 감독 2년 차, 감독으로도 전설을 쓴 아버지의 고뇌 이해"감독은 편한 날이 없다"는 아버지의 말씀
  • ▲ 차두리 화성FC 감독이 감독의 고충, 운명을 털어놨다.ⓒ뉴데일리
    ▲ 차두리 화성FC 감독이 감독의 고충, 운명을 털어놨다.ⓒ뉴데일리
    한국 축구에서 가장 위대한 전설. 차범근이다. 

    선수 시절 세계 최고의 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이라 불리며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했다. 다름슈타트,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 등에서 뛰며 지금은 깨졌지만, 당시 외국인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며 포효했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A매치 136경기에 뛰며 58골을 넣었다. 얼마 전 손흥민이 A매치 최다 출장 신기록(142경기)을 세우기 전까지 차범근이 1위였다. A매치 최다골 1위는 여전히 차범근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최고 전설의 아들 차두리. 

    그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화려하게 등장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압도적 피지컬과 스피드를 앞세워 그라운드를 누볐다. 

    차두리 역시 레버쿠젠, 마인츠 등 독일에서 활약했고, 스코틀랜드 셀틱 등을 거쳐 2013년 K리그 FC서울로 이적해 국내 무대를 밟았다. 2015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A매치는 76경기 4골. 차두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의 주역이었고,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의 영웅이었다. 한국 축구 역사에 뚜렷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차두리는 선수로서 아버지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너무나 위대했고, 그 위대함을 좇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축구 선수로서 언제나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와 비교되며 온갖 비판도 감내해야 했다. 

    은퇴 후 차두리는 아버지를 따라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차범근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전설을 쓴 인물이다. 

    울산 현대, 한국 대표팀 감독 등을 거친 뒤 '황금기'는 수원 삼성에서 찾아왔다. 차범근 감독은 수원을 K리그 2회 우승, FA컵 1회 우승, 리그컵 2회 우승으로 이끄는 등 K리그 명가 수원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수원에서 총 8개의 우승컵을 수집하며 수원의 전설적 감독으로 지금까지 추앙받고 있다. 

    차두리 감독은 이제 막 시작한 풋내기 감독이다. 

    은퇴 후 한국 대표팀 코치를 거쳐 FC서울의 U-18 감독을 지냈다. FC서울 U-18팀에서 차두리 감독의 저력이 드러났다. 어린 선수 육성, 잠재력을 끌어내는 능력은 좋은 성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25년 K리그2(2부리그) 신생팀 화성FC의 지휘봉을 잡았다. 차두리 감독의 첫 번째 성인팀 감독 커리어가 시작된 것이다. 아버지의 고향인 화상이라는 상징적인 곳에서. 

    첫 시즌은 기대 이상이었다. 신생팀은 언제나 '꼴찌 후보'다. 화성도 그랬다. 그러나 차두리 감독의 화성은 달랐다. 

    빅스타는 없었고, 어린 선수,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도 팀을 꾸렸지만, 화성이라는 팀은 단단했다. 쉽게 물러서지 않는 팀이 됐다. 

    지난 시즌 화성은 무려 9승(13무 17패)을 수확하며 리그 14개 팀 중 10위에 안착했다. 꼴찌 후보 1순위의 반란이었다. 신생팀으로서, 객관적 스쿼드에서 한참 모자라는 팀으로서는 놀라운 성적이라 할 수 있다. 

    2026시즌 풋내기 감독의 2년 차. 차두리 감독의 목표는 간단하다. 지난 시즌보다 발전한 팀이다.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강등된 강호 대구FC에 0-1로 패배했다. 2라운드에서 김해FC에 2-0 승리를 가져왔다. 시즌 첫 승이다. 

    지난 시즌 화성이 리그 첫 승을 가져오는데 4경기가 걸렸다. 올 시즌 2경기 만에 첫승을 가져온 화성. 분명 지난 시즌보다 나아진 모습이다. 

    그러나 이후 침체기에 빠졌다. 천안시티FC와 3라운드에서 2-2로 비긴 후 용인FC(0-0 무), 충남아산FC(0-1 패), 성남FC(1-3 패)전까지 4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렸다. 그러다 7라운드에서 전남 드래곤즈에 1-0으로 승리하며 연패를 끊었다. 

    8라운드가 중요했다.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분수령. 무엇보다 시즌 첫 '2연승'을 달릴 수 있는 기회였다. 

