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野 무력화 … 李·與 사법장악 로드맵""권력 중독 李 정권의 민낯 … 국민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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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더불어민주당식 사법개혁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야당의 최후 견제 수단인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중단되는 파행이 벌어졌다. 야당이 사실상 제압된 사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만찬을 가지며 이른바 '입법 개혁' 취지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10일 정치권에서는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중단한 사태가 벌어져 논란이 확산했다.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초 전날 본회의에서 62건의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사법 개편안, 필리버스터 중지법 등 쟁점 법안 8건의 연내 처리 방침을 철회하라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요구를 거부하면서다.이에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수단으로 모든 비쟁점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기로 했다.하지만 우 의장은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의제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토론을 중단시켰다.국회법은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을 금지하고 있다(102조). 하지만 비교적 발언의 범위가 자유로운 필리버스터 특성상 의장이 토론자의 발언을 강제로 중단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어서 논란이 커졌다.야당의 필리버스터 중단 사태는 1964년 4월 20일 이효상 당시 의장이 민주당의 '정신적 아버지'라 불리는 김대중 의원의 필리버스터(5시간19분) 중 마이크를 끈 이후 61년 만의 일이었다.나 의원의 마이크를 수차례 끈 우 의장은 급기야 필리버스터 시작 1시간 50여 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그는 "국민 앞에서 국회의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창피해 더는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본회의는 정회 2시간 10분 뒤인 오후 8시 30분쯤 속개했지만, 나 의원의 토론은 재개 62분 만에 또 중단됐다. 나 의원은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 횡행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라고 항의했다.야당의 최후 저항 수단마저 무력화되자 국민의힘은 크게 반발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이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끄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국민의힘은 또 "민주당 출신 의장의 의회 독재"라며 반발했다. 나아가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을 한 민주당 의원과 관련해 이석현 당시 국회부의장이 "어떤 것이 의제 내이고 어떤 것이 의제 외인지 구체적으로 식별하는 규칙이나 법 조항은 없다"고 한 것을 두고도 우 의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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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와 저녁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뉴시스(사진=대통령실 제공)
야당의 무제한 토론이 중단된 사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 자리를 갖고 '입법 개혁' 기조를 공유했다.만찬 자리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가지며 웃는 모습이 연출됐다.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만찬이 종료된 이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는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2시간 30분 동안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며 "이 대통령은 해외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더라고 소회하고 예산안 합의 처리에 고생이 많았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만찬에서는 민주당이 강행하려 하는 사법개혁입법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개혁 입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처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박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비상계엄 전담재판부와 관련해 위헌 논란이 커지자 시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최근 대통령실 견해의 연장선상의 발언으로 풀이됐다.다만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전언이다. 또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만약 반대 목소리가 너무 크면 원점 검토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없다"고 일축했다.집권여당의 입법 드라이브가 거세게 이어지는 가운데, 전날 밤 야당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강제 중단으로 사실상 무력화된 시간대에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찬 자리에서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장면은 정국 대립의 상징적 단면으로 떠올랐다.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12·9 밤은 현재 정국을 그대로 보여주는 순간"이라며 "정부·여당이 행정·입법부를 장악한 데 이어 사법부까지 훼손하려 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야당이 몸부림치는 동안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사법 장악 로드맵을 공유하듯 즐거운 만찬을 이어갔다"고 말했다.이어 "국민이 목도하고 있는데도 야당의 제동 장치를 끊어버리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권력에 중독된 이재명 민주당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일괄 필리버스터'라는 정치적 족쇄를 채워 국회를 멈춰 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이토록 무리하게 민생을 인질로 잡는 속내는 명백하다"며 "12.3 내란 가담자를 신속히 처벌하고 사법 카르텔을 혁파할 개혁 입법의 칼날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민생을 볼모로 잡는 비겁한 인질극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