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별법에 "위헌 소지 최소화하겠다"는 민주국힘 "위헌 소지 애초에 없어야 하는 것" 지적내란입법 근거 질타 … 학자 "내란 확인 안 돼" 법관들 내란 대신 '비상계엄' 용어 사용하기도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뉴데일리DB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연기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스스로 위헌성을 인정한 셈"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러한 입장 자체가 위헌적인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애초 이날 본회의에 상정하고자 밀어붙였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 등 처리를 유예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고 내란특별법 등 이른바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처리 일정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 "법제사법위원들의 독단적 추진"이라는 등 반발이 이어지면서 당은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더 넓히고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수정해 나가겠다"며 내란특별법의 위헌 시비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책적으로 민주당과 보법을 맞춰 온 조국혁신당과 대통령실 등 범여권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는 등 신중론을 펼치자 한 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민주당은 내란특별법 등 '내란 청산 입법'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은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이 법안의 위헌성을 자인한 꼴이라는 비판과 함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 자체가 폐기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위헌 요소를 아무리 줄여도 위헌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모두가 위헌이라고 말하는 법안을 두고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위헌을 전제로 깔고 강행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위헌 소지는 없어야 되는 거지, 최소화할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재판부를 누가 맡을지 정권이 설계하는 순간 삼권분립은 무너진다. 오늘은 '내란전담재판부', 내일은 '언론전담재판부', 모레는 '선거전담재판부'까지 만들겠다는 것이냐"면서 "보완이나 수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즉각 폐기해야 할 악법"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우리도 위헌인 걸 알지만 그래도 하겠다'는 위헌성의 자백"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헌이면 하지 말아야지 위헌 정도를 줄이겠다는 말을 정부 여당이 하는 것이 민주국가에서 가당키나 하냐"면서 "이건 '헌법을 죽이긴 하겠지만, 덜 아프게 죽이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 ▲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뉴데일리DB
    ▲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뉴데일리DB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는 '현재 상황이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한다는 판단 자체가 불가능한 단계'라는 취지의 소신 발언도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1년 여간 정권 교체와 집권 수단의 명분으로 내세운 '내란 청산' 구호 자체가 성립 근거를 상실할 수 있다는 뜻으로, 향후 민주당의 '내란입법' 추진 등 이른바 내란몰이 동력에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학자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전날 국민의힘이 주최한 '이재명 정권 독재 입법 국민고발회' 의원총회에 연사로 초청받아 "내란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내란이 인정되기 위한 법리 다툼에서 핵심은 국토 참전이나 국헌 문란이 있어야 한다"며 "국토 참전,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실상 장악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헌 문란은 헌법상 기관 기능을 무력화하는 게 중요한데 그때 얘기됐던 것이 국회"라며 "그 국회와 관련해서 단순하게 계엄군과 경찰을 투입해서 무력화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짚었다.

    장 교수는 또 "이대로 경기를 질 것 같으니까 게임의 룰을 바꿔버리자는 것"이라며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것은 대통령실에서도 인정했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논의했었던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위헌소송방지법을 추진하면 위헌정당으로 해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위헌 소송을 못하면 헌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며 "민주당은 위헌정당으로 해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가 위헌 논란으로 좌초되면 베네수엘라의 사례처럼 대법관 증원 등 추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특별재판부와 법 왜곡죄는 플랜A이고, 만약 실패하는 그날부터 대법관 증원 문제와 재판소원제로 돌려서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정원이 변동되면 사법부가 독재화되고 이것에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돼서 국가 체제 개편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몰락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법관들이 모여 민주당의 내란특별법 등을 논의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용되지 않았다.

    법관들은 "위헌성 논란과 재판 독립성 침해 우려가 크다"며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이라는 대체어로 지칭했는데, 이는 현재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입장문에서 "비상계엄 관련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관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면서도 "위헌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재판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이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