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작경찰서 수사 건까지 서울경찰청으로 집중, 총 13건 수사동작서, 김병기 탄원서 뭉개기·배우자 수사 무마 청탁 의혹탄원서 뭉갠 동작서, 수사 뺏긴 듯 … "서울청 제대로 수사 해야"
  • ▲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서울 동작경찰서의 '편파 수사'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동작경찰서가 수사해 온 김 의원 '차남 편입 개입 의혹'까지 서울경찰청으로 이관해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들을 향한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해당 사안을 포함해 김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만 13건에 이른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경찰이 수사력을 입증할 중대 기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대 여당의 전직 원내대표가 연루된 중대한 사건인 만큼,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돼 온 경찰 수사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서울경찰청의 엄정한 수사는 물론 경찰의 내부 조치까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동작서에서 진행 중인 사건(차남 편입 개입 의혹)도 서울경찰청 공공수사대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초 서울 동작경찰서가 지난해 9월부터 수사해 온 김 의원 차남 편입 개입 의혹의 진행 정도를 고려해 사건을 동작서에 남길 방침이었지만, 이후 동작경찰서를 둘러싸고 김 의원 배우자 수사무마 청탁 의혹에 이어 탄원서 뭉개기 의혹까지 제기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무마 청탁'에 '탄원서 뭉개기'까지

    경찰은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김 의원과 동작경찰서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으로 인해 동작서가 사실상 수사를 계속 맡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11월 김 의원의 전직 보좌관이 차남 편입 개입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제출한 탄원서에 대해 즉각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아 편파 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탄원서에는 김 의원 배우자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 동작구 구의원 2명으로부터 각각 2000만 원과 1000만 원, 총 3000만 원을 수수했다가 3~5개월 뒤 이를 돌려줬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이 반환됐다고 하더라도 수수 당시 직무 관련성이나 정치자금 성격이 인정될 경우 형사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는 반환 여부와 무관하게 수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점에서 동작경찰서가 초기 단계에서 형사 사건 배당조차 하지 않은 판단을 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 5일 김병기 의원과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6명을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앞서 김 의원이 배우자 관련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경찰 출신 국민의힘 소속 유력 의원을 통해 동작경찰서장에게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김 의원의 요청으로 국민의힘 소속 A 의원이 당시 동작경찰서장이던 B 총경에게 수사 무마를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앞서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2022년 7월부터 9월까지 동작구의원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했으나 2개월 간의 조사 끝에 혐의가 없다고 보고 내사 종결 처분을 한 바 있다.

    김 의원 배우자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B 총경의 후임으로 C 총경이 동작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이튿날인 2024년 8월27일 이뤄졌는데, B 총경과 C 총경은 모두 강원지역에서 경찰서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 

    이후 경찰은 지난해 11월 김 의원의 전 보좌진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사 무마 청탁과 관련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청탁금지법 위반과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
  • ▲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지역사무실 앞을 지역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김 전 원내대표는 ‘공천 헌금’ 관련 의혹에 대해
    ▲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지역사무실 앞을 지역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김 전 원내대표는 ‘공천 헌금’ 관련 의혹에 대해 "제명 당하더라도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13건 줄고발 김병기… "서울청, 수사 제대로 해야"

    김 의원을 둘러싼 고소·고발은 모두 13건에 달한다. 고발 건수가 많고 사안이 복잡한 만큼 수사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수사권 구조 개편 국면에서 경찰의 수사 역량과 정치적 중립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대 여당 전직 원내대표가 연루된 사건을 경찰이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세부적인 제도를 정립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 출신 이명교 변호사(법무법인 승앤파트너스)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향후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이 사건을 어떻게 수사하고 진행하느냐에 따라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 결과에 따라서 진행 과정이나 결과가 국민에게 납득이 가고, 수사 진행 과정에서 경찰이 독립적 역량을 발휘한다면 앞으로 향후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 수사의 새로운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경찰 출신 인사는 "동작경찰서가 탄원서를 제출받고도 왜 형사 사건으로 배당하지 않았는지, 그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명백히 밝히지 않으면 의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작경찰서의 초기 판단이 부적절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내부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도 "경찰이 '편파 코드수사'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권력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며 "눈 앞의 범죄와 불의를 보고도 눈 감는다면 조직에 대한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