    약팀에게 연승은 특히 중요하다. 팀 전체의 분위기와 자신감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연승을 하는 팀과 그렇지 못하는 팀의 가치는 다르고, 상대가 연승을 하는 팀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차두리 감독의 화성은 지난 시즌 2연승은 단 1번이다. 지난해 7월 20라운드 천안시티에 3-2로 승리한 후 21라운드에서 부상 아이파크에 1-0으로 이겼다. 화성이 가진 유일한 연승 경험이다. 

    올 시즌 첫 승을 빨리 이뤄낸 것처럼, 2연승 역시 3개월이나 앞당길 수 있는 기회.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화성의 K리그2 8라운드 상대는 김포FC다. 지난 시즌 화성에 3전 전패 수모를 안겨준 '천적'이다. 지난 19일 화성의 홈구장인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맞대결이 펼쳐졌다. 

    경기 전 만난 차두리 감독은 결연한 각오를 드러냈다. 

    "김포에 이기고 싶다. 지난 시즌 김포에 3경기 다 졌다. 그러나 올 시즌 우리 선수들은 달라졌고, 성장했고, 경험도 쌓았다. 김포에 첫 승을 할 수 있는 좋은 경기가 될 수 있다. 연승이 필요하다. 항상 이야기하는 게 있다. 좋은 팀은 연승을 하고, 연패를 하지 않는다. 좋은 팀의 조건이다. 연승을 해서, 다른 거 다 떠나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 팀이 연승을 하게 되면 선수단이 느끼는 게 다르다. 연승을 통해서 선수단은 더 열심히 훈련하고, 또 보상을 받는다. 이런 과정은 자신감으로 변해서 한 시즌을 끌고 가는데 긍저적 효과를 낼 수 있다."

  • ▲ 차두리 감독의 아버지는 한국 축구 최고 전술 차범근이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차두리 감독의 아버지는 한국 축구 최고 전술 차범근이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가 시작됐고, 차두리 감독은 2연승의 90%를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10%를 놓쳤다. 

    화성은 전반 37분 김포 박동진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6분 장민준, 후반 12분 김대환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정규시간 90분은 모두 지났고, 2연승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러나 마지막을 버티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내줬고, 김포 루이스가 성공시키며 승부는 2-2로 끝났다. 

    이렇게 2연승은 어렵다. 

    경기 후 차두리 감독은 아쉬움을 피력했다. 

    "아쉽고 어렵다. 역전까지 해놓고 마지막에 페널티킥을 내줘 무승부가 됐다.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주에 또 경기가 있다. 오늘 보여준 좋았던 부분, 긍정적 부분을 안고 갈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면서 꾸준히 가고자 하는 길을 갈 것이다. 끈기 있게 인내하면서 가면, 시즌이 끝날 때 우리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감독의 인생은 매순간이 롤러코스터다. 올라갔다 내려가고, 또 올라갔다 내려간다. 한 경기에서도 수없이 반복되는 과정. 또 한 시즌 내내 반복되는 과정이다. 

    잘하면 영웅, 못하면 역적. 그만큼 책임감이 크고 압박감이 무거운 자리다. 프로는 정글이다. 정글 속 감독은 매 순간 목숨이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다. 

    차두리 감독도 잘 알고 있다. 감독 경험은 짧지만, 이런 냉정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아버지가 감독을 하는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모습, 고뇌하는 모습, 압박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지금 차두리 감독이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다. 아버지가 했던 고뇌를 완벽히 이해하는 삶이다. 

    차두리 감독은 김포전이 열리기 전 아버지라는 단어를 꺼냈다. 한국 축구 최고 전설이라도 감내해야 하는 고통. 아들 차두리가 물려받았다. 

    "이기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 선수단이 달라진다. 부담감을 덜어내고 준비할 수 있다. 감독으로서도 편하다. 반대로 지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 선수단이 위축되고, 눌려 있다. 감독으로서도 어렵다. 훈련장에서 지시하고 요구할 때도 선수단이 자신이 없고, 위축돼 있으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감독도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주문을 단순하고, 쉬운 걸로 바꾸게 된다. 선수들이 자신이 있고, 에너지가 있으면 긍정적이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것을 더 밀어붙일 수 있다. 이것이 감독이 할 일이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거다. 선수들이 너무 풀어져 있으면 긴장감을 넣어줘야 하고, 너무 위축돼 있으면 풀어줘야 한다. 감독의 역할이다. 아버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경기에서 이기면 감독에게 한 주가 조금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다. 감독은 시즌 중에 편한 날이 없다. 절대'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한 주가 덜 부대끼고, 덜 부담스럽고, 덜 눈치 볼 수 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